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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ㆍ7
제1부 유년의집 엄마는 없었다ㆍ14 기차 타러 가는 길ㆍ22 핵교 마당ㆍ30 외할아버지ㆍ38 깜보 친구ㆍ44 껌 한 통ㆍ56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ㆍ64 빈 마당ㆍ76 댓돌ㆍ84 시영 엄마ㆍ90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ㆍ98 힘든디 좀 쉬었다 혀라ㆍ108 제2부 집을떠나다 비는 내리고 말은 빗물을 마시고 있다ㆍ118 통한의 길ㆍ124 그대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는가ㆍ130 풍크툼ㆍ136 나는 아직 존재한다ㆍ144 기다리는 사람 곁으로ㆍ150 무덤 앞 남자ㆍ156 수녀님의 말씀ㆍ162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지ㆍ168 선생과 제자의 일본 교토여행ㆍ174 나홀로 나무ㆍ180 염원ㆍ186 제3부 집으로가는길 끝과 시작ㆍ192 그리움을 찾아서ㆍ198 돌담 위의 코스모스ㆍ204 언제쯤 도착허냐ㆍ210 존재와 부재ㆍ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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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날 태양의 빛은 사물에 광채를 내지만, 비가 내리는 날 숨어 있는 빛은 사물의 속살을 비추어 그들의 본모습을 되찾게 해 주는 듯하다.
--- p.121 사진에서는 흰색을 태양의 빛으로 의역하여 탄생의 의미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내가 흑백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죽음과 탄생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 p.121 길 위의 사람도 동물도 저마다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어떤 사람은 벽에 기대어 있고, 어떤 사람은 앉아 있고, 어떤 사람은 서 있다. 목마른 개는 꼬리를 감고 긴장된 자세로 고여 있는 물을 마시고 있고, 사람들은 햇볕을 피해 시원한 그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풍크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진을 감상할 때 작가가 의도한 바를 관객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을 ‘스투디움Studium’,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관객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느끼는 것을 ‘풍크툼Puctum’이라 한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며 비평가인 롱랄 바르트Roland Barthes는 “피사체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나 인지인 스투디움에 균열을 내는 풍크툼을 담고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자기가 겪었던 사건이나 시공간에서 함께 했던 기억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이런 기억들은 여행지에서 낯선 감각을 접할 때 의식 밖으로 나올 때가 있다. 나는 이 순간을 ‘풍크툼’이라고 정의 내린다. 부모님이 싸운 날 밤이면 종종 울면서 잠든 적이 있다. 흘린 눈물로 적신 베개의 싸늘함, 얼굴을 때리는 장대비의 차가움, 저녁 무렵 집 툇마루에 앉아 맡았던 다른 집에서 나오는 밥 짓는 냄새 등이 풍크툼이 되어 날카로운 면도날에 살이 베이듯이 사르르 의식을 깨우고 지나간다. --- p.138 생산된 지 최소 50년은 족히 더 되어 보이는 자동차가 조금 기울어진 모습으로 서 있다. 생산됐을 당시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려 애쓴 흔적이 그의 몸 곳곳에 남아 있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려진 상처는 뚜렷하다. 그러나 당당하게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본연의 임무를 더 할 수 있다는, 아직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사물의 존재감이 ‘있음’에서 비롯된다면 인간의 존재감은 무엇에서 비롯될까? --- p.146 사람은 엄마의 탯줄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부터 고독한 존재가 된다. 성장하여 스스로 사고할 능력과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긴 후부터 우리는 고독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고독을 느끼는 순간엔 스스로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럴 때 비로소 나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 p.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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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상 성실하게 살았던 한 인간의 이야기는
우리의 과거사이기도 하고 통찰력 넘치는 아포리즘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의 추억이란 대개 미화되게 마련이다. 없던 일도 지어 이야기의 빈틈마저 채울 정도다. 추억조차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만든 이야기가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월은 매정하고 또 아련하다. 환갑을 계기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게 된다. 문득 제 이야기가 꽤 많이 쌓여있음을 알게 되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집으로 가는 길』은 엄기용의 추억담이다. 지나간 시간과 경험은 말 대신 글로 바뀌었다. 한 세상 성실하게 살았던 한 인간의 이야기는 우리의 과거사이기도 하고 통찰력 넘치는 아포리즘이기도 하다. 엄기용에겐 실언과 허언이 넘치는 또래 남자들의 비겁함을 찾을 수 없다. 작지만 진솔된 제 삶의 선택을 소중하게 여긴 행동이 빛나서다. 허세 대신 기록과 글쓰기로 완결된 책의 무게가 묵직한 이유를 여기서 찾으면 어떨까. - 윤광준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