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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vs. 가해자
수업 거부 운동 열정과 체념 사이 쓰라린 패배의 뒷맛 뻔뻔한 녀석 한밤중에 학교로 비밀 작전 분노한 소녀들 뜻밖의 고백 타임 내가 있어야 할 곳 지원군과 방해꾼 슬픈 미소 운명의 시간 위험한 경고 불시에 벌어진 일 엄마와 딸 실낱같은 희망 최후의 반격 심각한 질문 정당한 분노 |
Illana Can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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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SNS상에서 악의적인 괴롭힘을 당한 아멜린이
오히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전학을 간다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_뻔뻔하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진짜 가해자, 폴 “너무나 수치스러워서 차마 다 말하지 못했어.” _정당방위가 학폭으로 둔갑한 사건의 피해자, 아멜린 “불의를 보고 분노만 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어. 행동해야 해.” _사건의 실체를 알고 진실을 파헤치는 신문 동아리 기자, 라셸 세상의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차별에 당당히 맞서며 자기 삶의 주도권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묵직한 돌직구! “우리는 이러한 불의에 결코 동의해서는 안 됩니다!” 분노한 소녀들,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다! 지루한 학교 신문 동아리에서 별 의욕 없이 기자로 활동 중이던 모범생 라셸은 어느 날, 절친 마르탱으로부터 특종거리가 될 만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공공연하게 질 나쁜 행동을 하던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아멜린이 정당방위로 한 행동 때문에 선도 위원회에 학폭 사건으로 회부된 것도 모자라 전학 처분을 받았다는 것! 라셸은 분개하며 아멜린에게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인터뷰를 제안한다. 그리고 아멜린과의 만남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뒤바뀐 사건의 실체를 알고 강렬한 분노에 휩싸인다. 라셸은 학교 측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업 거부 운동’이라는 대담한 아이디어를 추진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이를 수업을 빼먹을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생각하며 도무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 여기며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도 학술 동아리를 휘어잡고 있는 마농을 필두로 한 여학생들이 동참하면서 라셸의 운동은 점차 활기를 띤다. 그들은 아멜린의 사건은 물론이고 그동안 학교 측의 성차별적인 대우에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기에 이를 공론화하고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일부 선생님과 급식실 조리사들의 동참으로 반짝 힘을 얻었던 수업 거부 운동은 결국 학교 측의 압력으로 중지되고 만다. 이에 마농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하게 관철시키기 위해 주말 동안 학교를 점거할 계획을 세운다.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는 것을 꺼리던 라셸은 가해자인 폴이 반성은커녕 자기가 피해자인 듯이 구는 모습에 심사가 뒤틀려 점거 농성에 동참하게 된다. 이들의 학교 점거 농성은 사람들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온라인에서 회자되며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학교 측은 이들과의 협상이 무산되자 점거 농성을 끝낸다는 명목으로 경찰을 투입하고, 이 과정에서 라셸은 클라라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잘못도 없이 과하게 제압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라셸 무리의 운동이 맥없이 끝나려는 순간, 학생들의 비폭력 시위에 경찰을 동원한 학교 측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변화를 만들어 갈 테니까.” 《할 말 있어요》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 정도가 다른 다양한 아이들의 입장을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입장,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막연히 두려워하며 꺼리는 입장, 서로 반대되는 의견 모두 타당한 구석이 있는 듯해 매번 생각이 바뀌는 입장,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삶 속에 녹여 내어 행동하는 입장 등…….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생각이 누구와 비슷한지,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 또한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찬찬히 들여다보며 탐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주인공인 라셸은 독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공감과 몰입이 수월하다. 대학 입시와 엄마와의 갈등이 가장 큰 고민거리인 평범한 여고생으로, 딱히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드높인 적도 없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의식도 없다. 또 여성으로서 (아직은, 혹은 다행히도) 차별받거나 희롱당한 적 없고, ‘이 세상 여성들이 겪는 일의 절반도 채 알지 못하’기에 여성 운동에 앞장설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하고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라셸은 아멜린이 겪은 끔찍한 사건과 전학 처분이 부당하다는 생각에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서 진실을 밝히고자 앞장서며 놀라우리만치 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건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모순적인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다가 마침내 자신에 대한 의심을 떨치고 단단하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용기를 선사한다. 또한 라셸을 비롯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고 밀어붙이기보다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수정하고 보완하며 주관을 다듬고 정립해 가는데, 이런 유연한 태도와 건강한 토론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롤 모델이 될 것이다. 《할 말 있어요》는 페미니즘, 세상의 선입견, 일상과 무의식중에 녹아 있는 차별을 둘러싼 여러 질문에 사려 깊은 대답을 전하고자 애쓰는 소설이다. 첨예한 이슈를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오해를 바로잡는 한편, 남들이 내뱉는 혐오의 언어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구한 토대 위에 세운 굳건한 주관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와 함께 타인과의 연대야말로 우리의 힘이며, 작게나마 승리하는 경험의 축적이 사람을 얼마나 눈부시게 성장하는지를 뜨거운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