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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007
2부 067
제3부 127
제4부 195
에필로그 327

저자 소개 2

마엘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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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el Renouard

1979년에 태어났다. 작가, 번역가, 철학자로 활동하며 여러 권의 철학서와 소설과 역서를 출간했다. 소설로는 특히 ‘12월 상’을 수상한 『북경 오페라의 개혁』(2013)이 있고, 에세이로는 『무한 기억의 조각들』(2016), 『라스코 동굴에 관한 메모』(2018), 『파리 예찬』(2019) 등이 있다. 니체 · 콘래드 · 슈니츨러 등 다수의 저자를 번역했고, 그가 번역한 플라톤의 『연회』는 극화되어 쥘레에트 뎨샹의 연출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소설 『왕국의 사료편찬관』은 2020년 ‘공쿠르상’ 최종심과 ‘프랑스 아카데미 소설 대상’ 최종심에 올랐다.
프랑스 사부아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일했다. 현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같은 대학 프랑스어권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불멸』, 『느림』, 『배신당한 유언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망친 책,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로맹 가리의 『게리 쿠퍼여 안녕』, 『징기스 콘의 춤』,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아메리칸 버티고』, 『철학은 전쟁이다』, 에드위 플레넬의 『정복자의 시선』, 가스통
프랑스 사부아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일했다. 현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같은 대학 프랑스어권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불멸』, 『느림』, 『배신당한 유언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망친 책,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로맹 가리의 『게리 쿠퍼여 안녕』, 『징기스 콘의 춤』,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아메리칸 버티고』, 『철학은 전쟁이다』, 에드위 플레넬의 『정복자의 시선』, 가스통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 『촛불』,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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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390g | 130*188*30mm
ISBN13
9791161111155

책 속으로

나에게서 그는 우리의 계급 차이를 자신의 머릿속에 설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신호를 헤아려내고자 했던 것일까? 무슨 운명의 장난으로 자신은 왕세자로 태어나고 나는 특권 없는 평민으로 태어났는지가 궁금했던 걸까? 무슨 연유로 내가 그의 자리에 있지 않고 그가 나의 자리에 있지 않게 된 것인지를? 그는 나를 어느 다른 세상에 군림하는 분신 같은 존재로 보았을까? 아니면 이 세상의 아주 이상한 라이벌, 어떤 승리를 거두든 모든 승리가 그저 헛되기만 한 그런 이상한 라이벌 같은 존재로 보았을까?
--- p.15

타르파야! 사막과 대양의 변경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 추방자를 맞이하여 그의 마지막 야심마저 말려버림으로써 그의 오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에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은 이 지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 p.87

왕은 바다를 마주하고서 걸음을 멈추었다. 바다를 바라보다가, 내 쪽으로 돌아서서는 공모의 징표처럼 여겨지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영원한 공간의 무한한 침묵이라….” 그러고는 뭔가를 앙갚음하려는 듯, 톡 쏘는 듯한 어조로 덧붙였다. “이건 파스칼이 한 말이지, 그렇지 않은가?” 지금껏 왕이 보여준 친근한 태도에 대담해진 나는 시선을 의기양양하게 수평선에 고정한 채, 무례임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서 대답했다. 파스칼이 한 말이 분명하지만, 단어들의 순서가 좀 다르다고. 원래는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라고.
--- p.96

이제 왕과 나, 우리 둘만 남았다. 왕이 말했다. “좀 전의 일은 참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네. 마음에 깊이 새길 가치가 있는 역사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 이보게, 압데라마네, 내가 자네에게 큰 은혜를 입었어. 그 군인들이 나를 윽박지르려고 했다면 말이네. 사실 그럴 가능성도 다분했지. 하지만 왕국의 사료에는 이 모든 일에 관해 한 마디도 넣지 말길 부탁하네. 하기야 아무도 믿지도 않을 걸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 아닌가.”
--- p.170

