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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당신이 등장한 뒤로도 삶은 이어졌다
1부. 혼자 걷던 나에게 혼자 걷기 / 아름다운 것은 지금 제 안에 없습니다 / 이 기분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 회색 빌딩 속에 초록 / 구슬을 꿰고 있습니다 / 두부 한 모 / 보말죽 한 그릇 / 영원을 믿게 만드는 사람 / 보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 아직 오지 않은 당신 대신 / 한때 내 모든 저녁이었던 사람 / 어느 완벽한 일요일 밤 / ‘그런’ 허송세월 / “사랑 한번 안 하겠다고 버텨봐” / 바다는 어디 있나요? / 새해의 빨래 / 지각 / 물풍선 / 살아 있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 / 오랜만에 취한 날 / 경험한 사람 / 내 마음 모양과 맞는 사람 / 측백나무 숲 / [ 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는 일 ] 2부. 거짓말처럼 당신이 왔다 어느 무료한 오후 / 거짓말처럼 당신을 찾았다 / 침묵도 편한 사이 / 영원처럼 긴 심지 / 안개 속을 걷는 일 / 따사로운 시간 / 나란히 걷기 / 같이 있기 위해 혼자가 되기 1 / 그때는 / 같이 있기 위해 혼자가 되기 2 / 한입거리 / 첫 서운함 / 미래에 서로를 두는 일 / 화개(華蓋) / 아이가 되어도 괜찮습니다 / 미루나무 / 꽉 / 불안과 평안 / 낮과 밤 / 수박 기념일 / 빨래방 기념일 / 걷고 싶다 / 밀실에서 / 여름의 한가운데 / 새근새근 / 함께 나이 들어가자 / 등 / 가을 3부. 함께, 삶은 이어진다 보리차 /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는다 / 따끈한 손바닥 / 악몽 / 사랑은, 무리 / 우리가 크게 싸운 날 /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 방 청소 / 200일을 앞두고, 당신에게 / 승강장, 어묵 한 개 / 낙엽조차 조심하면서 / 당신의 염통구이와 나의 콘서트 후드티 / 서른에 (잠시) 백수가 된 이야기 / 당신의 부모님을 만난 날 / 아챠챠, 꾸꾸꾸, 와와왕 / 꽃을 기르는 마음으로 /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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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맛있는 것을 먹고, 나 혼자 푸른 하늘을 보고 ‘예쁘다’ 삼키는 일, 비 오는 날 창이 큰 카페에 앉아 책을 읽다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나 혼자 씹는 일, 땀이 날 때까지 나 혼자 달리는 일. 살아 있으려고, 살고 싶어서 해내는 그 일들을 반복하고 있으면 나는 점차 얇고 투명해진다.
--- p.15 「혼자 걷기」 중에서 봄이면 나는 기필코 슬픕니다. 슬퍼서 무언가를 가지고 싶습니다. 가장 몸에 붙이고 싶었던 것은 당신의 숨결이었는데, 그 일에 실패하여 나는 목이 마릅니다. 배가 고픕니다. 물풍선의 볼을 누르면 엉덩이가 튀어나오고 마는 것처럼, 넘실거리는 욕망들은 억누를수록 솟아오를 뿐입니다. 나는 마시고, 또 먹고, 읽고, 보고, 아름다운 옷가지들을 넘치도록 사서 피부에 걸쳐봅니다. 당신만이 부족합니다. --- p.49 「물풍선」 중에서 달님, 사랑하게 해주세요. 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생기게 해주세요. --- p.59 「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는 일, 정월대보름」 중에서 (나) “그게 슬픈 것 같아요. 지금의 삶은 임시라는 생각? 계약직인 일터도 월세방도, 이곳은 더 나은 곳에 가기 전의 잠시일 뿐이라는 생각요.” (선배) “정상에 가기 전의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건 슬픈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거잖아. 그리고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을걸.” --- p.63 「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는 일, 베이스캠프」 중에서 매일 밤과 아침의 마음을 묻던 한 사람과 멀어졌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온 세상은 텅 빌 수 있다. --- p.66 「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는 일, 연결」 중에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매일 기념일을 만들게 돼. 