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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사건의 절정이지만
주인공은 설정을 설명한다 등장인물들이 한곳에 모인다 불온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그리고 사건은 일어난다 역시나 사건은 일어난다 질기게도 사건은 일어난다 여전히 사건은 일어난다 그래도 사건은 일어난다 싫어도 사건은 일어난다 사건은 마지막으로 몸부림친다 그리고 아무도 안 죽기도 한다 사건은 역습한다 나선을 빠져나올 때 시간의 나선은 끝나지 않는다 저자 후기 문고본 저자 후기 역자 후기 |
Yasuhiko Nishizawa,にしざわ やすひこ,西澤 保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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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 요시오 형의 그 한마디로 사람들은 다시 얼어붙었다. 살인 사건. 살인 사건이라니. 설마. 설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어떻게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우리한테 일어날 수 있어. 모두의 겁먹은 눈동자가 그렇게 항의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 그런 일이 선량한 시민인 우리에게 절대로 일어날 리 없는데.
살인 사건. 그러나 내게 그 한마디는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의미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 일어나서는 안 된단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한 말과 다를 게 뭐냐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말하는,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날, 1월 2일. 오늘 여기 할아버지 댁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일어날 리가 없다는 것을 나는 기성사실로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제’, 정확하게 표현하면 1주 차인 1월 2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온하고 무사한 하루가 끝났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즉 2주 차인 1월 2일에 할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날 리가 없지 않는가. --- pp. 10 내 ‘체질’을 알아차린 첫 계기는 식사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식탐이 대단했다고 한다. 매일 같은 메뉴가 이어지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어린 마음에도 의아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또 계란말이랑 감자샐러드야?” 무심결에 이렇게 중얼거렸다가 어머니께 혼이 났다. 무슨 소리야. 어제는 햄버그스테이크였잖니. 그때 내 기억으로 햄버그스테이크를 먹은 건 며칠 전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배는 고파서 전부 먹어치운 다음 날, 또 계란말이와 감자샐러드가 나왔다. 또 이거냐고 불평하고 싶어질 만도 하지 않은가. 그러자 어머니는 또 눈을 부라렸다. 무슨 소리야. 어제는 햄버그스테이크였잖니. 가진 건 오로지 식탐뿐이고 딴 일에는 관심도 없는 초등학생이었지만, 이상한 것은 비단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만은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 것이다. 식탁에서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니, 부모님과 형들이 전날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여튼 서양 코쟁이 놈들은 남이 먹는 것에 참견이 심해서 못쓰겠다니까, 남이야 고래를 먹건 참치를 먹건 무슨 상관이야” 등등. 아무래도 먹을 것 이야기였기 때문에 내 귀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그건 어쨌든 아버지와 형들은 그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하여튼 서양 코쟁이 놈들은 다른 사람이 먹는 것에 참견이 심해서 못쓰겠다니까, 남이야 고래를 먹건 참치를 먹건 무슨 상관이야” 등등. 그것도 그 전날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깨닫고 보니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도 다들 전날과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 pp. 14~15 밤중에 두 번 잠에서 깬 것을 기억한다. 몇 시경이었을까. 아무튼 깜깜했다. 목이 심하게 말라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물을 마시러 가기 위해 일단 이불에서 일어난 것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졸음이 이겼다. 결국 그대로 다시 이불 속으로, 꿈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작은 창으로 허무한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알람시계를 보자 아침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나는 할아버지 댁의 안채 다락방에 있었다. 그 사실에 대해 처음에는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서야 겨우,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며칠이더라. 분명히 1월 3일이어야 할 터이다. 그 말은 어제는 1월 2일이고. 어제저녁, 나는 어머니, 형들과 함께 우리 집으로 돌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 생각났다. 어제 분명히 요시오 형이 나를 차에 밀어서 태웠다. 