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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곡
금시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시인과 도둑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익명의 섬 |
Lee Mun-yol,李文烈,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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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입대와 함께 우리에게는 갑작스러운 의식의 과장이 일어난 거야. 바깥의 것은 무조건 크고 화려하고, 안의 것은 무조건 작고 초라하다는 식의 - 그리고 그것은 너희들도 일부 인정하고 있더군. 집에 금송아지 안 매 둔 놈 없다는 얘기 말이야.”
---「새하곡」중에서 금시조가 날고 있었다. 수십 리에 뻗치는 거대한 금빛 날개를 퍼득이며 푸른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날갯짓에는 마군(魔軍)을 쫓고 사악한 용을 움키려는 사나움과 세참의 기세가 없었다. 보다 밝고 아름다운 세계를 향한 화려한 비상의 자세일 뿐이었다.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거룩함의 얼굴에서는 여의주가 찬연히 빛나고 있었고, 입에서는 화염과도 같은 붉은 꽃잎들이 뿜어져 나와 아름다운 구름처럼 푸른 바다 위를 떠돌았다. ---「금시조」중에서 그가 내게 바라는 것은 오직 내가 그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 그리하여 그가 구축해 둔 왕국을 허물려 들지 않는 것뿐이었다. 실은 그거야말로 굴종이며, 그의 질서와 왕국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전제와 결합되면 그 굴종은 곧 내가 치른 대가 중에서 가장 값비싼 대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미 자유와 합리의 기억을 포기한 내게는 조금도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중에서 “선생 같은 분에게 시 그 자체가 바로 생산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소. 그러나 꿈도 생산이 되고 기대도 생산이 될 수 있다면 시도 생산이 될 수 있을 것이오. 시도 꿈과 기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오. 하지만 보다 나은 세상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소. 꿈과 기대 외에 다른 감정들도. 그런데 그 같은 감정의 생산에는 시도 유용한 도구일 수가 있소.” ---「시인과 도둑」중에서 누구에게나 지나가 버린 젊음은 황폐하고 삭막한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내가 장황하게 술회하는 삶의 쓸쓸한 이력도 실은 때늦은 일탈을 변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한 것은 아닐까. 사랑의 이데아와 실재를 이어주는 형체 모를 갈망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제 더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된 중년의 비뚤어진 욕정에 지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에서 자신을 낭비하고 만 속된 영혼이 다시 엉뚱한 곳에서 그 보상을 구하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중에서 그녀들은 마치 서로 다짐하듯 그렇게 끝을 맺었는데 그 어조에는 어딘가 공범자끼리의 은근함이 있었다. 그제야 나는 깨철이의 숨겨진 무서운 면을 본 느낌과 함께 마을 아낙네들이 가장 경멸스럽게 그를 얘기할 때조차도 그 뒤에서는 이상한 보호 본능 같은 것이 느껴지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익명의 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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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곡」부터 「익명의 섬」까지
이문열 문학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책! 이문열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 『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부터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수상작을 통해 그의 세계관과 시대적 문제의식, 그리고 그에 대한 물음과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엿볼 수 있다. 이문열의 수상 소감 중 ‘오늘의 작가상’ 수상 소감이 지금도 많이 회자 되고 있다. 「사람의 아들」로 수상한 상이지만 그 수상 소감 자체가 이문열의 글쓰기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신(神)의 얘기를 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혹 하더라도 그들은 쑥스러운 듯 수군거려 말했고, 더러는 자기들의 은어로만 얘기했다. 그래서 감히 내가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얼굴은 달아오른다. 그러나 신은 우리의 영원한 주제 중의 하나다. 이제 남은 것은 두려움뿐, 긴 밤 물어뜯을 부끄러움뿐.” 「새하곡」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야전 포병대 통신장교 중위의 병영 생활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라본다. 획일화와 가치관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조직화 시대를 사는 ‘병사의 절망(니힐)’을 통해 현대 사회의 인간 고뇌를 이야기한다. 「금시조」 1982년 동인문학상 수상. 이문열의 예술에 대한 신념을 소설화한 작품으로 한국 예술가 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서예에 천부적 소질을 지닌 고죽(古竹)과 그의 스승 석담(石潭) 사이의 상이한 예술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통해 참된 예술이 무엇인지 묻는다. ‘예술’로 상징되는 존재의 근원과 현실에 대한 인식 사이에서 이문열의 고유한 주관성이 엿보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87년 이상문학상 수상. 초등학교 교실을 통해 엿본 권력에 대한 욕망과 실체. “정의의 실현은 그 방식 역시 정의로워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초등학교라 불리는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힘 있는 아이와 힘없는 아이들 간의 폭력적 권력과 굴욕적인 복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권력에 대한 욕망과 실체를 보여준다. 「시인과 도둑」 1992년 현대문학상 수상. 문학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가를 고찰한 소설. ‘낡고 부패한 세상을 무너뜨리고 살기 좋은 새 세상을 여는 것.- 만약 나의 시가 그 일의 한 모퉁이라도 맡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큰 쓰임이다. 그리고 그 같은 큰 쓰임은 내가 자연 속에서 찾고자 하는 몽롱한 그 무엇에 갈음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이데올로기가 갖는 억압성과 집단주의를 배제하고 예술은 예술 자체의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1998년 21세기 문학상 수상!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의 불안 의식을 여행과 죽음, 사랑과 이별의 모티브를 통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변경’적 상황에서 진정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하는 이문열의 평생을 바친 고투의 과정이 담겨있다. 「익명의 섬」 2011년 한국 소설 최초 ‘뉴요커’ 전문 게재의 쾌거! 1980년대 동족부락이 지닌 반전의 모습을 고찰한 작품. 우리가 당연시 생각하는 따뜻한 공동체라는 인식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익명의 섬」은 그 뒤에 숨겨진 공모와 불안을 적시한다. “모두가 모두에게 혈연이나 인척이라는 것은 동시에 모두가 모두의 감시자”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