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들어가는 글
하나。* 집, 아름다움에 떨리는 화가 서용의 양평 집 / 둔황敦煌 연가戀歌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의 판교 집 / 아름다움의 끝은 어디인가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의 한남동 ‘차이’ / 헐렁한 집과 파격의 옷 전방위 예술가 문순우의 안성 ‘고칠현삼’ / 낡고 오래된 물건을 향한 편애 둘。* 집, 기품이 넘치는 화가 전성우의 성북동 집 / 거기, 마음 속 깊은 닻 수월당 이미령의 안동 ‘탁청정’ / 세월의 두께 속에 반지르르한 살림살이 선비 권오춘의 양평 ‘초은당’ / 한옥에 앉아 있으니 춤추고 싶어라 학고재 대표 우찬규의 팔판동 ‘삼호당’ / 탐매와 문향과 매화음이 넘나드는 곳 셋。* 집, 새로움에 홀리는 조각가 박상희의 팔판동 집 / 등마다 불이 켜지면 전혀 다른 풍경인 것을 시인·건축가 함성호의 일산 ‘소소재’ / 고래 뱃속을 타고 바람이 넘나드는 곳 인도학자 이옥순의 평창동 집 / 텅 빈 거실서 찾은 인도 향기 국어선생 송승훈의 남양주 ‘잔서완석루’ /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 띵굴마님 이혜선의 남양주 ‘그곳에 그집’ / “난 살림이 좋아요” 넷。* 집, 자연에 끌리는 화가 박대성의 경주 ‘묵은당’과 ‘통천옥’ / 먹 속에 숨은 집과 하늘로 뚫린 감옥 도예가 김형규의 장성 ‘백우헌’ / 저 너머 설산의 흰 소가 달항아리 빚는 곳 건축가 김원의 옥인동 집 / 비 갠 후 인왕산의 산색이 들어오는 출판인 조상호의 광릉 집 / 창밖 나무들의 사계가 온통 눈앞에서 흔들리고 건축가 정현화의 역삼동 ‘필당’ / 모든 방은 자기만의 밖이 있다 |
김서령의 다른 상품
|
나를 닮은 집, 당신을 닮은 집
도서2팀 최지혜 (sabeenut@yes24.com)
2014.01.15.
모든 물질은 손을 탄다. 손가락이 닿고, 침이 묻고, 페이지 곳곳 귀퉁이를 접어놓으면 그건 ‘나만의’ 책이 된다. 같은 책을 사서 읽는다고 해도 내 손이 닿은 책과 당신 손이 닿은 책은 엄연히 다르다. 그건 물질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서, 사람이 머무는 장소도 그 사람을 닮는다. 같은 모양의 책상에서 같은 버전의 컴퓨터와 같은 색깔의 키보드를 쓰지만 각자의 자리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듯이 말이다. 물질과 공간이 사람 손을 타는 것처럼, 장소도 사람을 길들인다. 어떤 공간 속에 오래 있다 보면 사람 역시 그곳을 닮아간다. 머무는 공간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 집과 사람을 함께 읽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 있다. 찻집에서 세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것보다 살림집에 삼십 분 들어가 보는 것이 한 인간을 살피는 데 더욱 유효한 방법임을 알게 된 그는 10년 전부터 ‘집이 곧 사람’임을 주장을 해왔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의 집을 직접 지은 사람들, 직접 짓지는 않았더라도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을 스스로 찾아낸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책에는 앞뜰의 연못이 내다보이도록 계단참에 창문을 크게 낸 집, 벽으로 꽉 막힌 사방에 하늘로만 둥근 창이 뚫린 명상의 방이 있는 집, 큰 살구나무를 품은 단독주택, 책으로 가득 찬 집, 네 귀가 버선코처럼 살짝 들린 집, 수많은 와인잔과 프라이팬이 천정 아래 매달린 집, 소리길과 바람길이 있는 집 등 개성 넘치는 열여덟 명의 집과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열여덟 채의 집은 하나 같이 그 주인을 닮았다. 마음 놓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곧 ‘집’이니, 이는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공간이 말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 자연과 함께 가는 사람, 사색을 필요로 하는 사람, 쉬지 않고 창조하는 사람, 책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 등.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공간을 넘어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책장을 덮고 나니 우리 집 생각이 난다. 