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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시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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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_ 남은 삶은 조금 더 촘촘하게

1장. 서로 다른 시간을 걷는 일상
내 이름을 써 보는 것이 소원이다
안나와 연이
고 그리고 스톱
살 만큼 살았다는 건 누가 정하나요?
깜장 뉴그랜저를 탄 할머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안나의 돈 봉투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서로의 약 복용 시간 알리미
사실은 모두 비정상
안나는 세계여행 중
처음 사랑을 고했을 때

2장. 언젠가 남겨질 이에게 전하는 이야기
물은 건너 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 봐야 안다
니는 꽃과 함께 살아라
이십만 원과 십오만 오천 원
죽 먹어도 고기 먹은 것처럼
니는 절대로 결혼할 생각일랑 마라
요즘에는 착하다는 소리가 욕이야
나는 서른이 대단한 나이라고 생각했어
오늘 잘 살고 내일도 잘 살자
사랑으로부터 배운다
투박한 위로
나를 조금씩 견디며 산다는 것은
사는 것이 코메디다
적당히 게으를 것
닳고 닳은 묵주알
마음을 단디 살피는 법

3장. 우리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항해 가고 있다
아픔을 멀리하고, 아듀!
내가 무언갈 더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봄날은 간다
이제 슬플 일만 남았다, 그치?
나 홀로 집에
안나의 일상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서른셋의 늙은 단한과 여든넷의 어린 안나
플랜 B는 없다
하이힐을 신고 산에 오를 것이다
어젯밤에 꾼 개꿈도 꿈이니
안나에겐 지우개가 필요하지 않았다
신이 미워 죽겠으니 가서 전해 달라고 했다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에필로그_ 우리는 나이롱 시한부다!

저자 소개 1

나의 마음에 자리한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했지만, 이미 쓰는 것으로 하여금 나름의 표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잡한 마음을 아주 짧은 단 한 문장으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쓰는 글 중에 사람과 사랑이 등장하지 않는 글이 없다. 사람과 사랑이 지겹다 말하면서도 이 두 가지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얻고 있다. 독립출판으로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너를 앓고』, 『연못 산책』, 『구시대적 사랑』을 출간하였고, 2022년에는 에세이 『나이롱 시한부』를 출간했다. 수상 내역으로는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울다』로 단편 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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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60g | 128*188*16mm
ISBN13
9791170222385

책 속으로

안나는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이라는 시한부의 삶을 선고를 받았다. 나는 안나에게 찾아온 죽음이 너무나 미웠지만,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나는 아직까지 죽음과 어색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소심함을 탓했지만, 안나는 그 무엇도 탓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안나는 씩씩했다.
씩씩한 안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나이롱 시한부’라고 칭한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는 할머니와 아직 죽음이 뭔지 모르는 손녀는 종일 대화를 나눈다. 대화에는 주제가 없다. 그저 오늘 하루 있었던 일과 앞으로 있을 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에는 죽음도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둘의 대화에 등장하는 죽음은 결코 무거운 존재가 아니다. ‘나이롱 시한부’ 안나 덕분에 죽음은 손녀에게 더더욱 알 수 없는 존재가 된다.
--- p.6, 「남은 삶은 조금 더 촘촘하게」 중에서

안나는 자신의 이름을 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만 쓸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홀로 동사무소에 가게 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이름을 말하거나 종이에 이름을 적는 일이니 그것만 할 줄 알면 좋겠다고 했다. 나의 힘으로, 나의 손으로, 직접 내 이름을 어렵지 않게 쓰는 일. 안나는 그것을 바랐다. 그것만 할 수 있다면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나의 머릿속에는 늘 ‘안나와 나의 시간이 같지 않다.’라는 생각이 은은하게 맴돌고 있었다. 그랬기에, 무언가를 하는 것에 있어서 특히 그것이 안나와 연관이 있는 일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망설이는 시간도 아까웠다. 안나의 시간은 나의 시간보다 조금 더 빨랐으니까.
--- p.15, 「내 이름을 써 보는 것이 소원이다」 중에서

