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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와 이발소 그림
허윤숙
시간여행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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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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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그때, 그 시절이 눈물 나게 그립다

1장 지금은 사라진 것들


추억 냄새
식모 언니
방문 거지
반공 소녀
콧물 수건
국민교육헌장
청강생
깍두기
강조주간 리본

2장 내 어릴 적 이발소 그림

이발소 그림
구멍가게
마당
책받침

3장 따뜻함이 눈물 나게 그립다

골목길
등목
나팔꽃
빨간약
장독대
항아리 뚜껑
이불 여밈

4장 그 시절 놀 거리

달고나
땅따먹기
구슬치기
텔레비전
종이 인형
순이야 노~올자

5장 그 시절 먹거리

양푼 비빔밥
가루 주스
곰보빵
밥 냄새
원기소
내 혀의 점령자들

나가는 말: 힘들 때는 그립지만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저자 소개 1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으며, 지금은 온갖 이슈의 586세대가 되었다. 전쟁 여파가 남아있는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부자나라 국민이 된 지금까지, 어느 세대보다 역동적인 시간을 살아왔다. 그 20여 년 동안의 키워드를 책으로 옮겼다. 글을 쓰다 보니 명치끝부터 따뜻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어느 시절보다 풍족해진 지금, 가슴엔 그 시절이 지문처럼 남아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남긴 ‘선물’일까. 사람 사이가 차가워진, ‘지금 시대’에 대한 반발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 막연한 정과 믿음 외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던 그 시절을 아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으며, 지금은 온갖 이슈의 586세대가 되었다. 전쟁 여파가 남아있는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부자나라 국민이 된 지금까지, 어느 세대보다 역동적인 시간을 살아왔다.
그 20여 년 동안의 키워드를 책으로 옮겼다. 글을 쓰다 보니 명치끝부터 따뜻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어느 시절보다 풍족해진 지금, 가슴엔 그 시절이 지문처럼 남아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남긴 ‘선물’일까. 사람 사이가 차가워진, ‘지금 시대’에 대한 반발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 막연한 정과 믿음 외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던 그 시절을 아직도 그리워한다.
저서로 《내 얼굴이 인생이다》, 《내 표정이 그렇게 안 좋은가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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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32g | 148*205*20mm
ISBN13
9791190301190

책 속으로

거리두기가 의무화되니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나 혼자 이루어낼 수 있는 게 얼마일까.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까. 행복이란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 구멍만큼 작은 곳으로 조금씩 스며드는 햇살 같은 것이었다. 행복해지는데 큰 것이 필요하지 않아서 좋다.
---「구멍가게」중에서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에어컨 앞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거리며 마시곤 했다. 하지만 어릴 적 펌프 물로 하던 등목과 수박 한 덩이만큼 시원하진 않았다. 시원함에는 물리적인 요소만 있는 건 아닌가 보다. 내밀한 개인의식인 목욕. 그때 느끼던 친밀감과 청량한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땐 다함께 궁핍을 이불처럼 덮곤 했다.
---「등목」중에서

아이들이 단 것을 좋아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네 구멍가게도 달큼한 향으로 기억되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어른이라서 그런 건지도. 늘 시고, 쓰고, 짜고, 매운 것들에 둘러싸이니 말이다. 그 때마다 머릿속 서랍을 열어 달디 단 풍경 속으로 냉큼 달려가는 건 아닌지.
---「달고나」중에서

전깃줄을 가리키셨다. 그 속에 전기가 통하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란다. 아빠도 그 이상 설명해주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머리는 더 아파왔다. 또 상상의 나래를 폈다. 큰 몸집의 사람들이 국수처럼 몸을 돌돌 만다. 그리고 차례차례 그 전선 줄에 들어갔다. 그 일은 더 힘들어 보였다. 이번엔 연민이 생겼다. '어떻게 저 얇은 줄 속으로 사람들이 들어갈까. 참 힘들겠다.'
---「텔레비전」중에서

이때 동글동글한 보리 밥알이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 열무를 씹을 땐 이 사이로 즙이 나오면서 신선한 풀 내를 풍겼다. 이 풀 내는 도시의 거실 안으로 흙냄새를 잡아들였다. 이 둘을 순하게 감싼 들기름은 집안에다 고소한 향내를 풍겼다.
---「양푼 비빔밥」중에서

가루 주스에는 진짜 주스가 줄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다. 한 때 우리에게 행복을 주던 존재라는 시간 선점력이다. 진짜가 나오기 전까지 가루 주스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었다. 만약 내가 다 자란 뒤에 나왔더라면 큰 행복을 주진 못했을 것이다. 그 가루는 아직 혀가 설익은 아이들에겐 딱 알맞은 당도를 가졌다. 가짜와 진짜를 구분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건, 한참이나 만만한 맛이었다. 또 애처로울 정도로 정직한 맛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짜주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넘치는 사랑을 주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행복했다. 나는 아직도 가루 주스가 그립다. 버튼만 누르면 즉시 켜지는 주황색 행복 스위치가 그립다. 그건 아마도 만만하고 넘치는 사랑이 그리운 게다.
---「가루주스」중에서