아주 어렸을 때 2년을 제외하고 나는 줄곧 아파트에서 살았다. 똑 같은 모양의 건물 안에 똑 같이 배치된 몰개성의 집에서 사는 지난 시간 동안 단 한번도,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강렬한 색채의 포스터나 독특한 디자인의 의자를 들여 기분 전환을 한 적은 있다. 또, 예술가의 집들을 찍어놓은 책을 보고 어설프게 흉내를 내 본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공간’에 대한 ‘진짜 고민’이 아니었다.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허물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 끊임없이 소통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인 ‘집’. 나를 닮은 집은, 또한 당신을 닮은 집은 과연 어떤 집일까? 값비싼 가구나 화려한 장식을 집안 곳곳에 배치한다고 공간의 품격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공간 안에 들어서면 처음엔 물건의 색과 형태를 보지만 곧 물성이 지닌 결과 질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 결과 질감이 만들어내는 공기를 감지하게 된다. 인테리어란 바로 그 공기의 감각을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의 말처럼, 나에게 어울리는 ‘공기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짜 인테리어일 것이다. 남과 나와의 관계를 응시하고 세상과 내가 어떻게 어울려서 살아야 하는지 성찰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집 짓기라던 한 건축가의 말처럼, 공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되어야 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우리 각자는 자신에게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살 집을 직접 지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포기하긴 이르다.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떠올려보자. 당장 그곳에 가서 보이지 않는 금을 긋자(가능한 크게!). 금 안의 공간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믿고 있는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 나의 결과 향이 느껴지는 물건이 숨어 있는 공간, 조용히 사유할 수 있는 공간,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 말이다. 인생은 공간 안에서 흘러간다. 공간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그 때의 사람들은 없지만 그곳은 여전히 그들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잊은 줄만 알았던 그 사람들이 떠오른다. 모든 공간은 사연을 갖는다. 그리고 사연이 한 번 깃든 공간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
|
칼럼니스트이자 탁월한 이야기꾼 김서령이 만난 18인의 집
-“집 구경은 공간 안에 녹아 있는 주인의 삶의 방식, 그걸 읽는 재미!” 사람은 깃들어 사는 집을 닮아간다 칼럼니스트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이름난 김서령이 개성 넘치는 18인의 집을 다녀왔다. 이미 10년 전부터 줄곧 “집이 곧 사람이다”라고 외치고 다닌 덕에 이런저런 집 구경을 꽤 다녔다. 그런데 집이 사람이라면, 우리가 지금 앓고 있는 병통이 사는 집과 관련 있다면, 우리 사회의 피로와 불안과 결핍을 풀어줄 집은 어디에 있을까, 본격적으로 팔 걷어붙이고 집 구경에 나섰다. 이런저런 남의 집을 구경하면서 살 만한 살림집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이야기가 넘치는 집 _아름다움에 떨리는 · 기품이 넘치는 · 새로움에 홀리는 · 자연에 끌리는 아름다움에 떨리는 집이 있다. 원시 자연으로만 창을 내고 내면으로 서로의 손을 꽉 잡은 가족이 사는 화가 서용의 양평 집. 눈앞에 있는 것을 기꺼이 부술 줄 안고, 기존의 가치에 쉼 없이 의문을 품을 줄 아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의 판교 집. 