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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elope Fitzg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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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플로렌스 그린은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았다.
---「첫 문장」중에서 “그 정도까지 거창하지는 않아요. 물론 문화는 중요한 거죠. 하지만 적자를 보면서까지 서점을 운영할 생각은 없어요. 셰익스피어도 비영리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잖아요.” --- p.15 ‘보이지 않는 존재’는 마을 사람들 같은 ‘보이는 존재’만큼이나 쓸데없는 참견을 좋아했고, 플로렌스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했다. 하지만 플로렌스는 아무리 래퍼나 마을 사람들이 방해 공작을 펴도 반드시 서점을 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 p.66 “언니가 한 명 더 있지 않니?” “그 언니는 집에서 마거릿과 피터랑 노는 걸 좋아해요. 둘 다 어리거든요. 제 동생들이고요. 그딴 이름을 붙인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다고 마거릿 공주나 그 연인 피터 타운센드 공군 대령 같은 인물이 되는 것도 아닐 텐데요.” --- p.100 플로렌스는 매일 아침 서점 문을 열 때마다 행운과 적당한 기회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기핑 씨네 채소밭처럼 말끔히 정돈된 책들은 언제라도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였다. --- p.135 “제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무얼 존경하는지 말씀드리지요. 신이나 동물도 가지고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인간이 지닌 미덕, 굳이 미덕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겠으나 아무튼 지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그것은 바로 용기이지요. 그린 부인, 댁은 용기가 아주 대단한 사람입니다.” --- p.165 좋은 책은 위대한 영혼에 흐르는 고귀한 혈액인 만큼 세대를 뛰어넘어 길이길이 전해지도록 방부 처리하여 소중히 보관해야 합니다. 당연히 책도 생활에 꼭 필요한 겁니다. 생활필수품이란 말입니다. --- p.174 위원회 측에서 인용한 상점법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은 14세에서 16세 사이의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법입니다. 크리스틴 기핑은 이제 11세입니다. 11세가 아니면 초등학교에 다닐 리가 없잖습니까. --- p.194 “오래된 것과 역사적 가치를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 둘이 같다면 저나 댁이나 지금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어야겠지요.” --- p.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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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미망인 플로렌스 그린이 작고 외진 바닷가 마을에
서점을 열려고 하는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북샵』의 주인공 플로렌스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이렇다 할 재산이나 인맥도 없는 중년 여성이다. 플로렌스는 오랫동안 주인 없는 낡은 건물로 방치되어 있던 올드하우스를 은행 대출을 받아 구입해 서점을 열려고 한다. 그러자 마을의 권력자인 가맛 부인이 건물을 예술 센터로 쓸 계획이라며 서점 따위는 어디서든 열 수 있으므로 올드하우스를 비우라고 압박한다. 마을 사람들은 공공재처럼 사용하던 올드하우스에 서점이 들어서는 것에 불만을 갖고 가맛 부인을 지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문으로 치부했던 올드하우스의 폴터가이스트 현상 역시 실제로 일어나 플로렌스를 더욱 힘들게 한다. 플로렌스를 응원하고 돕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저택에 틀어박힌 채 두문불출하는 명문가의 후손 브런디시 씨다. 가맛 부인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브런디시는 플로렌스의 계획에 지지를 보내며 서점 개업을 응원한다. 플로렌스는 당시 출간되었던 소설 『롤리타』의 판매 여부를 브런디시와 상의하는 등 여러모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크리스틴은 이 소설을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조미료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가난한 집의 셋째 딸인 어린 소녀는 사장인 플로렌스보다 야무지고 거침이 없다. 크리스틴의 당돌한 말투는 자칫 답답할 수 있는 전개에 청량감과 영국식 유머를 선사한다. 왜가리는 힘차게 날갯짓하면서 부리에 문 장어를 삼키려고 애썼다.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피츠제럴드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기득권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어왔다고 말했다. 작가의 삶이 작품에 투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터,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은 기존의 사회 질서에 녹아들지 못한 채 방황하는 사람이거나 꿈만 쫓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신음하는 예술가, 또는 부모가 없는 가난한 아이 등 소외된 존재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 플로렌스도 마찬가지다. 소설 『북샵』에서는 플로렌스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와 가맛 부인 등으로 대변되는 ‘기득권’사이에 발생하는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을 이자벨 코이젯트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보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영화를 재미있게 본 독자들이라면 소설과 영화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찾아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