오늘은 함께 여름의 첫 수박을 자른 날. 우리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젖은 머리칼을 말리며 수박의 속살에 입술을 대었지. 늘 먹던 수박인데도 당신 눈을 보며 과즙을 삼켰더니 이상하게 야릇한 기분이 되었어. --- p.100 「수박 기념일」 중에서 내가 스스로 뿌리내리지 않고 당신이란 큰 나무 곁에 그저 기대어만 산다면, 나는 아마도 스스로를 좋아할 수 없게 되겠지. 그런 나를 당신도 여전히 사랑하게 될까? 이 질문은 불안이나 비관이 아니야. 나는 다만 더 나은 사람으로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 더 열심히려 해. 읽고 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거야. 당신 안에서 얻은 안정과 에너지를 꼭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당신이 좋은 만큼, 더욱더 행복에 취해 주저앉지 않아야겠다 싶어. --- p.101 「수박 기념일」 중에서 내가 감정의 밑바닥을 다 보여도 그것도 너 자신이니 괜찮다는 당신. 목이 쉬도록 울었으니 시원하겠다 잘했다는 당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기대하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무시로 섭섭한 게 당연하다는 당신. 이런 내 모습에 당신이 질려버릴까 겁난다는 내게, 어떻게 사랑 앞에 떼쓰지 않고 어엿한 어른의 모습으로 멀쩡하게 있을 수 있겠냐 되묻는 당신. 모든 마음을 다해 자신에게 뛰어들어줘서 고맙다는 당신. 당신, 당신, 우는 나를 품어주는 당신아. 당신 하나만 있으면, 당신 손잡고 걸으면, 나는 더는 아무것도 필요하지가 않아. --- p.105 「걷고 싶다」 중에서 새근새근, 내가 찾던 온 세상이 내 곁에서 잠들어 있다. --- p.112 「새근새근」 중에서 늘 외로움이 그칠 날만을 기다렸으면서, 이제는 그 서늘한 바람이 그리워지는 건 참 우습지. 사랑을 하면 특별해질 줄 알았는데, 나는 비로소 보통의 존재가 된 것 같다. --- p.116 「가을」 중에서 평온한 오늘을 살고 있다. 내일도 살아 있고 싶다. 따스한 차를 한 잔 마시고 싶고, 점심은 매콤한 국물로 먹고 싶다. 당신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고, 자동차 사고 따위 없이 무사히 출근해 내 몫의 일을 핑계 없이 해내고 싶다. 퇴근길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폭력이나 살해를 당하고 싶지 않고, 집에 돌아가면 보일러가 고장 나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습기를 틀어두고, 당신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나간 내 삶이, 누군가를 다시 살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 p.156~157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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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던 사람에게
꿈처럼 한 사람이 찾아왔다… 깊은 밤, 잠에서 깨어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어본 적이 있나요? 여기, “오늘도 누군가는 한 끼도 못 먹었을 테고 누군가는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을 테지만 나는 겨우 외롭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외로움이 나의 존재를 흔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서 하루를 사용하는 일이 지긋지긋하고 외로움에 사무쳤던 한 존재가, 자신과 꼭 맞춤한 ‘나의 당신’을 만난 이야기. 투명하고 담백한 이 시대의 ‘어떤 사랑’에 관한 에세이.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여성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소개합니다. 『나는 이제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는다』는 크게 세 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혼자 걷던 나에게〉는 홀로 고독하게 지내던 일상, 〈2부. 거짓말처럼 당신이 왔다〉는 연인을 만나 사랑이 싹튼 이야기, 〈3부. 