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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프롤로그_여행을 시작하며 1. 여행이 나에게 비행 여행의 의미 | 배낭의 무게_아르헨티나: 바릴로체 | 존재의 증명_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 초심자의 행운_프랑스: 파리 | 여행의 만족_스페인: 세비야 | 폭염이 뭐라고_이탈리아: 피렌체 | 여행에도 여백이 필요해_영국: 런던 2. 마음이 닿는 곳으로 미지의 세계_이집트: 다합1 | 내 안의 두려움_이집트: 다합2 | 소란스러운 마음_이집트 다합3 | 꿈꾸던 세계_이집트 다합4 | 행복을 찾는 방법, 첫 번째_페루: 쿠스코 | 행복을 찾는 방법, 두 번째_볼리비아: 코파카바나 | 행복을 찾는 방법, 세 번째_페루: 맞추픽추 3. 이토록 그리운 나의 이야기_칠레: 비냐델마르 | 자연스럽게_페루: 쿠스코 | 서툰 연주_볼리비아: 코파카바나 | 그리운 그곳_칠레: 산티아고 | 낯간지러운 편지_볼리비아: 우유니 | 노란 셔츠의 그 남자_포르투갈: 포르투 | 그날의 이야기, 28번 트램_포르투갈: 리스본 4. 그렇게 해피엔딩 해피엔딩_스위스: 그린델발트 | 고도를 기다리며_볼리비아: 수크레 | 정열을 그대에게_아르헨티나: 라보카 | 지혜를 발견하는 방법_터키: 이스탄불 | 자연 속의 부조화_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 삶과 죽음의 공존_인도: 바라나시 | 태양의 신 라(Ra)_이집트: 시나이반도 5. 높게, 그리고 낮게 크리스마스이브_페루: 비니쿤카 | 만년설 그곳_칠레: 푸콘 |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_아르헨티나: 피츠로이 | 하늘을 날다_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6. 열렬히 애정하는 한 편의 영화 같은_스페인: 그라나다 | 내 안의 평화_일본: 교토 | 소나기쯤이야_영국: 런던 | 마음의 요새_스페인: 마드리드(톨레도) | 예술의 정의_프랑스: 파리 | 이름에게_브라질: 상파울루 7. 마지막 이야기 일상의 메타포_칠레: 발파라이소 에필로그_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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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지난 여행을 떠올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아무 이유 없이 여행 때 메고 다녔던 배낭의 무게가 사무치게 그리워지곤 했다. 배낭의 무게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고, 계속해서 떠나야 할 이유였다. 배낭에 든 여권과 돈, 옷과 생필품은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었고, 스스로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것은 곧 나의 숨결이었고, 걸음이었으며, 삶이었다. 배낭은 삶의 무게처럼 무거웠지만 마음만 먹으면 짊어질 수 있는 무게였다. 오히려 배낭의 묵직함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한창 공연을 할 때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 고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에 오른 순간 모든 고됨과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무대 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고, 내가 해내야 하는 무대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작품을 올리는 과정은 언제나 그렇듯 고달프고 지난하다. 하지만 고달픈 만큼 달콤하고 황홀하다. 배낭의 무게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지금 짊어지고 있는 이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다양하게 마주하게 될 감정들은 역시 전부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만큼 혼자서 해야 할 것들과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아주 진득하니, 삶을 여행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한 편의 연극처럼 말이다. 막이 올랐다. 다시 한 번, 배낭을 고쳐 메고 걸어보기로 했다. --- pp.24~26 한바탕 휴식을 취하고 늦은 저녁,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어요. 전철을 탔어요. 잘만 달리던 전철이 멈춰서더니 알 수 없는 말들로 안내 멘트가 나오지 뭐에요. 고장이 났대요. ‘아, 오늘은 안 풀리는 날이구나’ 하고 주저 없이 밖으로 나왔어요. 전망대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찾아보니 트램을 타고 가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내심 겁이 났어요. 아침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정류장으로 향해봅니다. 다행히 운이 좋았던 건지 아침에는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탔던 트램을 한 번에 탔어요. 그것도 아주 여유로운 좌석에 앉아서,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아침에 뭐 하러 그렇게 탔나 싶다. 그냥 맘 편하게 아무거나 타면 되는 것을. 훨씬 여유롭고 좋네.” 우린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싶은가 봐요. 유명하다고 하는 건 한 번쯤 해봐야 해요. 그 기준에 갇히길 선택한 건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몰라요.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오늘은 아무 데도 안 가면 좀 어때요. 남들이 하는 거 안 하면 좀 어때요. 그냥 앉아서 멍하니 더위나 식히면 좀 어때요. 오늘은 그거면 충분해요. 지금의 여행은. 물론, 며칠이 지난 후엔 또 어딘가를 가겠죠. 그리고 또, 비슷한 상황을 만날 거예요. 이래서 삶을 여행이라고 하나 봐요. 내일은, 버스를 타야겠어요. 왜냐하면,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멀리 가야 하거든요. --- pp.154~156 “남미는 힘들지 않고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는 거야?”라며 볼멘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없지. 그래서 우리는 계속 오르는 거야. 사진으로 보는 건 직접 눈에 담는 것만 못해.” 누군가 답했다. 숙소를 나온 지 9시간 만에 정상에 닿았다. 눈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큼의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에서의 여행은 매순간이 감탄이다. 궁금했다. 