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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내는 글│어머니, 고맙습니다 4
1. 어머니라는 존재 14 다시 영등포역에서 21 가는귀 25 트라우마 39 어버이날 41 어머니 집에서 1 44 딸을 찾아서 46 생일 48 어머니 집에서 2 52 엄마 없는 결혼 55 궂은 생각 57 당신에게 남은 시간 60 작은 케이크 62 어머니가 메시지를 읽다 65 순천에서 서울로, 다시 순천으로 68 케이크 초를 거꾸로 꽂으며 74 셈으로 따질 수 없는 일 80 자식 냄새 풍겨주기 83 새마을호에서 KTX로 88 병원에서 탈출하다 95 2. 당신이 참 고맙습니다 102 어머니의 밥상 1 107 어머니의 밥상 2 111 외딴섬의 신음 113 새벽닭이 자처울어 쌓는다 118 동생이 사라지다 121 그곳에 가면 행복하다 127 오늘처럼 바람이 불어쌓면 133 동강떡새 137 어머니가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 140 빼앗긴 명당 146 깡다리 149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152 반딧불이 155 아들이 죽는 꿈 158 싹수없는 아들을 보면서 162 무릎 수술 165 엄니의 기억 공장이 풀가동되다 172 노모를 버리다 175 성희 178 3. 메시지 184 썹써구를 아시나요 189 볏단 소녀 196 어머니의 아침잠 202 사랑할 수 없는 불빛 211 어머니와 코로나 214 당신 곁으로 가고 싶다 217 별에서 향기가 난다 220 어머니와 아들 둘만 제사를 지내다 225 재난지원금 231 설날 전, 어머니의 자비출판이 통하다 234 ‘미스터트롯’… 니들이 효자다 237 어머니의 하늘은 높아만 가는데 242 이명 244 어머니가 둘이다 249 우리 집 효자, 막내 253 클레멘타인 257 가을 모기 262 북두칠성 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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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일을 정리하고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사우나를 찾았다. 사우나 휴게실 주변을 둘러보니 두 손을 모아 벤 채 모로 누운 어머니가 보였다. 토요일 오전,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당신이 사우나 가면 전화 못 받으니 그리 알라는 것이었다. 주무시는 어머니를 두고 한증막에서 땀을 흘리고 나오니 어머니는 금세 일어나 어디론가 자리를 옮겼다. 적외선방이니 소금방이니 하는 곳을 두리번거리자니 어머니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나, 여기 있다.” 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과 자식이 어머니 바라보는 눈이 이처럼 다른 모양이다.
어머니와 살아오면서 내가 먼저 어머니를 발견한 적 있었을까. 어두컴컴한 곳에서, 그것도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나는 어머니를 먼저 찾아낼 수 있을까. 다른 어머니와 비교하지 않은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살아왔을까. 엊그제 당신 생신이었으니 이제 여든셋, 두어 해 전부터 나는 틈틈이 어머니 이야기를 써온다. 글로 내세울 만큼 어머니가 특별한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우리 시대 어머니들이 그리 살아온 분이 적잖듯이, 어머니도 젊은 날부터 애옥살이 인생에다, 불혹도 되기 전 홀로 되어 자식 다섯을 키웠다. 그 가운데 삼사십 대 자식 둘을 먼저 보냈으니 좀 더 아팠을 질곡의 삶일 뿐이다. 하지만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그 소중한 인연만으로, 당신의 노후에서조차 쓸쓸하고 외롭지 아니하도록 자식의 존재감을 드러내 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다만, 당신의 자존심이 되지 못한 내 삶이 부끄러울 뿐이다. 소금방에서 어머니와 나란히 누웠다. 어머니의 숨소리를 들으며 어머니라는 존재를 떠올려보았다.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내게 좋은 일 생기면 가장 먼저 기뻐하고 잘못되면 가장 마음 아파하는 사람, 평생 그런 마음으로 한결같이 살아왔던 사람, 그래서 내 나이 80이 되어 돌아가시더라도 나에게 고아가 된 기분이 들게 할 것이다. 평생 남편에게 가려지고 자식에게 가려진 존재, 그러면서도 어두운 세상을 거닐 때면 자식보다 더 큰 그림자로 동행해 주는 묵묵한 우리네 당신…. 여든 넘은 자식도 길러야 하는 존재가 어머니의 숙명이다. 자식 나이 여든이 넘었어도 당신 앞에 살아만 있다면 손이 아닌 가슴으로, 영혼으로 여전히 자식을 기르는 존재이다. 잠시라도 자식이 안 보이면 노심초사하는 어머니의 본능, 그것으로 생을 다하는 날까지 자식을 기르는 것이다. 어머니의 숨소리에 가는 신음이 섞여 나온다. 