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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반점
정훈
함향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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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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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사랑의 미메시스 영주동
중구청메리놀병원 버스정류장
기별奇別하는 말의 들목에서 뒤돌아본다
비오는 날의 행간

일식
가는 날
연산동
새들반점
필리오케 3 엔제리너스 보수점
행복
11월
나는 살아계시는가
비가 남포동 선창가에 찾아와선
사랑의 미메시스 너의 뒷모습
계림 영역
부산명태찌짐집
꽃보다
동광동 멸치쌈밥집
너는 모른다
보수동 달팽이

2부
덕천
갈대
숙등역
낙지를 먹으며
나사와 자유
바닥
느낌
배추꽃
어머니 발톱
4월
당신 문고리
신반행
사흘론
눈꽃
저만치서 걸어오는 저녁
한계령 영구임대아파트
쥐며느리
스케치, 이미지의 넋

3부
아직 오지 않은 그대에게
다시
고故
물곡
무덤 속에 피는 꽃
밤의 착상
빈집
어떤 늙은이가 생각나는 날에 쓰는 시
나는 살아있는가
그 너머로 넘어가는 것
흔들리는 자모들의 빈방
비와 빗물, 습작을 위한 아포칼립스
안개
회전
inception
사무실을 나서며
전경 오후 5시 45분의 거스름
화목
집 고현철 교수
이 세상에 없는 오후
사랑의 미메시스
글은 모든 그리움들의 무덤

발문: 고영란(상지건축 대외협력본부장, 인문무크지 《아크》 편집장)
김상훈(부산일보 독자여론부장)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문학평론가. 1971년 마산 석전동에서 태어나 창원 성주동, 의령 유곡면(송산리)과 궁유면(압곡리)을 거쳐 지금은 부산 영주동에 살고 있다.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약시와 투시, 그 황홀한 눈의 운명 - 기형도론」으로 등단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김지하 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부산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 등에서 문학과 교양을 가르쳤다. 저서로는 평론집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과 공저 『지역이라는 이름의 아포리아』 외 다수가 있다. '절영파' 동인으로, 바람처럼 풀처럼 연락이 닿을 때쯤 우리는 시
문학평론가. 1971년 마산 석전동에서 태어나 창원 성주동, 의령 유곡면(송산리)과 궁유면(압곡리)을 거쳐 지금은 부산 영주동에 살고 있다.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약시와 투시, 그 황홀한 눈의 운명 - 기형도론」으로 등단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김지하 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부산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 등에서 문학과 교양을 가르쳤다. 저서로는 평론집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과 공저 『지역이라는 이름의 아포리아』 외 다수가 있다. '절영파' 동인으로, 바람처럼 풀처럼 연락이 닿을 때쯤 우리는 시와 삶을 입에 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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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7쪽 | 146g | 112*184*8mm
ISBN13
9791197881404

책 속으로

백산기념관 맞은편 멸치쌈밥집에 들어가면 이상개 시인의 시 '멸치쌈밥집'이 마치 사업등록증처럼 붙박혀 있음을 보게 된다 괴정 순덕이네 시락국집엘 들어가면 류명선 시인의 '순덕이네 시락국'이 출입허가증처럼 벽의 전면을 장식한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다 말인즉, 우유부단학파의 거두로 시단을 풍미했던 송제 선생이 드시고 그 맛을 인정했음을 만천하에 알린 증표가 '멸치쌈밥집'이 아니겠으며, 또한 투박하면서도 질긴 심지의 류명선 시인이 '순덕이네 시락국'을 씀으로써 맘 놓고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셈인 것이다

무던히도 들락거렸다 멸치쌈밥집
오늘 나는 늦은 점심을, 푹 삶아졌으나 형체 그대로인 멸치를 쌈에 밥과 된장을 얹어 해결했다
이만하면 됐다, 시달리면서도 꺾여 피 흘리면서도 본체 망각하지 않고 꼿꼿하기만 하면 되었다
--- 「동광동멸치쌈밥집」 중에서

사내들이 흘리고 간 눈물을 길고양이 한 마리가 응시하는 밤이 있다
항용 전설로만 밤을 지새워야 하는 날이 있듯이, 때때로 숨이 멎고서야 움트는 역사가 있다
그런 날이다
우리는 비린내를 흠뻑 뒤집어 쓰고서야 돌아갈 집을 기억해낸다
아직 씻겨 내리지 않은 고름들을 생선 창자처럼 저 태평양으로 흘려보내고 싶지만, 비는 영문도 모른 채 내 등 뒤로만 몰아치는 날이 있다
화사한 웃음과 발걸음이 증발되고 남은 자리에 오래 전 떠났던 사내들이 흐느끼며 정렬해서는 꾹꾹 찾아오는 날이 있다
--- 「비가 남포동 선창가에 찾아와선」 중에서

아흔도 거뜬히 넘긴 듯한 노파가 반쯤 접힌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들어와서는 짜장면을 시킨다
새들처럼 지아비 날려 보내고 자식들마저 둥지를 떠났겠지
숙취에 겨워 종일 누워 있다 허기를 달래려 찾아 든 새들반점, 나는 중력에 못이겨 시름하며 가까스로 짬뽕을 넘기지만
노파, 마치 세상을 굽어보듯 팔꿈치 가지런히 올리고선 끼니를 건져 올리신다
노파와 나는 똑같은 의식을 벌이지만 대체 왜 내 몸은 가라앉고 노파는 홀가분해지는 것만 같으냐
새들처럼 날아가지도 못하면서 어찌 나는 기어이 숨어들려고만 하는가