이 깊은 산속에 있는 보물을 누가 제일 처음 발견했는지. 누군가의 노력과 누군가의 의외의 시선과 누군가의 호기심이. 시간의 여백을 타고 흘러 현재의 나에게까지 닿았다. 여행은 늘 그렇다. 시공간을 초월한다. 나를 또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지금 내가 이곳이 있는 이유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눈과 마음에 그리고 카메라에 풍경을 원 없이 담았다.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돌아가는 버스 안,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기절했다. 그러나 이 순간 모두 알록달록한 무지개 위를 나는 꿈을 꾸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늘 따라 하늘이 유난히 높고 맑다. 오늘은, 조금은 특별한 그래서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이브다. --- pp.218~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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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을 꿈꾸며
“여행이 멈춰진 지 어언 3년. 나에겐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여행을 했다. 나의 여행을 조금이라도 더 선명히 기억하기 위해 여행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스무 살에서 서른, 지난 10년간의 크고 작은 여행의 단편을 정리해보았다. 설익은 어린 날의 여행부터, 치열한 고뇌의 흔적으로 가득한 여행까지.” ‘자기다움 성장 연구소(청춘도담 캠퍼스)’를 설립해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빛을 발견하고 삶과 일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는 저자 이예은(나린)이 지난 10년간의 크고 작은 여행의 단편을 정리한 『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를 세상에 내놓는다. 스물에서 서른, 가슴 뛰는 삶을 위해 떠난 어느 날의 여행의 기록인 동시에,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여행이 멈춘 시기에 대한 아쉬움을 넘어 다시 여행을 꿈꾸는 바람을 담았다. 여행은 저자에게 사랑과 같았고, 삶을 향한 열렬한 구애였다. 그래서 무서운 것 없었던 연약하고 치기 어린 청춘의 기록이 당신의 생에 대한 첫사랑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여행의 의미와 잊혀가는 삶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고요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생기길 기대한다. 여행을 통해 행복을 찾는 방법 “누군가 ‘당신은 행복한가요?’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다. ‘아니, 난 행복하지 않아.’ 그 대답이 마음속에 가득 찬 순간 슬픔이 밀려왔다. 도대체 우리가 정의 내리는 ‘행복’은 무엇일까.” 저자가 마추픽추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차 안에서 맞은편에 앉은 외국인 노부부에게 대뜸 지금 당신들에게 행복은 무엇이냐 물었던 기억이 있다. 노부부는 “나에겐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게 행복이야. 그래서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찾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노부부에게 아주 사소한 일상들이 행복이었던 것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느끼면 되는 거였다. 어쩌면 우린 ‘떠나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부푼 기대와 희망을 행복이라 착각하면서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이 책과 함께 여행을 통해 행복을 찾는 방법을 발견하길 기대한다. 때론 목적 없는 모험을 떠나자 “그러다 어느 순간 불안감과 걱정에 사로잡혀 신호등 켜지듯 마음에 빨간불이 들어오곤 했다. ‘시간을 이렇게 헛되게 쓰면 안 돼.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해!’ 다시 위험천만한 모험의 길로 뛰어들려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런 의미 없는 상념의 끝은 결국 같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저자는 때론 목적 없는 모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낭만에 젖어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도, 따스한 햇볕에 스르르 낮잠이 들어 달과 별이 뒤엉킨 저녁을 맞이하는 것도. 모든 것은 저마다의 힘이 있다. 모험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자신에게 하는 질문인 ‘삶을 사랑하고 있는가?’는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 아주 다양한 모험이 가득한 길 위에 있는 셈이다. 아픔, 고통, 상실, 고뇌. 때론 사랑, 기쁨, 행복. 그리고 지루함과 고독이라는 아주 쓸쓸한 주제의 모험까지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그러니 때론 목적 없는 모험을 떠나자. 한 템포씩 쉬어가는 순간 “그렇게 우린 각자 의외의 공간과 상황 속에서 한 템포씩 쉬어간다. 누군가에게 열정보다는 차분함으로 채워진 여행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차분함보다는 유쾌함으로 채워진 여행일 터.”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요함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그것은 세상을 대하는 저마다의 방식이기도 하다. 인생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느낌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한 번쯤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여행이라는 방식으로 한 템포씩 쉬어가는 순간이 필요한지 모른다. 『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사랑할 뿐이다. 그것도 아주 열렬히, 그래서 나는 떠났다.’는 저자의 고백이다. 조금은 불안하고 약하고, 어딘가 덜 익은 저자가 기록한 청춘은, 짧고도 찬란한 젊음의 순간을 온몸으로 만끽한 순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저자의 작은 이 순간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힘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