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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 . 6
proLOGUE . . . 11 수련 修鍊 . . . 17 영감 靈感 . . . 69 interLOGUE 1 . . . 123 전통 傳統 . . . 129 무대 舞臺 . . . 185 interLOGUE 2 . . . 255 갈등 葛藤 . . . 261 작품 作品 . . . 333 epiLOGUE . . . 377 재즈 장르 다시 보기 . . . 380 찾아보기 . . . 3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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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치열했다. 하지만 음악이 아름다울수록 사람들은 그걸 더 버거워했다. 음악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텅 빈 객석과 코로나19의 무자비한 여파 속에 무대 위에서만 맴돌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기 일쑤였다.
---「01 Prologue」중에서 좋은 연주력을 얻는 것은, 안이 보이지 않는 컵을 눈높이에 놓고 천천히 물을 붓는 것과 같아요. 컵이 불투명하면 내가 물을 얼마나 붓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물이 넘쳐흐르게 되는데, 바로 그 넘쳐흐른 물이 좋은 표현이 되고 좋은 연주가 되는 거죠. 연주에서 생각은 항상 몸보다 느려요.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게 재즈 연주의 메커니즘이에요. 어느 단계에 이르면 마치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된 듯한 느낌에 빠져 시간의 흐름을 잊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맛이 아주 달죠. 어쩌면 그 느낌 때문에 계속 무대에 오르는지도 몰라요. ---「02 수련」중에서 정체성을 깨닫는 것도 마지막 목표는 아니에요. 정체성을 알고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내가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삶을 택해야 비로소 행복해지죠. 음악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곡을 만들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요. 그런데 그 기회가 바로 앞에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죠. 심금. 누구든 마음속에 현악기를 하나씩 갖고 있어요. 영어 단어도 똑같아요. ‘heartstrings’. 그런데 세상은 그런 게 쓸모없다고 자꾸만 윽박지르죠. 그럴수록 심금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해요. 심금은, 자주 울려주지 않으면 결국 녹슬게 돼 있거든요. ---「03 영감」중에서 우리 사회는 창작자와 청자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 쏠림의 경향이 과하고 대안의 가치를 여간해선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불균형에서 비롯된 이 난제를 해소하거나 완화하지 못하면, 우리의 음악은 결국 타의에 의해 멸종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나에게 감동을 안긴 음악처럼 들리는 글을 쓰고 싶었다. 따스함에 영감을 얻으면 더 따스한 글을, 격정에 마음을 빼앗기면 더 목청 돋운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그런 글을 쓰며 살았을까. 오늘도 자문한다. 나는 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04 Interlogue 1」중에서 저는 재즈를 믿습니다. 재즈가 100년 가까이 보여준 깊은 예술성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죠. 재즈는 그 예술성을 무기 삼아 연주자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치도록 끊임없이 유혹할 겁니다. 많은 이들이 그 유혹에 넘어갈 것이고, 대신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고귀한 능력을 얻겠죠. 놓여 있던 길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여서 그 길을 되밟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 경우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원래 있던 길만 남죠. 만약 스윙을 버려서, 재즈를 버려서 변절자란 소리를 듣더라도 그것이 저를 자유롭게 한다면, 저다워질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05 전통」중에서 역사상 이상적인 기획자로 손꼽히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재즈에 대한 탐미적 시선’이었습니다. 당대에 시도되던 참신한 경향에 먼저 눈을 떴죠. 좋은 기획자는, 연주자에게 새로운 음악적 자극을 주는 사람이에요. 뭔가에 도전하게 이끌어주는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봐요.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면 ‘효율’을 따지게 돼 있어요. 오래 공을 들여야만 완성할 수 있거나, 대단한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연주할 수 없는 곡은 만들 생각을 하지 않게 되죠. 연주자는 자신을 속이지 못해요.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뭔가 계속하는 사람은, 예술이 아니라 사업을 하고 있던 거죠. ---「06 무대」중에서 ‘무대 위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말이 유치하게 들렸어요. 그런데 이젠 그 얘기가 터무니없이 느껴지진 않아요. 너무 외로워서 어쩔 줄 몰랐던 사람들이 자신을 위로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거예요. 할머니가 그러셨죠. “세상이 어지러우면 네 마음을 들여다보렴. 네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에만 귀를 기울여도 넌 충분히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거야.” ---「07 Interlogue 2」중에서 좋은 집이나 차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그게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 기준으로 살지 못해요. 그럼 저는 불성실한 인간인가요? 제가 돈이 많지 않은 것과 제 음악성은 관련이 없잖아요. 갈채는 지나간 환상이에요. 그것으로 평생을 버틸 수는 없어요. 누구에게나 결핍이란 게 있어요. 그런데 그 결핍이 오히려 창작에 도움이 될 때도 많아요. 결핍이 없는 예술가는 아마 세상에 없을 거예요. 일단 자신의 결핍을 명확하게 알아야 해요. 애매하게 알고 있으면 질투밖에 남지 않아요. 질투는 자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죠. ---「08 갈등」중에서 절실하게 나만의 색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진정성이라 바꿔 부를 수 있습니다. 진정성의 핵심은 참 진 자 진심(眞心)과 다할 진 자 진심(盡心)입니다. 진정성은, 어디든 가닿을 수 있는 위대한 힘을 지녔습니다. 동시에, 그 어떤 것보다 먼저 외면당할 수 있을 만큼 연약한 존재이기도 하죠. 혼을 달래기 위한 살풀이춤은 행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합니다. 