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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목걸이/말/(1974~ )/흙비 내리는 일요일/사월/이상한 얼굴/무표정/다른 시간/송곳니/강물/울프의 지팡이/방향 없는 진지함/무생물의 손/콤플렉스 산책/밸런스/방랑자/직사각형 위에 정사각형/상행선/밀실 정원/모르고 하는 슬픈 일/깨끗한 침대/게임 오버/러닝 타임/푸가의 기법을 들으며/두번째 창문/명사의 과거형/한 시에서 열두 시 사이/기별/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난다/국어사전/체온/보름/눈, 동냥/한번, 한 번/우리 멀리/유리 우리/나는 악몽을 글로 옮겨 적지만 당신은 악몽을 만들잖소/나머지 결혼식/외출복/여기/저기/노라의 집/나뭇가지 끝/세금/주이상스의 요람/까마귀 떼가 익사했다/바짝바짝 작은 별/양산 해설 | 실존과 이미지의 푸가·조강석 기획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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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과 베일 안쪽 풍경이
분리되지 않는 곳에서 신기루에 깃발을 꽂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지 마세요 ―「양산」 부분 네가 없는 자리에서 감지되는 너의 한기 『무표정』에서 너는 도달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정황은 “닿을 수 없는 봄의 정원”(「한번, 한 번」), “꽃을 건네려는 순간 계단이 사라지네”(「기별」), “내 몸에서 네 부재로”(「우리 멀리」) 같은 대목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너와의 괴리는 나로 하여금 실존적 추위를 느끼도록 만든다. 너는 왜 모르는가 내가 너의 가장 차가운 피부라는 걸 내가 막 눈송이 하나가 되어 떨고 있다는 걸 서로의 몸속으로 파고들 수 없는 우리는 덩그러니 마주 보며 서 있는 골문 같다 ―「직사각형 위에 정사각형」 부분 나는 너와 “마주 보며 서 있는 골문”처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눈송이 하나가 되어 떨고 있다”. 그 사실을 너는 모르고, 앞으로도 영영 모를 것만 같다. 여기서 독자들은 “‘너’가 환기되는 시간의 온도가 간극의 바로미터”(문학평론가 조강석)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너를 본다는 것은 결국 우리 사이의 거리감을 확인하는 일이고, 그것은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가장 차가운 피부”로 얼어붙는 상황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모순된 이미지 속에서 가능해지는 만남 그렇다면 닿을 수 없는 너로 인한 추위를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시인은 서로 다른 화성을 정밀하게 교집하여 하나의 곡으로 만들어내는 대위법을 활용한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함께할 수 없는 이미지들을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불가능했던 너와의 접촉을 실현하고자 한다.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귀향길 왼쪽에는 아카시아뿐인 산 오른쪽에는 길게 늘어선 야자수 포개질 수 없는 풍경 속 포개지는 길 위로는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난다」 부분 너에게 다가가는 길은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귀향길”처럼 모순적인 상태로만 성립 가능하다. 그것은 길을 에워싼 풍경이 아카시아와 야자수가 동시에 늘어선 비현실적 이미지라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된다. 이렇듯 “포개질 수 없는 풍경 속”에서 가까스로 “포개지는 길 위로” 나아갈 때에만 나는 너라는 꿈에 가닿을 수 있다. 시인은 그것이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꿈이 물이 되고 물이 꿈이 되”(「밸런스」)어 아침 햇살에 증발해버릴지라도 그 여정을 반복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무표정』은 매번 새롭게 시도되는 장승리 시의 순전한 사랑의 고난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시인이 고독의 언어로 빚어낸 미적 충만함은 오늘날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뭉근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전속력으로 당신이 서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