함께, 삶은 이어진다〉는 쉽지만은 않은 연애와 그럼에도 더 짙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담았습니다. ‘이제 사랑 이야기 그만하고 싶은데’ 생각하면서도 사랑 이야기밖에는 나오지 않던 때, 노을을 보고도 ‘노을이 이쁘다’ 말을 나눌 사람이 없던 시절의 메모들을 엮은 부록 「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는 일」도 수록했습니다. “혼자서도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묻고 싶다.” 나는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그리고, 신이 당신을 보내셨다. 당신을 만나면 그걸로 다 끝나는 줄 알았다. 불행 끝, 행복 시작. 끝 모를 외로움 끝. 불안함 끝. 하지만 아니었다. 당신이 등장한 뒤로도 삶은 이어졌다. 행복만 있지 않은 삶은 지난하게 이어진다. 나는 그 순간들이 달든 쓰든 기록해두고 싶었다. 처음 느끼는 모든 감정과 순간들을 잃지 않으려고 쓰기 시작했다. 당신이 온 마음을 다해 나를 들여다보는 눈빛을, 사랑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썼다. 이 글들은 당신이 등장한 뒤로 우리가 함께 쌓아간 시간들의 기록이자, 생전 처음 겪는 감정들을 해석해보려 애쓴 흔적이기도 하다. _‘작가의 말’에서 충분히 아늑한 사랑… 밀실에서 오직 두 사람만 아는 감정들이 쌓여간다 서울에서 1인분의 삶을 시작한 뒤로 처음 느끼는 안정감, “당신이 곧 내 일상”이 된 저자의 삶은 따스하고 경이롭습니다. 물론 말랑말랑한 핑크빛만 있는 건 아닙니다. 미래의 일이 갑자기 걱정되는 날도 있고, 여성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애인의 모습에 화날 때도 있습니다. 애인은 불안해하는 저자를 위해 늦은 밤 달려옵니다. “심장을 맞대면 거짓말처럼 흩어지던 내 속의 안개.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누군가 묻는다면. 서로 어깨 맞닿고 안개 속을 걷는 일, 이라고 답할 수 있을까. 언젠가 허방을 디디게 될지도 모른단 걸 알면서도 한 발은 꾹꾹, 지금 여기 내딛는 일. 서로의 어깨를 믿는 일. 어디까지나 걸어가보는 일이라고.”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사랑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엿보게 됩니다. 갈등을 묻어버리지 않고 더 잘 지내기 위해 다툼을 선택하는 태도, 서로의 결핍을 고백하고 한 뼘 더 가까워지는 날들… “이런 게 진짜 연애구나. 나는 이제야 진짜 사랑의 세계에 발을 들였구나.” 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아직 사랑의 세계에 들어서지 못한 사람에게도 공감과 격려를 전합니다. 기대, 실망, 흥분, 긴장, 불안, 고독, 기쁨, 슬픔, 설렘, 두려움, 즐거움, 괴로움, 환희, 욕심, 좌절, 쓸쓸함, 허무함… 사랑과 삶을 둘러싼 다양한 감정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겼습니다. 부부가 함께 사랑하고 노동한 이야기를 치열하고 뭉클하게 담아낸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의 공저자 이지은님은 “그의 사랑은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열심히 가꾸고 수선해 드러내 보인 덕분에 충분히 아늑하다.”고 다정한 추천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 눈에 익어버린 얼굴. 내일도, 그 내일도 내 곁에 있을 거라 믿게 된 얼굴. 나는 이제 자다 깨어도 무섭지가 않다. 아이처럼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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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모두가 이 관계에서 충만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사랑이 충만해지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벼려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사랑은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열심히 가꾸고 수선해 드러내 보인 덕분에 충분히 아늑하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그 알알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삶이” 되듯이, 사랑도 그렇게 작은 것들을 하나씩 모아 가꾸어나가라고 권한다. - 이지은 (출판편집자,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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