사실 이를 통해 정말 원혼을 달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죠. 결국,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치유의 몸짓입니다. 하나의 작품이 진정으로 치유의 힘을 가지려면, 예술가 본인을 먼저 치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습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작품을 만들지 않았는데도 그것이 자기의 마음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오답이죠. 그걸 애써 모른 척하는 것도 오답, 다 드러나게 되는 것이 재즈의 속성임을 간과하는 것도 오답입니다. ---「09 작품」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이젠 재즈라 부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재즈는 이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재즈적이지 못한 태도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이 무대는, 더없이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반전과 논란이 교차하는 격론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10 Epilogue」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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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말하고 재즈가 기록한 삶과 예술의 이야기
『김현준의 재즈파일』(1997)과 『김현준의 재즈노트』(2004)를 집필했고, 번역서 『마일즈 데이비스』(2005/2015)와 『쳇 베이커』(2007/2016)를 내놓았던 재즈비평가 김현준이 18년 만에 새로운 저서 『캐논, 김현준의 재즈+로그』를 발표한다. 지난 10여 년간 비평 못지않게 공연기획과 프로듀싱에 몰두해 온 그는 저자 서문을 통해 이 책이 “쓰고 싶은 책이라기보다 써야 할 책이었다”고 밝힌다. 25세에 처음 구상을 시작해 30년의 경험과 삶의 굴곡이 더해지면서 자신이 “세상에 내놓는 마지막 저서여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의미가 남다른 저서이다. 책의 제목인 캐논은 규율, 규범, 규칙, 척도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Kanon’에서 온 단어로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예술이나 철학에서 정당하고 기본적이라 얘기된 규칙이나 원리, 기독교에서 신학과 교리의 기본이 되는 정전(正典), 엄격한 대위법에 따른 작곡 기법이나 그 기법으로 만든 악곡, 미술에서 조화를 잘 이룬 이상적 인체의 비례, 묵시적인 합의를 통해 위대하다고 인정된 문학 작품과 작가). 작가는 이 책으로 독자에게 재즈의 정전이자 정도(正道)를 되새기기 촉구한다. 나는 이 책이, 선배들의 아쉬움을 되새겨 후배들이 자신의 앞길을 밝히는 데 지침서로 활용되길 바란다. 아직 무대 뒤로 물러날 때가 아닌데도 서둘러 예술의 꿈을 접고 있는 기성 연주자들에게 다시 창작의 꿈을 불러일으킬 촉진제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그들이 왜 진심 어린 박수를 무대 위에 쏟아내야 하는지 곱씹게 할, 재즈의 굳건한 생명력과 예술적 가치를 조망하는 데 유용한 참고서가 되길 바란다. _책머리에 내용 면에서 이 책은 재즈를 중심으로 한 예술론과 시론(時論)을 담았다. 그리고 형식적으로는 저자가 설정한 가상(假像)의 피아니스트 ‘한세영’과 ‘나’의 대담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챕터의 제목이기도 한 “수련, 영감, 전통, 무대, 갈등, 작품” 등 6개의 주제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며, 이들을 잇는 프롤로그, 인터로그 1, 2, 에필로그는 소설, 고백록, 서신 등의 형식을 취했다. 딱딱하고 현학적인 비평문 대신 자유로운 대담을 통해 음악계의 실상을 가감 없이 다루었고, 책에서 언급된 모든 에피소드는 저자가 비평가이자 기획자로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일들이다. 『캐논, 김현준의 재즈+로그』는 지금까지 한국인이 쓴 재즈 관련 서적 중 가장 깊은 심도를 지녔으며, 많은 이들이 외면해 온 첨예한 이슈들을 공론화시킨 현장 비평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제작, 교육, 공연, 매체, 방송 등 저자가 몸담아 온 모든 분야의 담론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재즈계를 넘어, 우리나라 음악계 전반을 조망하는 데 꼭 필요한 문제작이라 할 만하다. 책에 언급되는 음악인들은 페이지 아래 각주로 간단한 소개를 붙였고 책 말미에는 간단한 부록으로 재즈 장르 다시 보기를 달아서 용어 해설을 곁들였다. 재즈를 그리고 한국 재즈를 잘 아는 독자부터 새로 재즈의 매력에 눈 뜬 새내기 팬까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꾸몄다. 『캐논, 김현준의 재즈+로그』를 위한 OST 앨범 『Canon』 저자는 그간의 음악적 노하우를 집약해 책의 흐름에 맞춘 OST 앨범 『Canon』을 함께 제작했다. 이미 디지털 앨범으로 발표됐고, 독자들은 책에 실린 QR코드를 통해 55분 분량의 8곡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 이선지, 심규민, 김은영, 오은혜, 강재훈이 녹음에 참여했다. 이들의 라이브와 책의 내용을 ‘오디오 극(劇)’으로 재구성해 저자가 연출하는 출간 기념 공연도 준비된다. 일시와 장소는 2022년 11월 20일(일요일) 오후 5시, 서울 ‘벨로주 홍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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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인지, 소설인지, 르포인지, 사랑 고백인지 모를 이 낯선 이야기를 소개하려면, 나는 그저 그가 스스로 미리 쓴 묘비명을 읽으며 황홀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니, 묘비명이어선 안 되겠다. 책을 읽은 뒤 새로운 질문이 보따리로 생겼으니 말이다. - 백경석 (EBS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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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비평서가 아니다. 예술과 인생 전반에 관한 수상록이다. 어느 누구는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 책의 진의를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형해화한 교양서가 난무하는 국내의 음악도서 시장에서는 극히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다. - 박은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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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때마다 애써 모른 체하고 싶던 날카로운 담론들이 자주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랑하는 동료와 제자들이 모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처음 창작을 대하던 그 애틋함을 다시 마주할 것이기에. - 이선지 (피아니스트/작곡가/호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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