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황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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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관념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 가볍게 살고 싶다
쉰 살에 운전 면허를 따겠다고 했을 때에도, 50 중반에 컴퓨터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에도, 60이 넘어 암벽 등반을 했을 때에도, 그리고 이번 국토 종단길에 오를 때에도 주변에선 다들 “그 나이에 웬……” “좀만 더 젊었어도” 이런 반응들을 보였다. 그러나 안나 할머니는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대답한다. “지금이 아니면, 오늘이 아니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언제 할 수 있단 말이냐”고 되묻는 할머니는 소소한 것이라도 해보고 싶은 일은 주저 없이 해본다. 바이킹을 타러 갔을 때 “아주머니는 맨 뒤에 타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 오세요”라고 말하는 청년을 향해 “괜찮아요, 많이 타봤어요” 하고는 신나게 바이킹을 즐긴다. 내려와서는 “총각! 나 아줌마 아냐. 예순 다섯 된 할머니야”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웃게 했다는 얘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일이든 최고로 ‘맛있게’ 경험하고자 한다. 인터넷 게임에도 홀딱 빠져 끝내는 최고점에 이르게 되고, 아이젠이 없어 못 올라간다는 지리산 천왕봉도 하산을 한 뒤 아이젠을 사서 신고 다시 오르는 열정을 보인다. 40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하느라, 그리고 빚더미 아래 허덕이느라 자유롭지 못했던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이제부터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하는 할머니는 “나를 얽매게 하는 게 없고, 거칠 게 없는 나이, 어딜 가서 혼자 머물러도 좋은 나이, 아무 옷이나 편하게 걸쳐도 좋은 나이, 아무도 경계하지 않는 나이, 그래서 더없이 편한 나이…… 내 나이가 나를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지! 나는 지금 내 나이가 참 좋다고” 말한다. 65세 안나 할머니가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 잔뜩 긴장하고 경계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건만 세상은 그를 무장 해제시켰고, 더 넉넉하게 자신을 열어놓아도 좋다고 가르쳐주었다. 처음 본 황 할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재워주고 밥을 지어 대접하고 옷을 빨아준 사람부터 공짜 밥을 준 식당 아주머니들, 먼길을 달려와 구간구간 함께 걸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인들, 몸이 불편해 함께 걸을 수는 없지만 지도를 펴놓고 가는 구간을 색칠해 가며 마음으로 따라와 준 친구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올려진 국토 종단 이야기를 보고 많은 이들이 격려 글을 올려주었다. 또 일상의 버거움을 탓하며 마냥 게으름을 피웠던 자신을 흔들어 깨워준 것에 대한 감사의 글도 꽤나 많이 올라왔다. 그 모든 것이 오히려 안나 할머니에겐 자신이 그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산악회원들과 함께 떠난 줄로만 알고 있는 남편을 만나는 구룡령에서의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을 한 거냐”며 아내를 부여잡고 우는 칠순의 남편, 그런 남편을 끌어안고 함께 우는 노부부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다면 누구나 가슴 뭉클했을 것이다. 그런 남편은 국토 종단을 모두 마친 아내와 함께, 아내가 걸었던 그 길을 다시 떠나보는 6일간의 여행을 계획한다. 나이든 자신의 아내가 어떤 길을 어떻게 걷고, 자고, 먹고, 어떤 마음으로 걸었을지를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또 다리가 아파 꼼꼼하게 둘러보지 못한 명소들도 다시 차로 구경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살면서 고생만 시킨 아내와 함께 떠난 6일간의 여행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도 안나 할머니가 이번 종단 길에서 얻은 큰 선물이다. 종단 이야기를 씨줄로, 살아온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 쓴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안나 할머니가 받았던 선물을 고스란히 다시 받게 된다. 할머니의 발걸음을 따라 국토 종단길에 오른 듯한 생생한 느낌을 건네받을 수 있고,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할머니의 실수담과 유쾌한 삶의 이야기 덕에 더위를 날려버릴 듯한 통쾌한 웃음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예순 다섯의 삶을 살아온 할머니가 들려주는 거창하진 않지만 진솔한 깨달음도 귀중한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삶이 버거워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또 뭔가 계획한 바는 있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멈칫거리고 있는 이들에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라는 선물도 안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