옷 보는 눈과 집 보는 눈이 다르지 않아 눈 두는 곳마다 빛과 결이 다 차분한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의 한남동 ‘차이’. 평생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녔고, 극도의 탐미를 추구해 온 전방위 예술가 문순우의 안성 ‘고칠현삼’ 이 있다. 기품이 넘치는 집이 있다. 산벚이 꿈속처럼 하얗게 흩날리고 산꿩이 기억처럼 한가하게 우는 거기, 간송 미술관이 있는, 화가 전성우의 성북동 집. 세월의 두께 속에 반지르르한 살림살이가 특별한 수월당 이미령의 안동 ‘탁청정’. 손이 오면 거울같이 윤나는 대청에서 너울너울 선비춤을 추는 선비 권오춘의 양평 ‘초은당’. 탐매도를 찾아다니고 매화음을 모아 책을 만드는 사이 절로 매화에 빠진 사람이 된 학고재 대표 우찬규의 팔판동 ‘삼호당’이 있다. 새로움에 홀리는 집이 있다. 등마다 불이 켜지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되는 조각가 박상희의 팔판동 집. 고래 뱃속을 타고 바람이 넘나드는 곳, 시인이자 건축가 함성호의 일산 ‘소소재’. 텅 빈 거실에서 찾은 인도의 향기와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행복을 이야기하는 인도학자 이옥순의 평창동 집. 군더더기와 허세가 전혀 없어 사람의 마음을 활짝 열리게 만드는 곳, 국어선생 송승훈의 남양주 ‘잔서완석루’. 서랍마다 정갈하고 향긋하고 고요하기가 무슨 선방 같고 꽃다발 같고 눈 내린 아침 같은 띵굴마님 이혜선의 남양주 ‘그곳에 그집’이 있다. 자연에 끌리는 집이 있다. 먹 속에 숨은 집 ‘묵은당’과 하늘로 뚫린 감옥 ‘통천옥’이 나란히 있는 화가 박대성의 경주 집. 저 너머 설산의 흰 소가 달항아리 빚는 곳, 도예가 김형규의 장성 ‘백우헌’. 비 갠 후 인왕산의 산색이 들어오는 건축가 김원의 옥인동 집. 창밖 나무들의 사계가 온통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출판인 조상호의 광릉 집. 매발톱처럼 우아한 야생화 두어 뿌리만 허락했고, 나무 아래 허리 팡팡한 오지항아리 서넛만 놓은, 건축가 정현화의 역삼동 ‘필당’이 있다. 공간과 내 몸 치수가 딱 맞을 때 찾아오는 편안함이 좋다 이 책에 나오는 열여덟 집 중에서 아홉 집이 한옥이다. 삼호당, 탁청정, 옥인동 집은 해묵은 한옥이고, 초은당, 묵은당, 백우헌은 새로 지은 한옥이다. 잔서완석루, 필당, 광릉 집은 한옥의 정신을 살린 21세기 시멘트 한옥이다.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편하고 순한 공간을 찾다보니 발길이 절로 한옥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한다. 아니 마주앉아 이야기할 때 메아리가 깊은 데서 울려오는 사람을 따라가 봤더니 그런 집이 나왔다는 편이 옳겠다. 김영진과 박상희가 수리해서 사는 낡은 집도 넓은 의미에서는 근대 한옥의 범주에 넣을 만하다. 문순우와 서용과 마영범과 함성호가 직접 고심해서 지은 집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세상 하나뿐인 집이다. 간송미술관 뒤쪽 언덕에 놓인 전성우의 집은 약혼 기념으로 지어 금혼이 다가오도록 한 곳에 머물러 이야기가 넘쳐나고, 이옥순과 띵굴마님의 집은 다세대주택과 아파트라는 한계 속에서도 한 곳은 실내를 무섭도록 텅 비움으로써, 다른 한 곳은 깨알 같은 정리정돈 솜씨로써 제 색깔을 돌올하게 살려낸 집이다. 지금 내 몸이 놓인 공간을 사랑하는가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제 집을 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그렇게 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의 집을 직접 지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직접 짓지는 않았더라도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을 스스로 찾아낸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더불어 지금 내 몸이 놓인 공간을 사랑하는지를 묻는다. “‘지금 이 순간’이란 시간을 생생하게 맞닥뜨리게 해주는 건 공간이다. 크기는 중요치 않다. 문제는 자신이 그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다. 살림집에 그런 공간이 있을 때 나는 기꺼이 그를 행복한 사람이라 부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