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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 청미 9
할아버지의 임서기 45 밤길 75 너에게 105 사랑해요, 나나 135 2020년, 그해 4월 165 슬리퍼 195 푸른바다거북 229 해설 -정재훈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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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에는 ‘죽음’이라는 존재적 사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누군가의 비참한 삶을 떠올리게 만드는 「2020년, 그해 4월」이라든가, 아니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놓인 주인공의 또 다른 독백이 펼쳐지는 「너에게」처럼 ‘죽음’은 김경의 이번 작품 세계에서 인물들에게 가해진 혹독한 존재적 시련임과 동시에 이를 극복의 단초로 삼아 부활의 희망(남겨진 자로서 삶을 희망하거나, 죽은 이들을 애도함으로써 한층 성숙해지는 인간적 면모)을 한줄기 빛처럼 열어둔다. 물론, 「밤길」이라든가 「푸른바다거북」에서는 표면적으로 ‘죽음’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와 상응할 법한 ‘부재’ 등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이 부재는 ‘부모’의 부재, 다시 말해 그들(부모)이 죽지는 않았지만 내 주변에는 없는 상태이기에 ‘죽음’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삶의 근간마저 뒤흔들 법한 ‘죽음’을 작품 내에 배치한다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다른 소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의 배치일 뿐일까.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마다 배치된 것은 분명 나름의 의도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김경이 독자인 우리들에게 열어 보여주고자 한 어떤 삶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상실감, 또는 정체성의 뿌리 상실(부모의 부재)을 작품으로써 그린다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크나큰 존재적 사건들의 진정한 의미가 일상 밖으로 철저히 밀려나간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음을 가리킨다. 김경은 그 존재적 사건들을 다시 우리 일상 내부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그 사건 내에 마치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나아가는 변모를 보이며 성장한다. 상투적이고 소소한 갈등만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김경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펼쳐진 극단적 상황을 작중 인물들이 맞닥뜨리게 만들고, 이에 따라 서서히 변모해나가는 인물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작품 내에서만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닐 테다. 이매지널 세포의 활성화로 인한 ‘이마고’를 소설이라는 구조로 끌어들여와 본다면, 이는 작품으로써 ‘한 인간에 대한 이상적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것의 아름다움은 독자들에게 일종의 ‘감응’으로써 다가온다. 감응은 본래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을 비롯해 “식물이든 동물이든 유한한 생명들에게 다른 신체와의 마주침”을 의미하며 곧 “존재의 조건”이다. 「할아버지의 임서기」와 「슬리퍼」도 김경 작가가 평소 천착하는 삶으로서의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사랑해요, 나나」도 「무녀 청미」처럼 예술혼을 다루고 있어 작가의식이 은연중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말 오늘 하루도 시간은 정직하고 자유로이 흘러간다. 같은 속도와 크기로 다가왔다가 멀어진다. 나는 문득 시간의 수축과 팽창, 팽창과 수축을 본다. 시간도 이렇듯 변화하는가. 과연 그런가. 시간은 여전한데 나의 움직임이나 생각 때문에 빚어지는 느낌이 아닐까. 내가 움직이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 시간은 정지할는지도 모른다. 청미, 호, 민준, 수호, 빛나, 정민, 영민, 주리, 수, 민우, 영은, 무정, 하연, 지희, 한별 등등……. 참 정겨운 이름들이다. 한 시절을 나와 동고동락한, 여기 『푸른바다거북』에 살아 숨 쉬던 인물들이다. 때로는 친구처럼, 연인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우리는 함께 걸으며 참 좋았다. 비록 오해와 갈등으로 등지고 돌아설 때도 있었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 소중한 일이다. 벌써 다섯 번째 책이다. 출간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는다. 더 깊고 더 넓게 톺아보아야 했는데……. 하지만 이 자리를 떠나는 것도 그다지 섭섭하지는 않다. 기대할 수 있는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