녹아버릴 만큼 녹아버린 육신 곳곳으로 뜨거운 기운이 스며드니 절로 신음이 나오는 것일 게다. 어머니랑 누워있으니 ‘백세인생’ 가사가 떠올랐다. 어머니도 그처럼 여유롭고 당당하게 그리고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어머니의 슬픈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가만히 ‘백세인생’을 불러보고 싶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 읽어보라며 글 하나를 건넸다. 종이 쪼가리에다 어머니가 옮겨 적은 듯하였다. 언뜻 불교적 색채도 띠어 불교 신자인 어머니가 그쪽에서 만난 글인가 싶었는데, 나중에야 가수 이애란이 부른 ‘백세인생’ 가사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라는 존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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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들의 어머니를 향한 까치발
가난한 게 죄는 아니지만, 구순 어머니에게 가난한 아들은 언제나 죄인으로 살아간다. 90세 어머니는 지금도 시골집에서 홀로 살아간다. 홀로 잠들고, 홀로 식사하고, 홀로 마당을 거닐며 홀로 텃밭을 일군다. 아들은 매일 어머니의 잠자리를 챙겨드리고 싶고, 매일 마주 앉아 함께 숟가락을 들고 싶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향 마을 바닷가 산책로를 자주 걷고 싶지만 그 잘난 출판사 운영한답시고 어머니와 선뜻 함께 생활하지 못한 채, 어머니를 향해 항상 마음의 까치발만 세울 뿐이다. 뼛속까지 가난한 삶을 이어온다. 가난은 숙명이었다. 가난은 아들에게 빙의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가난으로 처절하게 부서져도 그 가난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아들의 가난은 오직 어머니 앞에서만 부끄러울 뿐이었다. 언제부턴가 어머니 이야기를 메모해 왔다. 어느날 문득 어머니의 나이를 떠올릴 때, ‘아, 어머니와 함께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루빨리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를 챙기며 살아야 하는데, 도무지 어머니와 아들의 거리는 좁혀질 줄 몰랐다. 아들은 늙으신 어머니를 홀로 유폐(幽閉)시키고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어머니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산문집 전체는 어머니 이야기로 채웠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세상 누구에게나 소중하지만, 우리가 자주 쓰는 ‘어머니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식상할 수 있다. 어머니 이야기는 무수히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처럼 어머니가 소재가 된 예술은 명작이 되기도 한다. 명화(名?)가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명작 드라마가 된다. 어머니가 지닌 가치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의 원천 어머니 뱃속은 우리 생명의 시원이다. 우리에게 어머니를 주신 분은 하느님이다. 어머니를 하느님의 모상(模像)이라고 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어머니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살아생전 어머니가 자식에게 남긴 기운으로 사는 것이다. 이 산문집 제목을 ‘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로 한 이유도,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가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항상 성모님께 어머니를 지켜달라는 전구를 하였다. 따라서 이 제목의 어머니는 성모님이기도 하다. 세상살이가 너무나 힘들었을 때 아들은 종종 죽음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두 자식을 앞세운 어머니를 두고 죽음을 생각할 수는 없었다. 만일 어머니가 안 계셨다면 아들은 자신의 삶을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이 글이 대단해서 책으로 묶은 것은 아니다. 어머니에게 들은, 어머니에게 느낀 어머니의 자취소리 하나 하나가 아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늙으신 어머니를 둔 독자, 가난하지만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 책 속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