나의 능력에 대한 이 같은 오마주는 물론 나를 안심시키고 격려하는 것일 테지만, 이 표면적인 경의의 배후에서 나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 완벽한 짜 맞춤이 어쩌면 표적 조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무기의 조준장치에 맞춰 놓고 언제든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세심하게 고른 표적 말이다.
--- p.186

테라스의 드넓은 학식과 그가 내리는 판단의 섬세함, 모로코 왕국, 특히 모로코의 건축과 예술 관련 문화유산에 관한 그의 수많은 논문의 가치를 무시한다는 건 부당한 일일 테지만, 그의 관점은 어디까지나 보호령 시대 프랑스 역사가의 관점이었다. 우리 민족주의자 지식인들은 그렇게까지 준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아야 하고, 우리의 위인들을 알아야 한다고 알랄 엘 파시는 말했다. 그 위인 중에 물라이 이스마엘이 있었다. 그는 우리를 굴복시킨 이들의 눈앞에 던져진 권력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독립했고, 어쩌면 이제는 좀 덜 야만적인 상징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 p.191

“왕은 자신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을 경멸하고, 자신에게 저항하는 사람들을 싫어해. 그와는 어떤 관계도 불가능하지. 수준이 좀 떨어지는 신하를 대할 때는 지적으로 자신과 대등한 사람을 찾으려 안달하지만, 정신적으로 자신에게 전혀 밀지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그를 없애지 못해 안달하지. 누구도 감히 그에게 그늘을 드리워서는 안 되니까 말이야.”
--- p.208

폐하, 저는 좀 더 간소하고 단순하지만, 그 효과만은 뒤지지 않을 뭔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p.320

출판사 리뷰

‘왕국의 사료편찬관’이라는 흥미로운 캐릭터를 통해
모로코의 근현대사를 대담하게 펼쳐낸 소설.


철학 교수이자 작가인 저자 마엘 르누아르가 18세기 판版 『천일야화』와 생시몽의 『회상록』을 놀라운 솜씨로 20세기에 옮겨놓은 이 소설은 강대국의 ‘보호령’ 시대가 저물고 ‘납의 시대’가 개막하기까지의 모로코의 역사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다이내믹하게 펼쳐낸다. 정치적인 음모와 권력의 관계에 관한 주제로 여러 권의 작품을 발표한 마엘 르누아르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납의 시대’라 불릴 정도로 정적을 가혹하게 탄압한 하산 2세의 시대를 문학의 소재로 예리하게 포착했다. 왕궁의 백스테이지에서 사료편찬관의 시선을 통해 재조명한 모로코의 근현대사, 또는 한 남자의 초상을 그린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주인공이자 나레이터인 압데라마네 엘자립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나는 왕의 총애를 받은 적도 잃은 적도 많았다. 어느 경우든 대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열다섯 살 때 콜레주 루아얄에서 장남 왕세자와 같은 학급에 배정되었다.” _ 9p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에 위치하며 동북쪽으로는 지중해, 서쪽으로는 대서양에 접한 아랍-베르베르 국가 모로코. 왕국의 화려한 역사가 강대국의 ‘보호’하에 가려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종료와 함께 독립의 기운을 뿜어내던 시기에, 평범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한 소년이 장차 왕국의 왕이 될 왕세자의 동급생으로 선발된다. 왕세자의 아버지인 현재의 왕은 아들을 엄격하게 키운다. 특혜란 없다. 오히려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유급이 거론된다. 그가 유급한다는 것은 그의 동급생 모두의 유급을 뜻하는 것이었으나, 주변국들의 민감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의 졸업을 지연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보호령에서 독립국이 될 긴박한 국제 정세, 호시탐탐 왕정을 전복하려는 국내 반대파들 사이에서 왕세자는 운명이 언제라도 그에게 지울 책무들을 즉시 감당해야 하므로, 다음 단계로 올라가 더 갖추고 익혀야 할 것이 많으므로.

