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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아름다운 정원 Ⅰ
2. 그 번개 3. 론더링(Laundering) 4. 형의 여자친구 5. 나의 아름다운 정원 Ⅱ |
Yuu Nagira,なぎら ゆう,ナギラ ゆ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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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이 울렸다. 한여름의 기름매미 같은 엄청난 소리였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창가에 둬서, 1분 정도 무시했다가 결국 못 견디고 몸을 일으켰다. 가능하면 아침엔 여름철 피서지인 가루이자와에 놀러간 것처럼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뜨고 싶다. 하지만 내 늦잠 자는 버릇 때문에 매일 아침 고생하던 도리가 자명종은 원래 용도에 중점을 두고 고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첫 문장」중에서 연휴가 끝난 다음날, 병원은 바쁘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하느라 수고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퇴근길에 역 앞 복권판매점에서 서머 점보를 연속 번호로 샀다. “이번엔 꼭 당첨됐으면 좋겠네.” 제법 친숙해진 판매점 여자가 말을 건넸다. 종합병원에서 의료 사무직으로 일한 지 십 수 년, 어느새 직원들 사이에서는 거북한 안방마님 신세가 되었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피곤할 때는 복권을 사서 1억 엔에 당첨되면 뭘할까 몽상에 빠지는 게 유일한 힐링이다. --- p.25 내가 사는 맨션 옥상에는 인연을 끊어 주는 신령님이 모셔져 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절연 맨션이라 부른다. 그 맨션 옥상에 있는 신사에서 친한 친구가 구지를 맡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오컬트나 영적인 것을 좋아하는 손님들은 꽤 흥미로워 한다. 맘껏 분위기를 띄우고 나서는 그런 데 살아서인지 4년 동안이나 남친이 안 생겼다는 자학으로 끝맺기 때문에 마무리까지 완벽하다. --- p.106 눈을 뜨니 커튼 너머가 희미하게 밝아져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예전에는 껌껌할 때 눈이 뜨였고, 그 순간부터 무서웠다. 난 아마 계속 무서워하다가 잘 때만 그것에서 도망쳤던 것 같다. 공포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다행이다. 오늘도 아침까지 잤네.’ 환한 실내에 안도하며 머리맡에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 이메일과 메신저를 확인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하룻밤 사이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쌓여 있었는데, 본가에 내려온 지 반년이 지난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인터넷 쇼핑몰 광고 메일이 몇 통 와 있어서 전부 삭제했다. --- p.178 여름방학이 끝난다는 두려워하던 사태가 결국 닥치고 말았다. 숙제는 도리랑 로가 도와줘서 마무리했고, 인형 만들기는 모모코 씨가 거들어 줘서 예쁘게 완성됐고, 독후감 쓰기는 원래 엄청 좋아하니까 문제없음. 문제는 흥이 안 난다는 점이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셋째 날 5교시, 그것도 도덕 시간. 반 아이들 모두 ‘졸려, 집에 보내줘.’라는 무언의 빔을 선생님에게 쏘는 와중에, 앞자리 애가 프린트를 넘겨줬다. 오늘 의제는……. “오늘은 ‘배려’가 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 p.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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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면 소소하고 일상적인 행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기존 일본 소설들과 같은 범주에 속하지만, 거기에는 남들이 정해놓은 틀이나 세상의 시선 따윈 웃으며 무시해버리는 ‘나기라 유’의 근성이 관통하면서, 이야기는 조금 다른 지점에 놓이게 된다.
이혼한 아내가 재혼해서 낳은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홀아비’ 도리, 20년 넘게 죽은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노처녀’ 모모코, 여자에게 동성 애인을 빼앗겨버린 ‘게이’ 로, 젊은 나이에 우울증에 걸려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백수’ 모토이, 그리고 『유랑의 달』의 사라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고아’ 모네. 이들이 겪은 아픔과 그럼에도 살기를 멈추지 않은 시간들에 공감하다 보면, 남의 인생에 ‘홀아비’, ‘노처녀’, ‘게이’, ‘백수’ 같은 단어를 붙이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무책임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형식면에서는 장마다 화자가 바뀌기 때문에 몰입이 어려울 수 있으나, 옥상 정원이라는 공간적인 구심점이 있어서 이야기가 흩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한 각 장에서 화자가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그것도 조금씩 풀어내어, 인물들 간의 관계가 보다 촘촘하게 엮는다. 독백 위주의 『유랑의 달』과는 달리, 대사가 신선하고 유머러스해서 인물들 간의 케미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이해가 안 되면 그냥 내버려둬라.”,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말자.” 편 가르기와혐오가 점점 심해지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 오민혜 번역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