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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아주 옛날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그는 원래 변호사였다. 그러므로 전관예우를 받는 전관 경력은 없다. 국제거래와 금융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전문 변호사였고 유명한 법학자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이들 분야에서 120여 편의 학술 논문과 판례평석을 발표했고 벽돌처럼 두꺼운 법학 전문 저서 12권을 발간했다. 이들 저서는 법조계에서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다. 신용장 법학을 도입하고 정립하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하였다. 그는 인생역정에서 아주 뒤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명작가이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은 필연적으로 법적인 쟁점을 내포하
아주 옛날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그는 원래 변호사였다. 그러므로 전관예우를 받는 전관 경력은 없다. 국제거래와 금융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전문 변호사였고 유명한 법학자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이들 분야에서 120여 편의 학술 논문과 판례평석을 발표했고 벽돌처럼 두꺼운 법학 전문 저서 12권을 발간했다. 이들 저서는 법조계에서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다. 신용장 법학을 도입하고 정립하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하였다. 그는 인생역정에서 아주 뒤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명작가이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은 필연적으로 법적인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비판적 리얼리즘과 정확한 언어에 기초한) 다양한 법률적 쟁점과 우리가 법조계라고 부르는 특수한 세계의 이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회소설을 쓴다. 그러므로 법률소설 (이건 그가 붙인 이름이다)을 개척한 진정한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법학박사, 변호사, 국민대 법대 교수 (전), 법률신문 논설위원 (전), 2011년부터 지금까지 법조계에서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변협 발행 학술지 『인권과 정의』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략 1,000여 편의 논문 심사와 편집에 참여했다. 기업은행 국제거래 전문 고문변호사 (전), 기업은행 행복나눔복지재단 감사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감사 (전)
저서로는 장편소설『사하라』와 『광화문 광장』중편소설집 『달빛 죽이기』, 『무진기행, 그 후』, 단편소설집 『인간 해방』, 『아버지와 아들』, 『우리들의 시간』, 『귀휴』, 『티베트 기행』, 에세이집『변호사가 웬 소설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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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1쪽 | 140*215*20mm
ISBN13
9791190526692

책 속으로

그가 처음 소각로를 담당했을 때 실내에 배어있는 살과 뼈가 타는 미묘한 냄새 때문에 현기증이 났고 몇 번이나 토하기까지 했다. 코를 찌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냄새 때문에 폐가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묘한 흥분도 느꼈다. 어떤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생긴 걸까. 공포와 흥분과 환각의 뒤섞임. 이제는 별로 무섭지 않았고 소름조차 돋지 않았다. 그는 매번 자신의 육체가 지금 불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면 온몸에서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하고 그런 다음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몇 달을 지나고 나면서부터 사지가 절단되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시체의 경우에도 실제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그냥 살덩어리로 보였다.

나트랑에서 처음 나온 외출이었다. 나는 많이 회복되었지만 정문을 나서면서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고 걸음걸이가 약간 불편했다. 그러나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가뿐했다.
나는 월남 인력거를 타고 야자수가 하늘거리는 바닷가 긴 백사장을 지나서 한가하게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가끔 람부레타와 햇빛을 가리는 둥근 모자를 쓰고 아오자이 자락을 펄럭이는 꽁까이가 운전하는 오토바이가 앞질러 갔다. 그리고 노란 가사적삼을 입은 몇몇 승려들이 앞장서고 검은 만장을 든 행렬을 앞세운 상여와 마주쳤다. 그러고 나서 무작정 거리를 걸었다. 칸 호아성청 앞 노점에서 콜라를 시켜 마셨다. 성청을 드나드는 공무원들로 보이는 사람들 중에 남자들은 주로 짙은 색 회색 바지에다 짧은 반소매 흰 와이셔츠를 입었고 여자들은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에 밝은색 양장차림이었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어쨌거나 군인은 오로지 국가의 명령만 따르면 되니까. 어찌 우리가 국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었겠는가. 그 전쟁이 옳았는지 어땠는지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면 우리들은 모두 육체적 정신적 상처 없이 멀쩡하게 살아서 귀환했을까?
내가 참전의 혼란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나의 삶 자체를 총체적으로 당혹스러워했던가?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잖은가. 삶이 맹목적이듯 전쟁이 맹목적이면 어떤가. 하지만 전쟁터에서 제대로 치러진 작전에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명예롭게 적의 총탄을 맞은 것도 아니고 그저 열대병에 걸려서 죽음 직전에까지 이른 것은 참전용사로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랬다. 멋쩍은 일이었던 것이다.
내 마음속에 그 충격적인 순간들의 이미지가 혼란스럽게 뒤엉키면서 아른거렸다. 자살을 한 김 하사나 탈영을 감행한 김 병장과 비교한다면, 나는 자기중심적이고 가식적인 어쩌면 비굴한 위선자일지도 모른다고 깨닫자 내 입가에 악의적인 비웃음이 떠올랐다. 스스로에게 실망한 것이다.

