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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부 고전소설과 예술의 상동성 조선의 아방가르드, 판소리와 풍속화 · 김현주 아름다움과 비천함의 사이-아브젝트와 예술 · 정인혁 2부 고전소설에 나타난 젠더 문제 판소리, 젠더, 그리고 남성성 · 서유석 여성영웅, 젠더 이탈자, 괴물 · 조현우 3부 다시 보는 고소설의 인물들 만귀비, 역사, 그리고 악녀의 탄생 · 김문희 홍길동, 슈퍼히어로, 그리고 괴물 · 이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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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이 낡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낡았을 뿐!
지금까지 고전소설을 설명하는 가장 친근한 용어는 권선징악, 봉건성, 민중과 같은 것들이었다. 이는 모두 도덕과 역사, 사회학의 관점에서 고전소설을 이해한 결과이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낡은 것이기도 하다.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것들에 저항하고 새로운 형식과 경험, 세계관을 향한 예술의 최전선을 가리킨다. 그러니 ‘아방가르드한 고전소설’이란 그 자체로 모순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고전소설이 낡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낡았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고전소설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들, 즉 행복한 결말과 뻔한 인물 형상, 착하게 살라는 교훈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오래된 소설이 처음부터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전위적이었으며, 그에 따라 전위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고전소설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아브젝트와 젠더, 그리고 슈퍼 히어로를 동원한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글에서는, 제자리에 있었으나 한 번도 호명되거나 알아주지도 않았던 고전소설의 면모가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독자는 이를 통해 ‘고전소설’이 어떻게 ‘아방가르드’할 수 있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고전문학 전공자인 저자들은 종이책이라는 전통적인 매체에 아방가르드한 생각을 담아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며 각자의 연구실에서 화면을 통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책에는 코로나 이후 달라진 환경만큼 세상과 고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아방가르드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클래식 1부는 다른 예술과의 관계 속에서 고전소설을 살펴본다. 한시가 유행하던 시절, 있을 법한 이야기를 지어낸 고전소설은 그 자체로 새로운 예술 양식이었다. 「조선의 아방가르드, 판소리와 풍속화」는 바로 그 도전성을 풍부한 사례로써 그리고 풍속화와 견주어 가며 설명한다. 「아름다움과 비천함의 사이」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개념인 ‘아브젝트(abject)’로 고전소설을 설명한다. 고전소설과 다른 예술 장르가 어떻게 이어지고 갈라지는가를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2부는 고전소설에 나타나는 젠더 문제를 다루었다. 남성성이 공모되는 것이라 할 때, 그것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진행되고 그로 인한 상처는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인가? 「판소리, 젠더, 그리고 남성성」은 젠더 문제로 판소리 문학을 다시 읽는다. 「여성영웅, 젠더 이탈자, 괴물」에는 남복을 입고 장군이 되어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른 여성과 결혼하여 아들을 두는 젠더 이탈자 여성 방관주를 소개한다. 무엇이 고전을 만드는지 음미하게 하는 글들이다. 3부는 고전소설의 인물들을 다루었다. 「만귀비, 역사, 그리고 악녀의 탄생」은 ‘만귀비’라는 중국 명나라 때의 후궁이 어떻게 우리 고전소설에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악녀의 서사적 기원으로서 나라 헌종의 후궁이었던 만귀비를 소환하고 있다. 「홍길동, 슈퍼히어로, 그리고 괴물」은 ‘홍길동’이라는 매우 익숙한 인물을 ‘괴물’로서 다룬다. 홍길동과 슈퍼히어로는 비범한 능력을 공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글은 어느 것도 기존의 상투적인 고전소설 독법을 따르지 않는다. 1부가 고전소설에 다른 예술 장르의 이론을 적용한 것이라면 2부는 젠더와 같은 사회과학의 개념을 활용하였고, 3부는 비교문학의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두 문학권의 영향관계라는 비교문학의 전통적 주제에서 탈피하였다. 말 그대로 고전소설을 보는 새로운 시선들이다. 고전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고전은 교훈의 원천이 아니라 발견의 원천이다. 고전소설에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온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예술적 통찰이 담겨 있다. 그러나 고전소설을 읽으면서 지금의 우리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으려 할 때, 통찰은 비로소 빛이 난다. 이 책은 고전소설로써 이 세계를 어떻게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