그 후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집에 도착한 장면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1월 2일이라는 날짜는 지났을 터이다. 당연히 나는 할아버지 댁이 아닌 우리 집에서 눈을 떴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실제로 이곳은 할아버지 댁 안채다. 게다가 분명히 내 옷으로 갈아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틈엔가 다시 빨간 추리닝 차림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이것은 혹시……. “그러니까 빨간 색종이가 없었다니까.”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예상했던 대로 주방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거야. 제대로 준비해두었을 텐데, 빨간 색종이만 안 보여.” “그럼, 어떻게 하셨어요?” 그렇게 대답한 사람은 물론 고토노 이모였다. 볼에 손을 대고 고개를 갸웃하는 포즈까지 어제, 아니 ‘오리지널 주’와 똑같다. --- pp. 90~91 느닷없이 마이 누나가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일어나서, 우리는 모두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루나 누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만지작거리던 귀걸이를 테이블 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그게 뭐야. 너무해.” 소리치는가 싶더니 마이 누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신경질 부리는 어린애처럼 밥그릇과 접시를 집어서 바닥에 내던졌다. 떨어지는 도자기 파편 소리에 그녀의 절규가 겹쳤다. “그런 거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너무한다고!” “왜, 왜 그래? 왜 그러는 건데, 언니.” 루나 누나는 겁먹은 것처럼 몸을 일으켰다.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뒤로 물러나고 싶지만, 언니를 달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앞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니도 참. 왜 그러는 거야. 아, 접시가 엉망이 됐잖아.” “그까짓 접시 좀 깨진 게 무슨 큰일이라고.” 마이 누나가 테이블을 뛰어넘어 루나 누나에게 덤벼들었다. 마이 누나의 체중에 테이블이 삐걱삐걱 흔들리더니 식기가 떨어지며 쨍 하고 고막을 찢는 소리를 냈다. “이, 이, 이, 이!” “그, 그만, 그만해, 언니.” 머리채를 잡히자 이번에는 루나 누나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유리가 깨질 듯 날카로운 소리가 목에서 튀어나왔다. “그만하라니까. 그만해. 아파. 아야야야, 아파, 아파.” “너 같은 건, 너 같은 거!” 절규하면서 마이 누나는 동생의 따귀를 후려치고 눈알을 파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손톱을 세웠다. 그 무시무시한 기세로 말할 것 같으면 차마 이 세상의 광경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죽어버려. 너 같은 건 그냥 콱 죽어버리라고오오. 아아, 아아아악!” “아파, 아프다니까. 언니, 그만. 제발 그만, 그만해. 아파, 아, 아프다고.” --- pp. 130~131 연결복도를 지나 안채로 들어갔다. 주방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려 한 내 발이 움찔 멈추었다. 바닥에서 누군가가 내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였다. 두 다리를 계단에 걸치고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후두부만은 주방 쪽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양팔을 만세 하는 자세로 펼치고, 백발은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노려보는 안구가 뿌옇게 흐려져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누군가가 그때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면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악몽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망연자실하면서도 할아버지의 팔을 잡아 맥을 짚어보는 것을 잊지 않는 스스로가 어쩐지 무척 우습게 여겨졌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틀림없이. --- p. 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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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오바 히사타로는 이상한 체질을 가지고 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특정한 ‘하루’를 아홉 번 반복해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오로지 히사타로만 인식할 수 있는 아홉 번의 루프. 그는 이것을 ‘반복함정’이라 부르며 자신만의 비밀로 삼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던 중 설날을 맞아 부유한 기업가인 할아버지의 저택을 방문한 히사타로는 그곳에서 자신이 또 ‘반복함정’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하필이면 앞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찾아오게 될 바로 그날, 할아버지가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모든 것이 고정되는 ‘아홉 번째 반복의 날’이 찾아오기 전에 히사타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고 범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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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기상천외한 작품!