그때의 노을은 지금과 빛깔이 달랐다. 지금보다 더 붉었고, 구름에 비친 무늬가 지금보다 훨씬 강렬했다. 내 기억에 '노을 냄새'라는 것도 있었다. 밥 짓는 냄새와 저녁 이슬이 축축해져 오는 냄새가 뒤섞인 냄새다. 그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식아. 와서 밥 먹어라.”, “순희야, 밥 먹어.” 이 소리가 들리면 놀던 판을 뒤로 하고 아이들은 하나둘 집으로 뛰어갔다.

---「밥 냄새」중에서

출판사 리뷰

가끔, 따뜻함이 눈물 나게 그립다

허윤숙 선생님은 『달고나와 이발소 그림』이란 제목으로 세 번째 저서를 발행한다. 선생님은 586세대다. 가난한 전후 세대로 태어나 반세기를 살았다. 가끔은 지금을 살아내는 게 버겁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무엇보다 어린 시절 따뜻했던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갖고 있다. 그 그리움을 꾸역꾸역 삼키며 그리움을 책으로 토해냈다.

나이가 들면 뭐든 남들과 나누고 싶어한다. 허윤숙 선생님은 그 시절의 따뜻함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지금은 기억 속에 존재하는 6, 70년대의 가난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이다. 책에는 읽을거리 외에도 볼거리, 들을 거리가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20대 아들이 레트로 풍으로 삽화를 그렸다.가히 20대와 50대인 모자 합작인 셈이다. 이에 책을 읽으면서 6, 70년대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삽화와 추억 가득한 글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먹거리, 입을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모자람’은 일상이었다. 공책은 겉표지 안쪽까지 줄 쳐서 사용하고, 몽당연필은 볼펜 자루에 끼워 사용하는 억척을 부렸다. 그땐 그런가 보다 했다. 어디에서부터가 가난인지 알지 못했다. 물질이 행복을 좌우하는 건 절대빈곤을 벗어나는 순간뿐이라고 한다. 그 후로는 물질이 많아진다고 하여 행복 곡선이 사선을 마냥 그리지 않는다. 물질의 풍요는 ‘생태계 파괴’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도 각종 미디어에선 매일 첨단 기기를 광고한다. 광고는 모두 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 ‘빠르게 할 수 있고, 나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추억이 있어서 그립고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혼술, 혼밥이 유행이다. 혼자서 먹는 밥이 진짜로 좋을까. 예전엔 ‘여럿’이어서 좋은 점이 많았다. 집에 불이 나면 이웃이 달려와서 바가지로 불을 끄고, 입맛이 없으면 동네방네 이웃을 불러 모아 양푼에 밥을 쓱쓱 비벼 먹었다. 그때 우릴 행복하게 한 건 무엇이었나. 그저 밥 한 덩이에 얹은 '따뜻함'과 이웃의 함께 하는 정이었다. 헐렁한 홑겹 이불에 두둑이 쑤셔 넣은 솜뭉치럼 따뜻하다. 그땐 그게 따뜻한 건지도 몰랐다.

사람 사이 온도가 많이 내려갔다. 가뜩이나 ‘거리 두기’로 더 식혀야 할 판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엇이든 진짜 빨리 변한다. 이렇듯 온도나 속도에 치일 땐, 저자는 이 원고를 집필했다. 그러면 빛바랜 기억들이 촤~르~륵 살아나 ‘맞아. 그땐 그랬었지. 그게 참 불편했는데. 그래도 참 즐거웠어. 별거 없어도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넉넉해졌다. 여름밤이면 가족끼리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면서 나누던 소박한 대화들, 골목길 담장에 벽돌로 써 놓은 낙서들, 공터에서 날리던 누런 흙먼지의 냄새. 이 모든 것이 지금은 사라져서일까. 지난 추억이 모두 눈물 나게 그립다. 그 그리움을 모아 책을 냈다.

‘달고나’라고 발음하는 순간 달큼한 향내가 코를 간질인다. ‘이발소 그림’ 하면 순박했던 장면들이 떠올라 눈이 스르르 감는다. 누군가는 ‘그깟 추억 타령’이냐고 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겐 ‘그깟 따뜻함’이 꼭 필요하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에게서 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힘들 때, 견딜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지금이 나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과거는 이렇게 여러모로 쓰인다. 눈물이 나도록 과거가 그립지만 참을 수 있다. 그리고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과거를 만들기 위해, 오늘을 또 흥겹게 생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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