우리는 총격전에서는 언제든지 반격할 기회가 있었다. 더욱이 우리의 화기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니까. 그러므로 매복 공격을 받았을 때 첫 번째 집중사격에 당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지뢰에 걸리면 쾅 터지는 폭발과 함께 끝난다.
파월 장병은 원칙적으로 복무기간이 1년이었다. 그러나 전사자는 대부분 월남에 온 지 석 달 만에 전투 중 사망한다. 풋내기 시절에. 나는 이 기간을 무사히 넘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충돌이 일어나서 몇백 명씩 죽는 일은 없었다. 우리는 그때그때 한 번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 우리는 죽으면 집으로 돌아간다.
태양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소총을 걸머진 채로 벌써 8시간을 걸었다. 소총을 오른쪽 어깨와 왼쪽 어깨에 교대로 메고 걸었지만 소총은 계속 철모와 배낭의 버클에 부딪혔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야생화로 덮여서 울긋불긋했고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전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평탄한 길은 끝났다. 대나무 숲과 가시가 돋친 덤불과 칡넝쿨과 갖가지 식물들의 줄기와 잎과 덩굴들이 마구 뒤엉켜있는 밀림 속 길은 점점 더 험해지고 있었다. 밀림은 어두침침했고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았다. 오직 열기와 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별안간 산들바람이 한 줄기 불면서 나뭇가지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산속의 침묵을 깼다. 산새들이 놀라서 울음소리를 냈다.
유년시절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무릎 바로 위에 둥글게 패인 지금은 희미해진 수술 자국은 그때의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상기시켜 주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면 내 영혼 속에 아로새겨진 그 시절의 아련한 풍경이 떠오른다. 내가 일일이 제멋대로 이름을 만들어주었던 작은 동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뿌리 깊게 박혀버린 회색 바다. 그 바다는 너무 심오해서 설명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그때 1년 동안이나 학교를 쉬었다. 그러나 다음 해 5월쯤 무난히 4학년으로 올라갔다. 그 옛날 워낙 산골짝 시골 학교였으니 한 학년은 한 반에 불과했고 한 반은 학생 수가 40여 명 남짓했다.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풍남국민학교 11회 흑백 졸업 사진이 여지껏 남아있으니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아내는 사진 속에서 금방 나를 찾아냈다. 나의 자아 정체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절대 변할 수 없는 본질이 사진 속 얼굴에 이미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호치민은 가냘픈 몸매, 구부정한 등, 듬성듬성한 염소 수염, 부드러운 눈동자, 짚으로 만든 샌들, 고무줄을 넣은 헐렁한 바지를 입은 영락없는 촌로였다. 평생을 베트남 독립에 몸 바쳤던 그를 가리켜 베트남 사람들은 친근하게 ‘호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는 홀홀단신으로 살다가 1969년 9월 3일 79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9월 9일 그의 장례식에서 군악대는 ‘남베트남을 해방하라’는 곡을 몇 번이나 연주했다.
나는 그때 소총 소대의 말단 소총수로 매일 그 지루한 정찰 수색을 나갔다. 우리는 그가 죽은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아무도 그 소식을 전해 주지 않았으니 우리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지도 않았다. 설령 알았다고 한들 손뼉을 치면서 환호했을 리는 없다. 그가 죽은 후에도 전쟁의 양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호치민을 정점으로 한 베트남의 정치 지도자들은 청렴성과 도덕성 때문에 인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 호치민의 사후에도 서방 언론의 예측과는 달리 지도자들은 반목과 대립을 하는 대신 굳게 뭉쳐서 전쟁을 계속했고 마침내 승리했다.
이 전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베트남 민족이 거둔 위대한 승리였다. 공산주의는 외피에 불과했고 깊은 속살에는 약소민족의 끈질긴 민족주의가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물리적 군사력이 아니라 불굴의 정신력과 의지, 무한한 인내심에 의해 기나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소설은
역작 『사하라』로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된 유중원 작가가 쓴 전쟁소설이다.
장편소설 『인간의 초상肖像』 주인공은 1969년 2월 부산항 제3부두에서 미 해군 수송선에 승선하여 일주일간 긴 항해 끝에 베트남 남쪽의 나트랑(나짱)항에 도착한다. 거기서 미군 보급창 기지가 있는 캄란 베이 입구 수진마을 근처 백마부대 30연대 본부 소총 소대의 말단 소총수로 배치되어 20개월 동안 베트남 전쟁을 치루고, 1970년 10월 미 해군 수송선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서 귀국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명령에 따라 싸울 뿐인 주인공은 왜 싸워야 하는지 끊임없이 의문이 든다. 주인공을 비롯한 월남파병 군인들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보충병에 불과했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개성을 지닌 인물이건 군복을 입는 순간 똑같은 전쟁부품으로 취급받는 순간순간을 소설은 카메라의 눈처럼 정확하고도 세밀하게 보여준다. 전쟁터에 던져진 그들이 열대의 폭우, 맹렬한 더위, 위협적인 정글, 전투를 위한 끝 모를 행군, 화약 냄새, 오줌 냄새, 피 냄새, 시체 썩는 냄새를 견디며 자신이 개성과 존엄을 가진 인간임을 망각하는 현장과 심리를 리얼하면서도 심오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에서 참혹한 전투 경험, 전쟁의 허무, 전쟁에서 귀환 후 겪은 트라우마, 인간의 발가벗겨진 모습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외상을 입어 삶의 좌표를 잃고 표류하는 많은 군상을 다루면서 흐느적거리는 느낌 하나 없이 서사적 긴장을 단단히 조이는 묵시록적이면서도 압축적인 문체를 통해 ‘한국문학’이라는 견고한 레떼르를 넘어서고 있다.