세월을 뛰어넘는 본격 미스터리의 진수! 같은 인물이 계속 살해당한다! 끊어지지 않는 죽음의 연쇄, 반복 살인 소년 탐정이 이 기묘한 사건에 맞선다 독특한 설정의 본격 미스터리로 마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미스터리 작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대표작이 드디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우면서도 유쾌한 필치와 독특한 설정, 그리고 독자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기상천외한 트릭과 놀라운 결말로 본격 미스터리를 즐겨 읽는 현지 독자들 사이에서는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작가로 이름이 높은 니시자와 야스히코.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20년 가까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작 《일곱 번 죽은 남자》가 북로드에서 출간된다. 《일곱 번 죽은 남자》는 국내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출간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작품으로 ‘타임 루프’라는 SF 설정을 미스터리에 도입하고 있다. 같은 날을 아홉 번 반복해 체험하는 독특한 체질을 가진 주인공에게 갑자기 닥쳐온 살인 사건. 만일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을 아홉 번 루프하게 된다면 사건은 어떻게 변화할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설렐 독특한 설정이다. 사실 근래 들어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타임 리프나 타임 루프 등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곱 번 죽은 남자》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시 이 작품이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주었을 충격을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사건과 범인, 탐정과 트릭을 통한 두뇌 싸움을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에 타임 루프를 도입한 작품으로는 아직까지도 《일곱 번 죽은 남자》를 능가하는 작품이 등장하지 못했다는 독자들의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독특한 설정과 함께 읽기에 부담 없으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장과 재기발랄한 인물들, 그리고 미스터리라면 빠질 수 없는 반전까지 겸비한 이 작품은 2013년 지금까지 출간된 모든 미스터리 작품들을 통틀어 평가한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에도 그 이름을 올리는 등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사건은 반복된다. 하지만 소년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오바 히사타로는 이상한 ‘체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특정한 하루를 아홉 번 반복해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눈을 뜨면 어제 분명히 지났어야 할 하루가 다시 시작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일단 반복되기 시작한 하루는 기본적으로 ‘오리지널’과 동일한 양상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이미 같은 날을 체험한 히사타로만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또 이를 이용해 일어날 일들을 바꿔볼 수도 있다. 히사타로는 자신에게만 갑작스레 찾아오는 이 아홉 번의 루프를 ‘반복함정’이라 부르며 자신만의 비밀로 삼고 지내왔다. 덕분에 똑같은 나이를 먹어도 남들보다 몇 배는 긴 시간을 산 셈이 되었지만, 히사타로는 조금 늙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것 말고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히사타로는 설날을 맞아 외갓집을 방문하게 된다. 성공한 기업가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지만 과거의 불화로 거의 절연하고 지내왔던 외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뒤늦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히사타로의 어머니와 이모, 그 덕분에 덩달아 묘한 관계가 된 사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겉으로는 화목한 척하지만 각자의 꿍꿍이를 품은 그들 사이에서 할아버지는 자신의 재산과 회사를 물려받을 후계자를 지정하겠다고 선언한다. 가족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은 극으로 치닫고, 다음 날 히사타로는 이곳에서 자신이 또 ‘반복함정’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하필이면 앞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찾아오게 될 그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시체로 발견된다. 분명히 ‘오리지널’인 어제는 멀쩡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왜 살해된 것인가.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가. 모든 것이 고정되는 ‘아홉 번째 반복의 날’이 찾아오기 전에 히사타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고 범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신본격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미스터리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한국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되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타임 루프나 인격 전이 같은 SF 설정을 활용한 독특한 본격 미스터리를 선보이는 작가로 이름이 높다. 《일곱 번 죽은 남자》는 그의 대표작이자 초기 작품 중 하나로 1995년 처음 출간되었다. 사실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그것을 즐겨 읽지 않는 이들에게 아무래도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읽는 이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을 중요시하는 미스터리는 추구하는 새로움과 독특함이 익숙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생소함과 어려움으로 다가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곱 번 죽은 남자》는 미스터리를 전혀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뿐 아니라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나이를 먹어도, 심지어 더 이상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게 된 다음에 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실 《일곱 번 죽은 남자》에는 사전지식이 필요한 어려운 설정이나 복잡한 구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스터리에 익숙한 마니아들에게는 식상하고 뻔한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사실 범인과 탐정, 독자와 작가 간의 두뇌 싸움을 유도하고 퍼즐을 푸는 듯한 재미를 추구하는 본격 미스터리는 아무래도 시간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새로운 트릭을 구상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신선함이 사라지고, 흔한 트릭이 되어버리거나 작품의 재미를 좌우하는 반전의 의외성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곱 번 죽은 남자》는 20년 가까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작품으로 남았다. 