안나의 전화가 걸려 오는 시간은 늘 같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 더는 전화가 걸려 오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건, 그런 날이 올 것을 안다는 것과 같다. 그때가 되면 나에게 여덟 시 반은 정말이지, 더더욱 애매한 시간이 되리라. 어떤 날은 그 시간이 너무 공허하게 느껴져 왕왕 울지 않을까. 어떤 날은 살아 내느라 정신이 없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른다. 또 어떤 날은 하늘에서 수화기가 내려오는 상상이나 하늘 전화국에 전화를 걸어 ‘안나 할머니 좀 바꿔 주세요. 아, 뛰어노시느라 바쁘신가요? 알겠습니다, 전화 왔었다고 전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상상을 하며 억지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안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척한다. 나는 안나가 나에게 자꾸만 유언과 같은 말을 남기는 것이 싫다. 나는 안나가 자꾸만 나에게 열심히 살라고, 분명 너는 성공할 것이라고, 씩씩하니까 뭐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싫다.
나는 안나가 자주 자신은 이제 살 만큼 살았다고 말하는 것이 싫다. 갈 곳이 정해진 것처럼 구는 것이 싫다. 그냥 하는 말일 텐데도 안나가 하는 모든 말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나도 싫다. 살 만큼 살았다는 건 대체 뭘까? 살 만큼 살았다는 건 누가 정하는 것일까?
--- p.32, 「살 만큼 살았다는 건 누가 정하나요?」 중에서

안나는 가끔 자신이 떠나고 난 후에 내가 지켜야 할 것에 대해 말하곤 했다. 나는 그것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일단 어떻게든 살아질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울다가도 배가 고파지겠지, 죽을 만큼 힘든 순간에도 밥은 넘어갈 것이다. 술을 마시기도 할 것이고, 친구들을 만나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엉엉 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 오지 않은 슬픔을 미리 예습하는 것은 너무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반복적으로 그것을 생각했다.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천하의 쓸모없는 짓이었다. 다져지는 슬픔은 없었다. 이별에 대비하는 방법도 없었다.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나의 말에 안나는 그저 웃었다. 그러다가도 둘 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꾸역꾸역 목구멍을 넘어오는 어떤 것을 힘껏 밀어 넣는 중인 나는 입을 열 수가 없다. 안나도 마찬가지다. 안나는 수많은 말 중에 어떤 말을 골라 나에게 건넬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 p.234, 「플랜 B는 없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이롱 시한부』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나를 스쳐 간 그리고 나를 떠나갈 사람들을 떠올리며
혼자 남겨진, 홀로 남겨질 나를 생각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있는 것이지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세계는 불균형하다.’라는 말을 어쩌면 제일 잘 대변해 주는 것은 죽음이 아닐까? 그 때문에 죽음을 앞둔 사람은 물론 죽음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불공정한 죽음에 대하여 저마다의 방법으로 받아들인다. 그 많고 많은 사람의 방법 중 『나이롱 시한부』 속에 등장하는 안나는 평온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반면 안나를 너무 사랑하는 단한은 저항한다. 아직 안나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화사한 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것이 모두 안나를 잡아 둘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이롱 시한부』는 죽음을 목전에 둔 할머니와 손녀의 마지막을 그린 단순한 신파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뻔하디뻔한 신파의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단한 작가의 문장이다.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로 정제된 단한 작가의 문장은 나를 떠난 사람과 나를 떠나게 될 사람을 떠오르게 하고, 홀로 남겨진 홀로 남겨질 나를 생각하게 한다. 누구나 필연적으로 죽음을 향해 가고 있기에 『나이롱 시한부』는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자세에 대해서 한 번쯤 환기시킬 수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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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기사1

  • 시한부 선고를 받으신 할머니와 손녀의 마지막 일상
    시한부 선고를 받으신 할머니와 손녀의 마지막 일상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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