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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첫번째 강의 _ 파괴자들 1. 파사구(破四舊) : 깨부숴야 할 네 가지 과거 동방으로부터의 연대, 마오의 기획 문화대혁명과 홍위병 “이것이 혁명인가” 2.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극우와 극좌, 두 극단의 탈주자들 전공투의 탄생 구세계와 결별하는 방법 : 전공투와 미시마 유키오 3. ‘너희를 파괴하는 것을 파괴하라’ : 바더-마인호프와 죽음의 탈주 47 “필요하다면 총을 쏠 것이다” 바더-마인호프 그룹이 남긴 공포 4. 구세계여 안녕히 두번째 강의 _ 사랑과 평화와 꽃의 이름으로 1. 패배자에서 힙으로 비트 세대의 영향을 넘어 나를 재발견할 수만 있다면 2. 반-문화로서의 히피와 우드스탁 반-문화적 스타일 68혁명의 피날레, 우드스탁 페스티벌 3. 히피에서 여피로 반-문화의 속성 반-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여피의 도래 4. 약물과 신비, 미지의 지혜 끝에서 영적 체험과 약물 중독 동양의 신비와 오리엔탈리즘 히피들의 공동체, 맨슨 패밀리 신세계의 창조와 구세계의 중력 세번째 강의 _ ‘일상의 일상’의 혁명 1. ‘일상의 혁명’ 68의 시작점, 낭테르 대학 파리 전역으로의 확산 혁명의 시사점 2. 68의 페미니즘 : ‘누군가는 깃발을 꿰매야만 한다’ 누가 아이를 돌보는가 여성 반란자들 68의 페미니즘 3.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68 이전과 이후 이탈리아 ‘신좌파’ 세력의 이탈 혁명의 전환 4. RE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소비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것의 정치는 어떤 모습인가 혁명의 질문들 에필로그 _ 포섭된 혁명과 잃어버린 길, 그리고 할 수 있는 일 1. 혁명의 끝에서 혁명의 열기가 식어 가는 방식 다시 구세계의 품으로 2. 포섭된 혁명 68의 정신을 포착한 자본주의 「미안해요 리키」 상품으로, 소비로 변화와 회귀, 탈주와 포섭 3. 혁명가들의 잃어버린 길 혁명의 열기를 뒤로하고 전장으로 쿠슈네르가 촉발한 논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4. 다만, 할 수 있는 일 혁명의 두 가지 풍경 지금 이 순간의 혁명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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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위병은 말 그대로 구세계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했습니다. 돈 있는 부르주아 계급, 대약진운동을 실패로 이끈 한심하고 안일한 관료들, 잘난 척하며 ‘자기 것’을 지키려 하는 전문가들, 부르주아적 향수를 자아내는 문화요소들, 그리고 마오쩌둥의 반대자들을 전부 싸잡아 반동분자로 몰아서 없애는 방식으로요. 홍위병에게 마오의 정적과 관료는 기본적인 제거대상이었고요. 그 외에도 모든 종류의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을 닥치는 대로 거리로 끌어내어 두들기고 모욕을 준 뒤 강제 수용소로 보내어 육체노동을 하도록 강요했습니다.
--- p.28 세계를 바꾸려는 혁명에 있어 구세계를 마주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합니다. 1968년, 세계의 혁명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구세계를 극복하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철두철미하게 구세계의 파괴를 꿈꾸었던 흐름들이 있었고, 그 흐름들은 예외 없이 그들 자신 또한 파괴했죠. 그들은 구세계를 떠나 새로운 길을 개척했지만 그 길 위에서 새로운 삶을 창조하기보다 오직 옛 삶을 파괴하는 데에만 골몰했습니다. 그들의 탈주선은 파괴적 죽음의 선을 따라 흘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파괴하고자 한 구세계는 한층 더 뒤틀린 형태로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그러한 ‘끝’이, 혁명에 가담했던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혁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 p.58 그 어떠한 경우에도 세상 모든 사람이 반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반란자가 되어 반-문화에 가담한 시점에서 그것은 이미 주류 문화이기 때문이죠. 최초의 반-문화는 지극히 배타적인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문화가 퍼져나가면서 문화의 기본적인 속성 때문에 향유 집단은 확대되고 상징은 보편화됩니다. 어느새 마이너는 메이저가, 이단은 기성이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반-문화 집단은 주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새로운 스타일을 재창조하고 다시 이탈을 해야 하는 거죠. --- p.83 1980년대에 이르러, ‘여피’(YUPIE)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여피는 도시의 젊은 전문직 계층(young urban professionals)을 의미하는 YUP에 히피의 어미 IE를 붙여 만든 단어로 뉴욕 등 대도시의 25~45세의 화이트칼라 계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은 계급주의, 성과주의, 물질만능주의적 양식을 삶의 기반으로 하면서도 거기에서 기인하는 정신적 결핍을 채우기 위하여 과거의 히피 문화를 수단적으로 혹은 일종의 패션으로 향유합니다. 약물과 섹스, 로큰롤부터 오리엔트풍의 명상, 동양 무술, 요가 등등. 자신들의 실제 삶은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면서 그것으로부터 오는 정신적 폐해를 히피 문화로 채우려 한 거죠. 실제로 젊은 시절 히피로서 살던 이들 중 많은 이가 여피에 합류하는데요. 이는 애당초 히피들 중 적잖은 수가 중산층 이상 백인 집안 출신이었던 탓이기도 합니다. --- p.84~86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때때로 다음과 같이 여겨지기도 합니다. ‘오직 개인적인 것’이 정치를, 즉 세계를 구성한다고 말이죠. 이렇게 되면서 오늘날 ‘개인적인 것의 정치’는 68이 지향했던 것처럼 각 개인들이 공론장에 참여하여 충돌과 타협 속에서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정치의 과정이기보다 오직 비타협적인 각 개인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킬 것만을 고민하는 이익집단 간 투쟁의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다시 말해 공공의 가치에 대한 공동의 고민과 실천은 사라지고 오직 개개의 이익 논리만이 힘을 겨루고 있는 현실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나타나는 겁니다. --- p.136~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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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혁명, 세계를 바꾸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지은이 인터뷰 1. 