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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코난이 뿔났다
이애연 소설집
이애연
도서출판도화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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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피할 수 없는 길
홀로가는 길, 영면(永眠)
연애는 신기루
결혼을 부탁해요
빛나는 유산
불멸의 DNA
그 집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

저자 소개 1

2013년 월간지 [한국수필] 5월호 수필 등단, 2016년 계간지 [문학의식] 여름호 소설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국제PEN 회원. 작가포럼 감사, 신소설 동인, 아시아포럼 이사. 수상 2016년 12월 [문학과의식] 소설 부문 신인문학상 / 2021년 11월 ‘경기도 문학상 본상’ 수상. 저서 『눈썹 꽃길에서 길을 찾다』, 『그 사랑 진짜였을까?』,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80g | 140*210*14mm
ISBN13
9791190526760

책 속으로

‘신은 왜 젊은 생명을 지켜주지 않을까?’
‘신은 도대체 있기나 한 걸까?’
느닷없이 빼앗긴 청춘의 생명이 안타까워서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할 때도 있었다.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억울한 죽음을 애도 할 때마다 너무 일찍 내 곁을 떠난 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끔 피골이 상접된 몸에 각종 의료 기구를 매달고 생명을 부지시키는 고령 환자를 볼 때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유모를 화가 치밀기도 했다. 그 상태로 연명 한다는 게 생지옥이지 싶었다.
‘신선한 공기를 더 이상 마실 수 없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의 맛을 느낄 수 없고, 육즙이 흐르는 고기 씹는 맛을 즐길 수 없고, 배설의 쾌감을 느낄 수 없게 되고, 아름다운 시를 낭송할 수도 없고,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 할 수도 없고, 아기의 보드라운 뺨이 주는 행복한 촉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면, 도대체 무슨 근거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중환자가 죽어 나간 빈 침대 위에서 온갖 생명 연장기구를 매단채로 허망하게 숨졌던 아버지의 환영이 보이기도 했다.
--- 「피할 수 없는 길」 중에서

그러나 서연이 바쁜 일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불 꺼진 집에는 적막이 흘렀다. 컴컴한 방에 불을 밝히고 TV의 볼륨을 높여서 고요함을 쫓아내지만, 사방에 송진처럼 들러붙은 쓸쓸함은 좀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집요하게 맴도는 첫사랑의 잔상이 서연을 더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매정하게 차 버렸던 첫사랑에 대한 죄책감은 형벌처럼 뼜속 골수에 박혀버렸다. 실연에 방황하던 첫사랑의 취중 실족사에 서연이 결코 무관하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빈한 첫사랑을 배신하고 재물의 유혹에 넘어갔던 서연의 결혼생활이 불임증과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은, 사랑 없는 결혼을 택했던 어리석음에 대한 형벌이라는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서연은 주홍글씨처럼 이혼녀의 문신을 가슴에 새긴 채…, 어떤 사랑에도 빠져들지 못했다.
--- 「홀로 가는 길 영면永眠」 중에서

유라를 여생의 동반자로 간절히 원했던 철민과는 다르게, 유라는 그와의 만남 횟수가 거듭 될수록 울 속에 갇히는 느낌이 들었다. 철민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샘물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본심을 확인했다. 유라는 그저 작가와 독자와의 인연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결혼에 집착했다. 그의 집착과 속박감이 싫었던 유라는 서둘러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유라는 차마 그의 얼굴을 맞대고 이별을 말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또다시 무너져 내릴 그의 어깨를 지켜볼 용기가 없었다.
유라는 그들의 매신저였던 스마트폰의 카톡으로 정중하게 이별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작도 카톡이었으니 끝냄도 카톡’으로 하는 게 오히려 쉬웠다.
“우리의 카톡 만남은 한낱 신기루였어요.”
계절이 세 번 바뀔 무렵에 철민의 스마트 폰을 향해서 ‘사라진 신기루의 현상’을 착잡한 기분으로, 신중하게 선택한 단어들을, 한자 한자 고심하며 찍어 보냈다.
--- 「연애는 신기루」 중에서

