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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파를 던지다
시가 품은 조각, 조각이 품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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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노을과 노루 / 봄이 머물다 간다 / 반달 / 아내의 코스모스 / 별밥 / 운주사에 가고 싶다 / 마음의 거처 / 노동의 이항 / 네 지친 천 개의 강물 위에는 / 개 / 모루와 마루 / 달의 망향 / 비 / 먼동 / 슬픔에 그을린 얼굴 하나가 / 실직 / 소리의 내부 / 새의 상흔 / 굳이라는 말 / 내 어떤 어린 날은 배추흰나비처럼 / 꽃과 나비 / 혼곤한 잠 / 길의 풍속 / 추파를 던졌다 / 나무의 밀교 / 사랑의 노래 - 하나 / 사랑의 노래 - 둘 / 사랑의 노래 - 셋 / 사랑의 노래 - 넷 / 사랑의 노래 - 다섯 / 내가 먼 날은 / 고래의 생활난 / 너라는 집 안에서 생의 한 주기를 울었다 / 구름의 연대기 / 거룩한 연장 / 눈물 나는 날 / 바람의 순정 / 슬픔의 여울 / 마음이 운다 / 소 / 길 / 그리움 / 섬


추천사 / 박기영

저자 소개 2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으로 데뷔, 2019년 [녹색평론]에 시 「당산마루에 소쩍새 우는 날」 등 발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운주사에 가고 싶다』, 『꽃이라는 말이 있다』 등이 있으며 현재 고향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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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미술대학원 석사과정.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 독도문화종합예술제 대상 등 다수를 수상하였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조각분과 심사위원장, 경상북도 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신라미술대전, 도솔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개인 초대전 및 단체전 수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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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56g | 150*200*7mm
ISBN13
9791158543457

책 속으로

꽃이라는 말이 있다

생이란,
기실 알고 보면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를 닮은 열차 같은 것

그래 맞다, 지네야
네가 꽃이다

나는 이제 부스럼 숭숭 돋은
네 징그런 가시발을 발통이라 이름하마

눈 대신 발로써 평생을 기어 다닌
네 혐오한 몸뚱어리를
피안행 차안발 꽃 열차라 명명하마
그러니,

오늘은 꽉 닫힌 목청을 열고
어디 한번 기차의 흉내라도 내 보거라

화통처럼 기막힌 세월을 불 밝히며
퇴화된 네 눈 안에 달이라도 한 점 부려 보렴

꽤액 꽥,
승객 하나 없는 빈 객차를 거느린 채
어딜 가는지

힘겹게, 저 많은 산과 강을 지나
피안의 거처를 찾아 나선 꽃 같은 갑사야

거기 달처럼 유려하고 강처럼 무장했던
세월이 간다

오늘도 네 지친 천 개의 강물 위에는
꽃처럼 빛나는 별 몇 번이고 떴다 지고

물그림자 다시 어리고
--- p.29~31, 「네 지친 천 개의 강물 위에는」 중에서


시가,
그것이 고요하고 차분한 거라면
참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날은 잠자리처럼
얼마만큼 맘이 들떠있다

날씨는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서

수레국화 한 점 허공에
툭, 따 던지니

어디서 말발굽 소리 들리는 듯
귓속이 우멍하다
여기서 태양까지 가자면
베옷이 필요한데

물살에 실어 보낼 꽃신 한 점 없다

나의 잠은 한동안 깨지 않아도 좋을 만치
혼곤한 것이었으면 참 좋겠다
--- p.66~67, 「혼곤한 잠」 중에서


무심했던 맘이여
돌아서면 남이었을 이여
돌아보면 세상천지 꽃 아닌 것 없었다
그대
캄캄한 하늘에 오늘은 달 뜨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그 한 조각 떼어다
쪽박난 내 맘에 걸어놓나니
그리운 이여
그대 그 안에서 꽃처럼 바람처럼
오래 살다 갈 일이다
--- p.79, 「사랑의 노래- 셋」 중에서


한 봉에 칠백 원짜리 안성탕면을 생으로 입에 넣고
씹다 보면 삶이,
그것이 마젤란 해협의 그것처럼 길고 멀게 느껴지지
허나 허기진 배에 물이라도 한 사발 들이켜고 나면 희망이,
그것이 아프리카 최남단의 흰수염고래처럼 금세 부풀어 오른다

꼬로륵 꼬로륵 며칠 동안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배앓이 하다 보면 마침내
눈에 뵈던 헛것이 걷히고 세상 물빛이 달리 보이는 건,
내 안에 거대한 고래가 살고 있기 때문

