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세계의 가난
2. 두 도시 이야기 3. 서구 세계가 두려워하는 것 4. 3차 산업혁명 5. 선별적 짝짓기 6. 실업과 배제 7. 정치의 빈곤 8. 결 론 |
Daniel Cohen
다니엘 코엔의 다른 상품
|
‘세계화’라는 말은 최근 몇년 사이에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말이 되고 말았다. 세계화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쟁취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화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신화와 현실은 저마다 어떤 식으로 이런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일까?
가난한 나라들과의 무역량은 기껏해야 해마다 가장 부유하다는 나라들이 생산해내는 부의 3퍼센트에도 못 미치는데 그것이 곧 서구세계가 가난해지는 원인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그 주장을 잘 살펴보면,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이 겪고 있는 위기를 ‘세계화’의 탓으로 돌리려드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두려움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중상주의자들이 제안하는 보호무역주의 역시, 설사 채택이 된다고 해도 있으나마나한 정책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서구인들의 두려움도 이해는 간다. 가난한 나라들과의 무역을 설명하는 데 쓰이는, ‘탈지역화’, ‘불공정 경쟁’ 같은 용어들은, 애초에 설명하고자 했던 사실보다는 그저 자본주의 내부의 새로운 현실을 설명하는 데 어울리는 말들일 뿐이다. 자본주의가 돌연 스스로를 열어 젖힌 것은 사실상 자본주의 자체의 변화에 따르는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단위들이 더 작아지고 더욱 동질화되어가는 경향, 하청에 더 의존하는 경향,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들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업무의 전문화’라는 새로운 추세, 이 모든 경향들은 결코 세계화의 여파가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세계 경제와 관련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어떤 직업, 어떤 산업분야, 어떤 직무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변화들은 정보혁명과 교육의 대중화라는 두 가지 중대한 발전의 결과이지, 대개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빈곤 국가들과의 무역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p 12~13 |
|
‘세계화’라는 말은 최근 몇년 사이에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말이 되고 말았다. 세계화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쟁취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화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신화와 현실은 저마다 어떤 식으로 이런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일까?
가난한 나라들과의 무역량은 기껏해야 해마다 가장 부유하다는 나라들이 생산해내는 부의 3퍼센트에도 못 미치는데 그것이 곧 서구세계가 가난해지는 원인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그 주장을 잘 살펴보면,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이 겪고 있는 위기를 ‘세계화’의 탓으로 돌리려드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두려움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중상주의자들이 제안하는 보호무역주의 역시, 설사 채택이 된다고 해도 있으나마나한 정책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서구인들의 두려움도 이해는 간다. 가난한 나라들과의 무역을 설명하는 데 쓰이는, ‘탈지역화’, ‘불공정 경쟁’ 같은 용어들은, 애초에 설명하고자 했던 사실보다는 그저 자본주의 내부의 새로운 현실을 설명하는 데 어울리는 말들일 뿐이다. 자본주의가 돌연 스스로를 열어 젖힌 것은 사실상 자본주의 자체의 변화에 따르는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단위들이 더 작아지고 더욱 동질화되어가는 경향, 하청에 더 의존하는 경향,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들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업무의 전문화’라는 새로운 추세, 이 모든 경향들은 결코 세계화의 여파가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세계 경제와 관련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어떤 직업, 어떤 산업분야, 어떤 직무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변화들은 정보혁명과 교육의 대중화라는 두 가지 중대한 발전의 결과이지, 대개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빈곤 국가들과의 무역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p 12~13 |
|
선별적 짝짓기―정보기술혁명의 숨은 논리
지난 2월 12일 방콕에서 개막된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10차 총회 회의장 앞에서는 ‘전세계를 혼란과 불평등으로 몰아가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비정부기구들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것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도, 금년 1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도 어김없이 세계화를 반대하는 시위대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야 했다. 세계화에 대한 이같은 반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유례없는 풍요를 구가하게 된 세계. 그러나 3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정보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넘쳐나는 부의 한복판에서 현대사회는 어이없게도 더욱 심화되어가는 빈곤과 불평등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성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주범이다. 그들은 세계무역이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만을 위해서 이루어진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세계화에 씌워진 이같은 혐의가 잘못된 것이라면? 비인간적인 세계를 야기하는 원인이 다른 데 있다면? 다니엘 코엔의 <부유해진 세계, 가난해진 사람들>은 이같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확산되어가는 사회적 불평등 앞에서 세계는 분명 당황하고 있다. 인류의 공동 번영과 장밋빛 미래를 상징하던 세계화가 곳곳에서 드러내는 부작용은 심각하다. ‘20대 80의 사회’, 즉 세계 인구의 20퍼센트만 잘사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은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부유해져가는 이 세계는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다니엘 코엔이 특정한 소수들이 부를 독점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오-링’ 이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링’은 둥근 고리처럼 생긴 접합부의 이름이다. 우주선 챌린저 호가 폭발한 것은 이 부분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소한 원인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생산공정 가운데 미세한 부분 하나 때문에 생산의 전과정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면, 단지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재앙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다른 구성원들보다 자질이 부족한 인력을 고용할 기업은 없다. 동질적인 집단의 형성을 부추기는 ‘능력별 짝짓기’ 또는 ‘선별적 짝짓기’ 현상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고도로 전문화된 공정을 전제하는 정보기술혁명은 이 ‘선별적 짝짓기’의 논리를 감추고 있다. ‘선별적 짝짓기’를 거쳐 재편된 노동시장의 첫번째 희생자는 미숙련 노동자이다. 전문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학위나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노동자들은, 미국에서는 임금 삭감의 형태로, 유럽에서는 기나긴 실업의 형태로 사회적·경제적 서열이 강등되는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한번 밀려난 지위로 되돌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사회 집단이 포함된 자와 배제된 자로 나뉘고, 어떤 부류에 속하느냐에 따라 소득의 격차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지는 현상은 사회적 불평등의 골을 깊게 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연대의식과 사회적 결속의 모든 차원―공장, 학교, 결혼, 그리고 심지어는 국가까지도―을 파괴하고 있다. 세계화가 새로운 빈곤과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3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생산기술을 급속도로 전파시키는 몫을 담당해왔다는 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코엔이 주장하듯 세계화는 3차 산업혁명의 한 증상이다. 우리가 겪는 오늘의 혼란이 세계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화는 어떤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하기에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개념이다. 극복해야 할 대상을 잘못 짚고 있다면 지금의 현실에 대한 올바른 개선책을 찾기 전까지 입어야 할 손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떤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미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어버린 세계화에 좀더 현실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코엔은 각국의 실업과 불평등 현상을 무턱대고 세계화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정보기술혁명으로 세계가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조건 아래 놓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정치적 노력이 빈곤했음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결의 실마리를 우선은 정치적인 영역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국민들 가운데는 자신들의 경기침체와 사회문제가 세계화에 따른 후진국의 성장 탓이라는 생각에서 세계화를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다니엘 코엔은 내부요인을 바로잡지 않고 외부요인만을 문제삼는 이러한 관점이 어리석은 보호무역주의의 등장을 자극하고 있다며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혁신의 열매를 탐내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나라는 세계의 움직임으로부터 소외될 것이며 결국은 더욱 빠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도 없다. 세계화는 오늘날 결코 피할 수 없는 모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