학교 설립 자금의 모금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용주 형제 덕분에 이천 군수는 천군만마의 지원을 받은 기분으로 모금 운동을 가열 차게 펼쳤다. 지역 유지들에게 기부를 권유하는 일은 용주형제가 발 벗고 앞장섰다. 공립 중^고등학교 설립을 간절히 소망했던 이천 군민들은 용주 형제의 통 큰 기부에 깜짝 놀랐고 크게 감동했다.
그 덕에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있던 유지들은 소신껏 모금에 힘을 더했다. 열화 같은 성원의 결과로 용주 형제가 기부한 돈 11만 엔까지 합해서 총23만 엔이 이천군에서 모금되었다. 1만 5천 엔을 기부해준 분이 1명, 1만 엔을 기부해준 지역유지들이 5명, 그 외에 형편과 소신대로 8천 엔, 5천 엔, 1천 엔 등등… 이천 군민 스물 네 분이 학교 설립 모금에 동참을 했다.
이천군은 정부에서 15만 엔을 지원 받은 후, 모금한 돈을 합해서 봉주가 기부한 십만 평의 땅에 공립고등학교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 「빛나는 유산」 중에서

그 집은 오래전에 불꽃으로 사라졌지만 초희 가슴 속에는 슬프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옛 추억의 불씨를 살려내려는 듯 초희의 가슴은 서서히 달아올랐다. 소환하고 싶은 추억들이 활화산이 되어 터지려는 듯 심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은 압력밥솥 수증기 빠지는 소리를 내며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수십 년간 묻어두었던 희로애락의 스토리가… 화산처럼 터지려는 신호를 보냈다.
--- 「그 집」 중에서

“친구를 만나러 나갔던 22살 의대생이 한강 물속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뉴스를 TV에서 보기 전 까지만 해도 복자는 세상의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단순하고 낙천적이고 평범한 주부였다. 세상 돌아가는 정치 얘기에도 치솟는 아파트 시세에도 관심이 없고, 그저 눈물 많고 감성적인 여자였다. 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의협심에 불타서 가끔 오지랖을 떨기도 했다.

---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소설은
이애연 작가가 두 번째로 펴내는 소설집으로 8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그 가운데 「빛나는 유산」 「불멸의 DNA」 「그 집」 3편은 작가의 친할아버지 형제의 삶을 소설화한 전기 소설이다.
「피할 수 없는 길」은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여자의 ‘피할 수 없는 길’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여장부였던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온갖 험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영면에 들기까지의 과정을 치열하게 보여주어 인간의 삶에서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홀로 가는 길 영면永眠」은 독서 모임에 만난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병약한 몸에 목이 돌아가는 ‘근 긴장 이상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송이는 안락사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위암4기 남자와 함께 안락사를 하려고 스위스로 출발하고, 그런 그녀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던 서연은 이혼녀라는 문신을 가슴에 새긴 채 어떤 사랑에도 빠져들지 못하고 외롭게 살다가 고지혈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돌연사한다. 알 수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묘사하면서, 인생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연애는 신기루」의 유라는 비혼주의자이다. 언제 봐도 에너지 넘치는 건강 미인인 그녀는 책을 출간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 영화를 만들고, 주연배우로 출연까지 한다. 그런 유라가 비혼주의로 사는 것은 남편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집착 때문에 우울하게 살다 간 어머니의 일생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변기 모서리에 머리를 박아 정신을 잃었다 간신히 살아난 유라는 그 후로 지독한 돌연사 트라우마로 시달리다가 ‘작가 블로그’ 강철민을 만나 그의 정성과 사랑에 감복하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울 속에 갇히는 느낌이 들어 헤어진다. 강철민을 위해 작별을 선택한 유라가 마지막으로 뱉은 “신기루였을 뿐이야. 나처럼 자기애가 강한 여자는 결혼보다는 비혼이 더 적합해” 하는 독백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삶에 대한 동경의 뜨거움과, 자신을 처절하게 들여다보는 차가운 인식을 가진 유라의 이중적 시선이 만들어내는 아우라의 깊이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결혼을 부탁해요」는 결혼정보회사 중매의 달인 김나래 팀장의 일상과 우리 시대의 결혼 풍속을 그리고 있는 세태소설이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음화로도 읽힌다. 「빛나는 유산」 「불멸의 DNA」 「그 집」은 전주 이씨 정종의 아들 덕천군의 21대 손 작가의 가문 역사 중에서 최근 6대에 걸친 150년 동안의 스토리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한 가문이 이룬 부와 탄생과 소멸에 대한 흥망성쇠를 그리면서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선각자적인 업적을 남긴 빛나는 DNA의 자긍심을 되찾고 느끼는 장면이 아름답게 와 닿는다. 표제작인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는 사람들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을 추리 기법으로 재구성하고, 여러 가지 소설적 장치를 이용하여 허구로 만든 이야기를 통해 완성도를 높인 소설이다. 영화 시라니오처럼 선명하고 구체적인 장면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처럼 이애연 작가의 소설집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는 일상에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몸의 언어를 통해 삶의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 치매에 걸리고, 희귀병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돌연사 트라우에 시달리고, 좋은 가문과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고,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거부가 되고, 쇠락한 집안의 구성원이고, 한강에서 실종되었다가 사체로 발견된 몸과 욕망 등을 소재로 다루면서 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몸의 언어를 응시한다. 그러면서 그 행위들이 지닌 단순한 원초적 속성을 통해 인간 삶에 대한 내밀한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애연 작가가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에서 응시하는 몸의 언어에는 제도화된 위선에 대한 위악과 냉소가 깔려 있지만, 또한 우리들 삶의 윤리적인 지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발랄하면서도 고상한 소설이다.