그런 날이면 꼭 사달이 났다
보일 듯 말 듯, 그럼에도 하늘과 바다를 경계로
교묘히 헤엄쳐 온 고래의 생활난은
웬만해선 파도 앞에 자신의 배 뒤집어
물 밑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이따금 수면 위로 핍진한 가계의 밥 짓는 연기만 피워 올릴 뿐
다시 먼 바다로 나아간 고래는 한동안 쉽게
모습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이다
--- p.88~89, 「고래의 생활난」 중에서


집을 지었다
벽체를 쌓고 서까래를 얹고 지붕을 덮었다
문이 없었다
밖에다 두고 온 문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는 집
너라는 이름의 집 안에서
나는 생의 한 주기를 울었다
밖을 향해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출구가 없는 집
문이 없는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다
무덤이다
모든 무덤은
한 번 들어가면 다신 걸어 나올 수 없다

--- p.91, 「너라는 집 안에서 생의 한 주기를 울었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차원과 삼차원의 결합
우주의 진흙을 주무르다


언어와 조각은 평면과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 존재한다. 이러한 위치의 차이는 넘나들 수 없는 숙명처럼 느껴지지만, 언제나 사람의 상상력은 숙명을 뛰어넘으면서 행복을 주었다. 시에서 조각을 발견할 수 있고, 조각에서도 시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조각에서 시를 발견하는 순간은 의외로 많다. 자코메티의 세계는 잘 발골된 언어의 탑 같은 공간을 만들어 내고, 로댕의 미끈한 질감에서 발견되는 에로티시즘의 입체감은 사람을 생의 욕망 안으로 끌어당긴다.

그와 반대로 조각의 입체감으로 우리를 이끌고 가는 시도 있다. 김춘수의 「꽃」 같은 경우는 허공에 단어를 새겨 사람들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조형을 각인시킨다. 언어로 상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조각도를 휘둘러 사람들 마음에 존재를 구축해 낸다.

김천에서 농업이라는 공동의 직업 영역을 가지고 있는 신휘 시인과 유건상 조각가는 예술이라는 또 하나의 연결성을 통해 실험적인 도전에 나섰다. 두 세계를 연결해 새로운 공간을 열어가는 길을 만든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평면과 공간 세계를 합치자 시집은 시간까지 끌어당기게 되었다.

이따금 수면 위로 핍진한 가계의 밥 짓는 연기만 피워 올리는 고래의 구릿빛 꼬리는 하얗게 일렁이는 대리석 파도 위로 헤엄친다. 알 듯 모를 듯 난해한 문장처럼 불어오는 바람은 청동 깃털이 짙푸른 세라믹 위에 남기는 아지랑이 파문으로 형상화되었다. 시와 조각, 무엇 하나 먼저 나서는 법 없이 어우러진다.

그들의 연결을 통해 두 예술가는 감상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조각이 된 시의 입체성과 시가 된 조각의 평면성이 뒤섞여 만들어진 세계는 감상자의 개입을 통해 완성된다. 독자에게 감상자라는 지위를 부여해 시인의 언어와 조각가의 손길이 만나서 무엇을 탄생시켰는지 물으며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박기영 시인은 이 콜라보가 즐거운 이유가 두 사람의 세계에 제삼자가 그 답을 만들어 행위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만남은 감상자의 시선이 닿고 그 시선의 무수한 말들이 피어올라야 완성되는 순간을 이루어낸다.

그들은 언어와 공간의 영역에 독자의 상상력을 개입시키면서 그들의 작업 속으로 들어와 함께 세계를 해석하고 나눠 보자고 말을 건넨다. 이제 그 답을 만들어 이들의 행위를 완성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우주의 진흙을 주무르듯 이 시집을 마음껏 주물러 보라. 우주는 그렇게 당신이 함께함으로써 완성된다.


[머리말]

나무를 나무라 말 못 한다
너를 보았는데 보았다, 말하지 못한다
있지만, 없기만 한 그늘에 앉아
애꿎은 개미만 오래 눌러 죽였다
그늘이 나무가 될 수 없는 건
스스로 벌레처럼
나무의 말을 갉아먹었기 때문
나무로서
무수히 많은 자신을 배반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지워버렸나
나무를 나무라 말 못 한다
언제나 너를 봤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나무는 증거처럼 서있는데
오랜 장막처럼 나는 혼자 식어만 갈 뿐이다

추천평

시와 조각, 이 두 세계가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공간을 열어가는 길을 만든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계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공간의 예술을 수없이 경험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와 다른 공간을 펼친다.
조각과 언어는 지금까지 이차원과 삼차원의 공간에 존립하던 예술이었다. 그런데 두 세계가 만나면서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은유적으로 포함시키는 행위가 벌어진다. 아울러 또 다른 차원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 박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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