그것은 이 소설이 흔한 전쟁소설의 범주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삶의 연장 선상에 있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의 기억과 망각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가의 모든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현재, 전직 고등학교 교사, 그 전에는 오랫동안 시간강사, 매월 얼마간의 연금을 받는 월남전 참전 유공자, 외손자와 외손녀를 하나씩 둔 할아버지인 늙은이다. 그 늙은이는 점차 소멸되어 가는 추억의 희미한 발자국을 반추하면서 인생의 성공과 좌절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결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원인과 결과 영역 밖에 있는 어떤 것의 성찰에 몰두하고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더 이상 속여서는 안 된다는 솔직함 때문이다. 장편소설 『인간의 초상肖像』은 주인공의 그런 인식의 치열한 결과물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시종일관 묻는 ‘인간에게 실존의 조건은 무엇인가?’하는 것은 어떤 궁극적인 존재론적인 질문이 아니다. 살아 숨쉬는 실제 인간의 삶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삶의 궤적, 삶의 유동성, 의식과 무의식의 심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사하라』의 주인공이 사막에서 끊임없이 되묻는 질문이면서, 『인간의 초상肖像』 주인공의 질문이면서, 작가의 질문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전쟁소설은 기억과 상상의 혼합물이다. 기억에만 의존한다면 그것은 회고록이나 수기일 뿐이다.
나는 성장소설이나 사회비평소설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므로 냉전시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념 대결에서 서로 이념적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벌이는 말의 잔치가 주제가 될 수 없다.
참혹한 전투 경험, 전쟁의 허무, 전쟁이 가져오는 인간의 비극, 전쟁에서 귀환 후 겪는 트라우마, 인간의 발가벗겨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도 아니다.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의 기억과 망각에 관한 이야기.

모든 전쟁의 공통점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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