작년(2021년) 출간했던 『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에 이어 68혁명을 다룬 두번째 책을 내셨는데요. 이번 책은 앞의 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68혁명의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앞선 책 『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를 쓸 때 제가 특히 중점을 두었던 것은 68혁명이라고 하는 반세기 전의 사건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혁명이 독자들에게 단지 과거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 이미 지나간 이야기이기에 교양지식이나 흥밋거리 이상이 될 수 없는 그런 사건으로 남길 바라지 않았거든요. 때문에 앞선 책의 꼭지들은 68혁명과 우리 시대가 공유하는 주요한 어젠다들을 담아냅니다. 미디어와 이미지 언어, 소수자 운동의 상이한 방향성들, 세대 간의 대립과 갈등 같은 주제들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이런 의문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68혁명이 우리 시대의 어젠다들과 긴밀히 이어졌다는 건 알겠다. 그 어젠다들에 대해 영감을 준다는 것도 알겠다. 헌데 그 영감을 실천으로 옮기려면, 정말로 세계를 바꾸려 시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이번 책 『68혁명, 세계를 바꾸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반세기 전의 혁명가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택했는지, 그 방법들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우리는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보다 구체적인 차원에서 다루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방법’ - 혁명의 ‘방법론’을 다루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이 책에서 68혁명과 함께 세계를 바꾸려 한 세 가지 흐름을 이야기하고 계신데요. 그 각각의 의미와 한계를 간단히 짚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68혁명 속에서 세계를 바꾸기 위해 시도되었던 세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너무 자세하게 쓰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간략하게만 짚어보겠습니다.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첫번째 방법, 그것은 옛 세계를 철두철미하게 파괴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방법을 시도한 이들을 ‘파괴자들’이라고 명명했는데요. 68혁명 가운데에서도 가장 폭력적이고 논쟁적인 흐름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홍위병들, 또 일본의 전공투 운동, 독일의 바더-마인호프 그룹 등이지요. 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옛 세계와의 결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폭력과 테러리즘을 포함한)을 활용해 옛 세계의 질서에 맞섰습니다. 그들은 분명 옛 세계에 가공할 만한 충격을 안겼으나, 정작 그 파괴에 너무 골몰하느라 새로운 삶의 조건들을 구축하는 데에 실패함으로써 스스로 파멸하는 결과를 맞이합니다.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두번째 방법은 지금의 세계 외부에서 새로운 지식들을 가져와 자신들의 별세계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시도한 자들을 저는 ‘탐구자들’이라고 명명했습니다만, 사실 보다 널리 알려진 이름이 있지요. 바로 ‘히피’입니다. 히피들은 참으로 다양한 의미에서 세계 바깥의 지식을 탐구했는데요. 때로는 시대적인 의미에서, 또 지리적인 의미에서, 때로는 인지적인 의미에서 그들 세계 바깥의 요소들을 끌어와 당대의 현실을 대체할 새로운 현실을 창조코자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도 현실의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그에 흡수되고 맙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방법, 그것은 ‘일상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방법론입니다. 이들은 옛 세계를 부수려 한 ‘파괴자들’이나, 옛 세계의 외부에서 새로운 지식들을 끌어와 별세계를 만들려 했던 ‘탐구자들’과는 다릅니다. 이들은 기존의 자신들의 삶, 자신들이 바로 지금 서 있는 이곳, ‘일상’에서 혁명을 시작합니다. 그 뒤의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68혁명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요. 세계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듯합니다. 그런 움직임에 68혁명이 줄 수 있는 참조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68혁명은 세계를 바꾸기 위한 실천의 장이자 실험의 장이었습니다. 제가 이번 책에서 다룬 내용들 외에도 수많은 방법론들이 그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또 실제로 시도되었으며 그것들 모두가 생생한 기록으로서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기록들을 통해 당시의 혁명가들이 지녔던 고결한 이상을 마주합니다. 또한 그 이상을 현실로 옮겨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좌절들도 함께 마주합니다. 그러한 68혁명의 기억이 우리를 어떤 ‘정답’으로 인도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전의 현실과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최소한 그 시도들에 대하여 알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무엇을 갈망했고 무엇을 두려워했으며, 어떤 것들을 놓쳤고 어떤 것들을 얻어냈는가에 대해 알게 될 것입니다. 설사 우리가 그것들을 그대로 우리 현실에 적용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우리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줄 최소한의 지침과 용기를, 세계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계는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의 손을 명백히 벗어난 듯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나들고 있고 미국과 유럽, 러시아와 중국 등의 긴장된 국제관계는 이미 한계에 치달은 듯 보입니다. 그 파도를 우리 뜻대로 완벽히 조종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렇다 하여 휩쓸려가기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며, 68혁명의 기억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부분임을 저는 의심치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