작가의 말

소설가로 등단을 한 후, 밤낮 안 가리고 미친 듯이 소설을 썼습니다. 그리고 등단 1년 만에 첫 단편소설집 ??그 사랑 진짜였을까???를 출간 했을 때, 지인들은 분에 넘치는 찬사를 보내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5년이 흘렀습니다.
전염병 코로나가 전 세계를 공포와 격리상태로 만들었고, 방콕 생활을 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되돌아보니…, 소소하고 일상적인 소확행의 생활을 빼앗긴 대신, 방안에 칩거하면서 얻은 것도 있었습니다.
내면의 성찰과 더불어 글을 쓰기에 적합한 시기였습니다. 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활동에서 격리된 3년간 집필에 몰두했고, 두 번째 단편소설집을 탄생시켰습니다.

추천평

“소설을 잘 쓰려면 잡학사전이 되어야한다”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영역의 학문과 예술을 두루 체험하고 통섭統攝하라는 뜻이다.
소설은 사람과 사회, 그리고 자연을 탐구하는 예술이다. 그러자면 사람과 세상을 넓고 깊게 이해하지 않고는 좋은 소설을 쓰기가 힘들다.
이애연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에 실린 8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문득 그 말을 다시 떠올렸다. 이애연 소설가는 수필가로 등단한 뒤 소설가가 되었고, 여기에다 연기와 영화촬영까지 공부하고, 단편영화에 출연도 하고 촬영하기도 한다. 예술은 이렇게 서로 통섭한다.
이 작품집에 실린 8편의 단편 소설들은 작가의 이런 체험에서 숙성되어 낱낱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소재로 마치 영화를 촬영하듯 다른 각도로 서사를 구성하여 주제를 심화시키고 읽는 재미도 높였다. 특히 표제어가 된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는 실제 일어난 의대생 사건을 추리 기법으로 재구성하고, 소설 장치를 이용하여 전혀 다른 허구의 이야기로 완성미를 높였다. - 김호운 (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무릇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재미는 비로소 가슴 벅찬 감동을 자아낼 때 긴 여운을 남긴다.
이애연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나는 언제나 이런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곤 한다.
단편 소설집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읽는 맛이 한결 더 깊어졌다고 할까? 독자의 눈을 끌고 나가는 가독성이 여간 아니다. - 김호진 (소설가·노동부 장관, 고려대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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