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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그 푸른 생명의 시절, 사소한 얼룩과 무늬의 흔적을 찾아서
1. 빠금장의 환후 2. 작은 집 안팎의 지형, 물상들 3. 안동네의 자연 배경 4. 안동네의 전반적 인문지리 5. 먹을거리들-식물성 6. 먹을거리들-동물성 7. 이웃들(1) 8. 이웃들(2) 9. 이웃들(3) 10. 이웃들(4) 11. 호모 사케르, 증팔이의 추억 12. 사랑채의 사람들 13. 수상한 방문객들 14. 공동체의 대소사들 15. 씻기 16. 우물들 17. 불우한 가계 18. 엄마 19. 놀이들(1) 20. 놀이들(2) 21. 놀이들(3) 22. 놀이들(4) 23. 동굴 24. 국민학교 25. 등하굣길 에피소드 26. 운동회와 소풍 27. 첫사랑 28. 이사 후의 신세계 29. 놀이의 진화 또는 주전부리의 심화 30. 범표신발과 그 주변(1) 31. 범표신발과 그 주변(2) 32. 범표신발과 그 주변(3) 33. 콧물라면, 물쫄면 34. 기쁘고 슬픈 선생들 35. 중창단, 문학의 밤 36. 교회와 기독교 신앙 37. 신학적 자전기 38. 대학 생활과 그 이후의 청춘 39. 두 번의 자살 시도 40. 시카고 디아스포라의 세월(1) - 메코믹신학교와 그 주변 41. 시카고 디아스포라의 세월(2) - 메코믹 이후, 시카고대학교의 학풍 42. 이민교회(1) 43. 이민교회(2) 44. 후기 - 아스라한 디아스포라의 나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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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마들렌 빵 냄새를 열쇠구멍 삼아 그의 풍성한 유년기를 복원해냈다.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그리움의 원형인 그곳을 흑백사진의 희미한 윤곽이라도 살려 내 지친 중년의 삶에 한 바가지 시원한 샘물을 공급할 수 있을까.
* 앵두 열매의 그 발그레한 이미지에서 소년은 어렴풋이 모종의 순정을 감촉했을까. 앵두가 익어가는 봄날엔 소년의 여린 감성의 촉수도 덩달아 벙그는 듯했다. * 뒷동산 너머의 지세는 까마득한 평야 일변도로 소년의 좁은 시야로는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매우 광활하였다. 나는 뒷동산에 올라가 그 밑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가끔 바라다보며 언젠가는 이 시골을 떠나 저 평야 건너 미지의 세계로 나가 광활한 바깥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열망을 불태우곤 하였다. * 내 유년기의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햇볕에서 흘러들어온 그 따뜻한 감각이 소년의 고독 깊숙이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현재의 시간이 흘러갈 머나먼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일이 그렇게 뭉실뭉실 내면을 수놓으며 잦아졌다. 소년에게 바야흐로 몽상과 사색을 징검다리 삼아 내면의 풍경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 우리 몸을 스쳤던 그 시절 그 고마운 물은 지금 제 몸을 갈고닦아 도통했을는지 모를 일이다. 모두 바다에 모여 옛날 우리 동네를 맴돌면서 만난 추억을 그리워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시를 읽으면 지금도 설렘의 온기가 심장에 고인다. 모든 세상사가 동화로 변모하고 마구마구 기도하고 싶어지고 내 영혼은 꽃으로 변신할 듯하고 햇빛처럼 날아갈 듯하다. * 탐욕의 총량이 증폭한 시대일수록 조그만 이익과 손실의 편차에도 광분하기 쉽고 폭력적인 해를 끼치는 사태가 잦아진다. 반면 그 시절 가난한 유년기의 음지에서 만난 분들, 점포를 맞대고 장사하던 그 이웃들은 군자나 현자는 못 되었지만 수더분하게 온정을 나눌 줄 알았다. * 내 신앙의 기원은 허다한 장삼이사들처럼 모태신앙도 아니었고, 감동적인 아무개들처럼 극적인 회심을 거친 뒤 불타는 사명감으로 이글거리는 충량한 복음주의자와도 거리가 멀었다. 그저 엉거주춤한 포즈로 나는 우울한 낭만의 겨드랑이를 긁적이며 신학이란 낯선 세계를 엿보고자 두리번거리던 변두리의 한 어설픈 이방인에 불과했다. * 방황과 방랑의 시절, 나는 불효막심하게도 내 생명을 스스로 마감하려는 극단적인 짓을 마치 모험하듯 저지르려고 두 번이나 벼랑 끝으로 성큼 다가간 적이 있다. * 그리움의 저편 잊었던 것들이 시시때때로 번개 치듯 뇌리를 스치면 내 영혼은 몸살을 앓는다. 어지러운 파편이 되어버린 그 모든 순간의 기억들을 뚝 떼어 영원의 무대 위에 현상하고 싶어 하는 몸부림을 통째로 품고 다닌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