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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Надежда А. Лохвицка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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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역자입니다.
2023-03-26
이 책은 20세기 초 러시아 여성 작가/극작가인 나제즈다 테피가 남긴 두 편의 장막극 중 한 편입니다. 테피는 1917년 혁명 전 러시아에서 유머러스한 단편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주로 짧은 단편을 게재했던 당시 페테르부르크의 대표적 풍자잡지 "사치리콘"의 편집장이자 역시 유머풍자 작가이던 아베르첸코와 함께 혁명 후 러시아 남부로 낭독순회공연을 떠납니다. 그러다가 콘스탄티노플을 거쳐 결국 프랑스로 망명을 가게 됩니다. 망명지 프랑스에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던 테피입니다. 그녀의 희곡은 파리의 러시아 망명극장에서 종종 상연도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흥미롭게도 그녀가 남긴 두 편의 장막극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에는 당시 그녀가 살고 있던 프랑스 파리 망명지 러시아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방랑"의 신세였던 러시아 망명자들이 자신의 과거와는 철저히 다른 삶을 살면서, 낯선 땅에서 "살아내고자" 하는 몸부림, 거짓과 속임, 속물성으로 점철된 인물들과 그에 반하는 순수한 사람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삶... 그렇지만 "나는 나여야 한다"라는 작가의 목소리... 이 희곡은 실제 프랑스 파리의 망명지 러시아 극장에서 당대 유명했던 감독인 예브레이노프 연출로 상연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지난 세기의 작품이어서 조금 나이브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아둥바둥 살아가는 모습들은 지금도 충분히 공감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사실 그런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도 여전히 있습니다. 내가 그럴 수도 있고요...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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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그다로프 : (사셴카를 알아본다.) 오, 오, 그녀가 왔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여인이. 정말 소박한 아가씨야. 정말 착한 아가씨지. 그녀는 파리뿐만 아니라 코끼리도 노엽게 하지 못할 사람이야. 자기 아이도 얼마나 사랑하는지.
라자르 모이세예비치 : 아니 자네 그 여자를 알아? 추천할 때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러더니. 제미그다로프 : 물론, 모르는 사이야. 그저 보고 듣기만 했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잠시 대답했고, 잠시 작별 인사를 했을 뿐, 전혀 모르는 사이야. 라자르 모이세예비치 : 뭐, 그렇다면, 내가 자네를 소개해 주지. 인사 안 할 이유가 없지. 그녀를 자네 자리로 초대해. 다만 기다려 봐, 그녀와 그렇게는 안 돼. 내가 먼저 그녀와 이야기하지. (부산을 떤다.) 자네는 저녁에 와. 내가 자네 자리를 맡아 두지. (제미그다로프가 나간다.) --- p.97~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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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러시아 드라마를 개척한 여성 극작가 중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테피’의 대표작. 나데즈다 테피는 은세기 러시아 극장에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왕성하게 활동하며 러시아 연극 개혁에 동참했던 작가다. 이름을 딴 향수와 초콜릿이 판매될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받았으며,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2세와 레닌, 임시정부 총리를 지낸 케렌스키가 그녀의 열성 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학적 성과와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탈출해 파리로 망명한 이력 때문에 이후 러시아에서 빠르게 잊혔다. 1990년대 후반에야 러시아 내에서 테피와 같은 여성/망명 작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활발히 조명되고 있다.
테피의 작품은 ‘망명’, ‘이주민’, ‘난민’, ‘디아스포라’, ‘여성’이라는 다양한 키워드로 현재적 관점에서도 풍부한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은세기 다른 여성 작가들보다 특별한 평가를 받는다. 〈운명의 순간〉은 테피의 첫 장막극이다. 영웅도 비열한도 아닌 사람들, 일상의 보통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고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도망해 살아가는 러시아 망명자들의 삶을 묘사했다. 재치와 유머로 그려낸 망명지 러시아인들의 삶은 곧 테피 자신의 삶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주인공들을 향한 테피의 시선은 이해와 연민, 공감으로 가득하다. 1937년 파리 ‘러시아 극장’에서, 이후 1944년 파리의 ‘러시아 드라마 극장에서 상연되었다. 소비에트 러시아의 극장에서도 상연 요청이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는 한 번도 출간된 적이 없다. 국립러사아문학예술 고문서자료관과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러시아동유럽예술문화 고문서자료관에 보관되어 있는 원고를 연구자 토마스 케이저와 잘츠만이 발굴, 정리해 2020년 학술잡지 [러시아 문학]에 발표했다. 이 책은 이를 원전으로 삼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단행본으로는 세계 최초 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