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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7작가의 말 187발문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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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하원을 찾아서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에는 1980년대 야학연합회 사건이 자리한다. 사건의 경험자인 ‘나’는 당시 실종된 인물인 하원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 30년이 지나도록 소식을 알 수 없는 그녀를 향한 그리움은 이제 ‘나’ 자신이 되어 버렸다. 그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진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고 있을 때조차 ‘나’를 붙들고 있는 건 하원과 함께 보낸 기억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하원의 젊은 시절과 꼭 닮은 여인을 만난 ‘나’는 그녀와 함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하원의 실종 사건을 추적한다. 그녀가 실종된 시점으로부터 30년, 조사 시점으로부터는 20년이 지난 지금, 단서라고는 없는 이 무모한 추적의 길에서 하원을, 혹은 하원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 기록과 기억 사이, 그리고 기억의 연대 한 사람의 시작과 끝에는 삶에 대한 기록과 죽음에 대한 기록이 있다. 사람은 출생신고를 통해 사회에 나타나고 사망신고를 통해 사회로부터 사라진다. 그런데 기록이 그 증명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의문사라는 상태는 사람의 존재를 휘발시킨다. 살아 있지만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지만 죽지 않은 상태. 하원은 의문사로 ‘처리’되었지만 ‘나’는 그의 삶과 죽음을 좀처럼 ‘완료’하지 못한다. 의문사로 일축된 한 사람을 기억하는 개인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을까. 한 사람의 기억이 할 수 없는 일을 별로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기억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는 잠든 기억들을 깨우기 위한 여행에 나선다. 필요하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만한 선택도 불사하면서. 하원에 대한 세상의 기억을 깨울 수만 있다면 오해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 ‘푸른 눈’으로 보고 싶은 것 작품 제목의 일부이기도 한 ‘사자의 푸른 눈’은 소설 속에서 이스파한의 3대 미스터리 중 하나의 이야기로 등장한다. 남쪽 사자상 앞에서 강 건너 북쪽 사자의 두 눈을 보면 청록색 빛이 레이저광선처럼 뻗어 나오는데, 신기한 것은 그 사자상 주변에 반사될 만한 아무런 조명도 없고 자체 발광할 조건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푸른 눈으로 사자상은 무엇을 보려는 걸까. 우리가 바로 그 북쪽 사자상이라면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볼까. 반사되는 것이라고는 없는 그 캄캄한 밤에 우리는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선명해지다가 미라로 박제되는 기억”을 품고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리워하는 존재’들의 눈이 어둠 속에서 청록색 빛을 띤다는 아름다운 전설로 우리 가슴속을 떠다닐 것이다. ■작가의 말 언제부터인가 지난 시절 이야기를 후일담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지배했다. 서구에서는 아직도 끊임없이 2차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서사를 세대를 이어가며 생산해 각광받고 있지만, 우리는 가까운 과거조차 은연중 낡은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는 세태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 이야기는 과거 한시절 에피소드가 아니라 언제든지 맞닥뜨릴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모든 것을 말하는 ‘파레시아’의 힘이야말로,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 삶의 현재와 미래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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