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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제5부 제6부 |
Lee Mun-yol,李文烈,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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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영웅심 또는 영웅주의는 종족주의의 한 특성이다. 하지만 종족주의가 영웅주의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며, 다만 조장하거나 고양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의 심성에는 원래부터 허영심이나 권력욕 따위 영웅주의적인 경향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찌하여 그런 경향들이 한 인간에게서는 영웅주의로 승화되고, 다른 인간에게서는 자질구레한 세속적인 욕구로 이행하고 마는가?
--- p.23 “그들의 음모에는 견디기 어려운 냄새가 나. 염치 없는 권력추구의 냄새, 익기도 전에 부패하는 야심의 냄새, 이상의 탈을 쓴 폭력과 잔혹의 냄새 ─ 우리가 아름답다고 표현한 그 이념의 향내와는 사뭇 달라. 나는 차라리 자주인(自主人)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사적인 이상으로 간직하겠네. 일생을 가슴속에서 헛되이 타오르다 꺼져갈 불꽃이라 할지라도 이 지독한 악취 속을 헤매는 것보다는 낫겠어.” 그때 이미 상건은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동영이 맹목적인 열정으로 불타고 있던 콩그룹 시절에도 상건은 이따금씩 그렇게 빈정거렸다. --- pp.107-108 “옛 동지들과의 접촉을 끊으십시오. 지금은 당이 옛 지하당 후신이라는 착각을 버리시고, 그때의 주도권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실패는 지금까지로 충분합니다. 당의 이데올로기를 장악하는 것이 곧 당을 장악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깨어진 환상입니다.” --- p.193 “믿기 위하여 의심한다. 옹호하기 위하여 비판한다. 사랑하기 위하여 미워한다 ─ 그리하여 그 의심과 비판과 미움을 극복한 자만이 진정한 이념의 사람, 위대한 사회주의 건설자(북괴의 교육이념)로 자라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대학이다. 우매한 인민을 동원할 때나 쓰는 어설픈 선동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 p.252 실은 내가 거기서 보고자 한 것은 반평생을 되뇌며 산 ‘인민’이었다. 내게 있어서 인민이란 언제나 농민대중이었고, 무산자의 개념 또한 도회의 임금노동자보다는 빈농 쪽이었으므로. 거기서 나는 손이 흰 지식인의 이상으로 떡칠된 그림이나 오래 누린 자로서의 반환 의무 또는 암기된 애정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보고 싶었다. 좋게든 나쁘게든 자의든 타의든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자로서의 자기평가에 근거를 삼기 위함이었다. 틀림없이 그때 나는 어떤 형식의 결말이 오든 먼저 내 삶을 정리해 두고자 하는 생각에 조급해 있었다. --- pp.356-357 아직은 공산주의자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연히 당증을 가진 당원으로서, 이 같은 분석을 하고 있는 자신이 처량하면서도 부끄럽고, 또한 비열하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이제 공산주의자나 당원이기에 앞서 인간이고자 한다. 인간 중에도 삼천만이란 피붙이를 가진 조선인이고자 한다. 나도 한때는 앞서의 장황한 이유에서 비롯된 우리 집단의 외형적인 우세가 우리 이념이 가진 우수성에서 온 것인 줄 알았다. 나의 길은 어김없이 영광되고 그 도달은 영원히 기림을 받을 승리인 걸로 믿었다. 그런데 ─ 이제서야 겨우 진실이 보인다. --- p.414 그런 뜻에서 보면 지금 이 땅은 그 역으로서의 영웅시대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남과 북 양쪽이 한결같이 이상하는 바는 그 같은 시대의 이행을 거꾸로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쪽은 자유란 이름으로 계급에 딸린 특권의 폐지를 선언함으로써, 그리고 북쪽은 평등의 이름으로 계급을 통일하려 함으로써, 사실상 계급의 소멸을 시도하고 있다. 또 국가에 있어서도 북쪽은 국가와 권력의 강화가 예상되는 과도기를 두고 있기는 하나 마침내 그 소멸을 꿈꾸고 있으며, 남쪽도 국가 자체의 소멸을 예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들이 이상하는 대로라면 압제나 수탈로만 파악되는 국가의 고대적 의미는 소멸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 p.439 “우리 아부지? 우리 아부지는 일마들아, 영웅이따, 영웅. 그카는 느그들 아부지가 다 뺄갱이라.” 뺄갱이란 말이 앞으로 그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전혀 모르는 채 나중에 온 아이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오히려 어깨까지 으쓱했다. --- p.470 |
“한국 현대사의 벽화 같은 책”
이문열의 『영웅시대』 개정 신판 출간! 절실했던 북으로 간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이문열의 대표 장편소설 『영웅시대』는 1982년 9월부터 1984년 6월까지 《세계의 문학》에 연재한 이문열의 장편소설로, 1984년 단행본으로 첫 출간되었다. 이후 표지를 바꿔 출간되는 등 6.25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의 지평을 연 대표 장편소설로 주목 받았다. 이번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하는 이 책은 이문열 작가가 2년여의 시간을 들여 한 단어, 한 문장을 다시 읽고 심혈을 기울여 수정한 개정 신판으로 『영웅시대』의 마지막 정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내용이 첨삭되기보다는 기존 단어와 문장의 잘못된 바를 바로 잡고, 의미가 좀 더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표현을 바꿨다. 이문열은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전해 듣거나 기록으로 본 것들을 바탕으로 썼는데, 북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을 때라 틀린 게 많다. 부끄러워 고치려고 한다.”라며, 이번 개정 신판의 출간 의미를 밝힌 바 있다. 『영웅시대』는 이문열 작가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책이다. 월북한 아버지, 그리고 남한에 남겨진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은 가족들의 고초가 담겨있다. 6.25 한국전쟁, 분단의 아픔,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다루며, 한국 현대사의 벽화와도 같은 책이다. “한 단어, 한 문장을 수정하는 데 끝까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영웅시대』 1, 2권은 총 6부로 구성된 원고지 3천5백장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의 배경은 6.25전쟁이라는 우리 민족의 비극이다. 이 소설은 이문열 작가가 영웅시대라고 이름 지은 격변의 시대를 살면서 한 지식인이 겪는 사상적 편력과 현실발견의 과정을 심도 있게 다뤘다. 사회주의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한국전쟁을 형상화하는 한 축과, 남쪽에 남겨진 노모와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을 한 축으로 하여 이야기를 교차하며 끌어간다. 지식인이 겪는 사상적 갈등, 이념과 인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평단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그와 이별한 채 전쟁 속 고난의 삶을 헤쳐 나가는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이문열 작가를 알고 싶다면, 우리 현대사를 알고 싶다면, 『영웅시대』를 읽어라!” 『영웅시대』의 문학사적 의의는 크다. 그것은 『영웅시대』가 6.25라는 민족사의 비극에서 한 핵심적 요인이 되는 이념의 문제에 대해 과거의 어떠한 작품보다 치열하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영웅시대』는 이문열 작가만의 소설책이라고 하기에는 그 무게감이 크다. 이 책은 6.25전쟁을 통한 우리 현대사의 이야기이자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이문열 작가를 알고 싶다면, 우리 현대사를 알고 싶다면 『영웅시대』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문열 작가의 마지막 수정본이 될 개정 신판 『영웅시대』! 작가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주옥같은 문장과 단어를 다시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