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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봉순이 언니가 또 사라졌다며 별일 아닌 듯 나에게 전화를 건 어머니. 언니는 어디로 간걸까? 내 기억은 어느 새 1960년 그즈음으로 돌아간다. 봉순이 언니가 나를 귀여워 해주던 그 시절로. 2회 아버지란 사람이 집으로 왔다. 하지만 당시 내 기억 속에 아버지란 없었다. 이상한 것은 언니와 오빠는 아버지란 사람을 잘 아는 듯 했다. 도대체 아버지란 저 사람은 누구지? 3회 아버지란 사람은 나와 봉순이 언니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섰다. 얼마 후 아버지는 번듯한 직장에 취직이 됐고, 우리 집은 아랫동네로 이사를 갔다. 하지만 난 거기서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됐다. 봉순이 언니가 있던 세상과는 아주 다른 혼란스러운 세상을. 4회 이사를 온 후 봉순이 언니는 바람이 난 거 같다. 내게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이웃집 식모 미자 언니를 만나게 된다. 그 언니는 나에게 선데이 서울이라는 책과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빨간 물, 그리고 담배를 알려주었다. 5회 오늘은 봉순이 언니와 함께 동네 세탁소 말대가리 청년 병식이를 만났다. 내 어머니보다 봉순이 언니를 업신여기는 말대가리. 하지만 그 둘 사이는 언젠가 선데이 서울에서 본,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그런 사이 인가 보다. 눈물이 난다. 6회 어머니의 다이아 반지가 없어졌다. 그 다음 날, 어머니의 친구인 '업이 엄마'란 사람이 와서 봉순이 언니를 마구 때리며 그 반지를 내 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밤 봉순이 언니는 없어졌다. 7회 봉순이 언니 대신 들어온 미경 언니. 며칠이 지나지 않아 미경이 언니도 자기 고향집으로 도망가버렸다. 어머니는 푸닥거리라도 해야 겠다고 했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늦가을의 햇살이 비치던 날 봉순이 언니가 돌아왔다. 8회 어머니는 오래간만에 돌아온 봉순이 언니의 바가지를 엎어 놓은 배를 보고 막 화를 냈다. 몇 개월 째냐고, 미친 것이라며… 다음 날 어머니는 울부짖는 언니를 데리고 어딘가를 다녀왔다. 그런데, 그런데... 9회 봉순이 언니는 그 이후 미자 언니를 더욱 자주 찾았다. 그리고 나도 언니를 따라 자주 미자 언니를 만났다. 예전보다 더 많은 선데이 서울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봉순이 언니를 화장시키고 어디론가 가보라고 했다. 10회 봉순이 언니는 얼굴이 까만 남자를 만났다. 나의 형부가 될 사람이라고 했다. 봉순이 언니는 그 형부가 될 사람에게 운명을 느꼈다고 했다. 그 후 일사천리로 언니는 그 형부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비가 오던 어느 날, 옆집에서 얻어 온 슬픈 눈빛의 스피치 한 마리가 죽었다. 11회 달고나를 먹으며 만화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집에 온 언니를 따라 언니의 신혼집으로 놀러 갔다. 그곳에는 전보다 더 마른 형부가 자리에 누워 있었다. 많이 아파보였다. 그리고 설날 며칠 전 다시 봉순이 언니가 집으로 왔다. 12회 결국 큰일 나고야 말았다. 그 후 어머니는 점점 봉순이 언니를 만나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게 봉순이 언니는 내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져 갔다.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과연 무슨 얘기를 하려던 것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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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枝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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