--- 「새들반점」 중에서

출판사 리뷰

몇 번의 윤생輪生에도 낯선 그의 등짝에 피어난 고독
그에게 공간은 inception이자, 아포칼립스의 반복이다. 본래면목을 가지기 위해 영혼의 주파수를 맞추다 스스로 태우지 못해 무너뜨린 후 지평이 삐걱거리며 일어서는 장엄한 광경을 맞이하는 것이 창조의 씨앗임을 그는 알고 있다. 고독이, 절망이, 통곡이 곧 탄생이자, 서원을 일으키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그 과정의 중심에 본원적 그리움인 ‘어머니’가 있다. ··· 애써 들춰내고 싶지 않은, 영영 모른 척 지나가면 좋을 것들까지 꾸역꾸역 끄집어내는 건 고통스럽다. 몸에 박힌 작은 가시를 뽑지 않으면 곪듯이 마음에 꾹꾹 눌러 담은 것도 드러내지 않으면 치유되지 않는다. 보고 싶지 않은 삶의 밑바닥까지 건져내 괜찮다고, 그러니 너도 살라고, 서로가 서로를 다독여주는 작업이 문학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시집 『새들반점』을 통해 하게 된다. ··· 나약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처럼 가슴 울리는 것은 없다. 웅얼거리듯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그의 시를 자세히 곱씹어 보면 지리멸렬한 삶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여기 꿈틀거리는 생명이 있다고 옹골차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 나는 그가 시인이 될 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는 시인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의 그리움은 모든 글에 닿아 있다. 평론이든, 시든, 그리고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몇 번의 윤생輪生에도 낯선 그의 등짝에 피어난 고독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감싸 안을 때까지 말이다.
- 고영란 (상지건축 대외협력본부장, 인문무크지 [아크] 편집장)

시인의 말

내게 2010년과 1995년이 남기는 이미지가 있다.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해였지만, 온기 머금은 손으로 내 싸늘한 목덜미 어루만지면서 괜찮다, 아무 일 없다며 함께 먼 하늘을 바라보다 쉬 흘러 보내곤 하던 꿈결 같은 해였다.
시집을 내는 일도 그리 흘러갔으면, 그래서 더 이상 마음에 매여 있지 않고 훗날 때때로 떠오르기도 하는 안온했지만 부끄러웠던 짓이었음을 알았으면.
가을 어느 날, 어지러운 장바닥에 멍하니 홀로 걷다 우연히 마주친 친구 얼굴처럼 내 시가 좀 더 서먹서먹했으면. 그래서 쉽게 초대할 수 없는 당신이었으면.

추천평

오래 아껴두었던 문장 하나를 꺼내기로 했다. ‘아름다운 곳에 왔을 때 비로소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이다. 내가 이 문장을 떠올려놓고, 오래 아낀 이유가 있다. 내 삶이 거기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아름다운 곳에 혼자 갔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아무도 없었다. 비로소 외로웠다. 그리고 아까웠다. 그 아름다움이.
나는 새들반점을 안다. 새들맨션 일층에 새들반점이 있다. 수더분하고 낡아보이지만 정겨운 곳이었다. 낡은 식탁엔 투명한 비닐 식탁보가 깔려 있었다. 간짜장을 시키면, 달걀이 달처럼 커서 흐뭇했다. 아저씨가 배달 나가는 부릉부릉 소리를 들으며 간짜장을 먹을 때 새들 새들 새들 새들…날렵하고 산뜻하며 아련한 그 이름을 떠올렸다.
정훈의 시집 ‘새들반점’을 홀로 읽고 나니, 혼자 읽기엔 그 아름다움이 아깝다. 그런데 외롭지가 않다. 나도 모른 채 지나쳐 온 내 삶을 거기서 만났기 때문이지 싶다. - 조봉권 (국제신문 기획에디터 겸 기획탐사부장)
정훈의 시는 안개로 가득 차 보이는 세상에 대한 존재의 이면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씨줄과 생과 죽음이라는 날줄이 직조된 시 편들을 곳곳에서 우리는 마주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시공을 엮은 생과 죽음은 '결코 지키지 못할 빈 시간대의 허망'이며 '반가워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게 되는 간격'이다. 「아직 오지 않은 그대에게」 말하는 전편에 걸친 쓸쓸한 고백들. 정훈은 '참 잘 익은 놀빛 언어'를 펼친 '생각의 파노라마' ‘그 사이사이의 고통과 절망의 법규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글은 모든 그리움의 무덤」이라 고백하는 평론가이기 전에 이미 시인이다. 독자들은 이번 시집을 통해 정훈 시인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대상인 「이 세상에 없는 오후」와 「사랑의 미메시스」 그리고 「저만치서 걸어오는 저녁」과 같은 존재에 대한 그리움들을 시집 곳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채종국 (시인)

리뷰/한줄평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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