매년 새로운 트릭과 독특한 구성, 놀라운 이야기를 내세운 작품들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드문 일이다. 저자인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이 작품을 통해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미스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그 실마리를 ‘타임 리프’라는 독특한 설정에서 찾아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대중적이고 쉬운 설정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미스터리라는 장르와 접목시킴으로써 독창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독특한 설정 말고도 이 작품의 장점은 많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문장, 생생하면서도 인간적인 인물들, 실제 나이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살아온 주인공의 묘한 매력 등 평범한 소설로 놓고 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에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 바로 ‘타임 리프’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별거 아닌 설정이지만, 그것을 어색하지 않게 미스터리라는 장르 속에 녹여냈기 때문에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나 익숙한 독자 모두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과연 ‘반복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타임 루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사랑의 블랙홀]이다. 같은 날이 반복된다는 설정을 로맨스와 함께 절묘하게 풀어나갔던 이 작품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최근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나인]에서도 과거로 갈 수 있다는 설정 하나가 얼마나 놀라운 스릴과 긴장감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 바 있다. 사실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거나, 시간을 반복하거나, 멈추는 것 같은 능력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봤을 법한 설정이다. 때문에 이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만화 같은 작품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것을 미스터리에 도입하면 어떨까? 사건과 범인, 그리고 동기와 단서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미스터리의 세계에서는 시간을 움직일 수 있다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 《일곱 번 죽은 남자》에서 주인공은 같은 날을 반복해서 체험하는 체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하필이면 반복되는 그날,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자동적으로 탐정 역할을 맡게 된 주인공은 이 기묘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일곱 번 죽은 남자》의 주인공 히사타로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눈으로 본 것, 자신이 귀로 들은 것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할아버지가 살해당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으며, 그것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 마지막 아홉 번째 반복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리셋하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떤 짓을 하더라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이 두 가지 설정만으로 독특한 무대를 준비함으로써 자칫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미스터리에 놀라운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부여한다. 범인이 사건을 일으키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트릭과 알리바이를 준비하면, 탐정은 그것들을 무너뜨리고 범인과 사건의 전말을 밝혀낸다. 이것이 일반적인 미스터리의 구조라고 한다면, 사실 《일곱 번 죽은 남자》의 사건 자체는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 시간의 반복이라는 요소가 들어감으로써 ‘이야기’는 크게 변화한다. 같은 날을 아홉 번 반복하는 것이 어떻게 미스터리 소설이 될 수 있을까, 계속 같은 이야기만 반복되는 내용이 아닐까? 그런 걱정이 된다면 일단 이 작품을 끝까지 읽어보고 나서 판단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일곱 번 죽은 남자》는 사실 어렵고 묵직하다기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담 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저자가 의도한 ‘반복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정교한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해 보이는 구성 속에 머리 아프게 등장인물의 행동, 저자의 의도를 궁리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반전이 아니라 그냥 자기도 모르게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과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마지막 결말을 본 이후, 제목이 뜻하는 바를 다시 고민해보면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게 될지도 모른다. 《일곱 번 죽은 남자》는 골치 아프게 머리 쓰지 않아도 재미있는 소설을 찾던 이들에게는 오랜만에 마음 놓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미스터리 소설에서 새로운 이야기란 기상천외한 사건이나 복잡한 트릭, 구구절절한 범인의 동기 같은 것들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졌던 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 니시자와 야스히코가 의도했던 ‘새로운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그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 《일곱 번 죽은 남자》는 앞으로 선보일 그 결과물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