왕세자의 동급생들 역시 언젠가 자신들의 동기가 왕이 되는 순간 그의 부름을 받게 될 거라는 암묵적인 기대하에, 저마다 왕국의 미래를 짊어질 준비를 향해 떠나간다. 날이 갈수록 확실해지는 독립에 대한 전망이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있었고, 언젠가 왕정이 제대로 시행되는 날, 왕세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자신들이 누구보다 먼저 국가 핵심 그룹의 단단한 핵을 구성하는 데 불려가게 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 운명에 의해 미래의 모로코 국왕 하산 2세의 측근이 된 압데라마네 엘자립은 권력에 가까이 있고자 한 동기생들과 달리, 아버지 왕의 은총으로 프랑스 파리에 유학해서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장차 문학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꿈을 향해 공부에 매진한다. 그가 왕세자와 함께 공부했다는 자신의 별을 과신하여 야망에 선을 긋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총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가 우등생 명부에서 번번이 왕세자의 윗자리를 차지한 것도 이미 장차의 위험을 내포한 일이다.

프랑스에서 문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조국에 돌아온 그는 독립국이 된 아버지 술탄의 왕정에서 교육부 장관실에 기술 고문으로 배치된다. 식민 통치의 유산인 교육제도를 수습하고 확장하는 일은 박식한 그에게 딱 맞는 일이다. 몇 년 후 술탄이 서거하고 동급생이던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자, 동기생들이 속속 요직에 오르고 압데라마네에게도 과도한 충성발언들이 생겨나면서 그에게 합당할 여러 직책이 거론된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그에게 특별히 만들었다는 직무를 수행하라고 명한다. 누가 보더라도 유배나 마찬가지인 직책이다. 이 갑작스러운 따돌림의 동기는 무엇인가. 여러 억측이 떠돌았으나, 어느 것도 믿을 수 없고 근거도 없다. 그가 자신의 별을 과신하여 야망을 드러낸 적이 있었던가. 왕이 그를 파멸시키기로 작정한 것인가, 그러기 위해 왕은 어떤 이유를 짜내었을까.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_블레즈 파스칼

모로코 왕국 남서부, 광활한 사하라 사막을 마주한 작은 도시 타르파야. 그곳에서 주인공은 체스를 두고 그 지역의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가끔은 광대한 사하라를 바다로 개척해 모로코를 해양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연구도 하며, 유배의 세월을 견딘다.

이제 영 틀려버린 건가? 왕은 나를 잊은 건가. 실총의 7년이 흐른 어느 날, 왕은 그를 다시 불러 프랑스 루이 14세 때의 라신이나 루이 15세 때의 볼테르 등이 맡았던 역할, 즉 왕국의 사료편찬관 직에 임명한다. 유배를 당할 때도 다시 돌아왔을 때도 왕에게서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으나, 이 박식한 고문으로선 기뻐해 마지않을 은총이다. 하지만 이 은총의 이면에는 또 무엇이, 자신을 먹이로 삼는 어떤 장난이 숨어 있을까. 정체불명의 한 젊은 여인이 그에게 다가와 왕국에서 은밀히 조직되고 있는 반도들의 비밀을 속삭여줄 때, 시험대에 오른 그의 충성심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1940~70년대 모로코의 독특한 정치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우여곡절이 많은 모로코 근현대사를 소설이라는 멋진 장치를 통해 한 편의 팩션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냈다. 소설에는 박식한 사료편찬관이라는 주인공의 캐릭터에 걸맞게 역사적 사실 외에도 문학적 수사가 곳곳에 빼곡하다. 프랑스의 고전적인 저자들, 특히 파스칼의 말을 즐겨 인용하다 가끔 오용하여 일을 크게 만드는 왕, 알렉상드르 뒤마·샤토브리앙·볼테르·프루스트를 인용하며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는 박식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 시절 프랑스어 문화권의 지적풍토도 엿볼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철저한 조사를 거쳐 소설로 재구성하면서 이렇게 기발한 문학적 요소들을 풍부하게 짜 넣으니, 저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문학은 역시 더할 나위 없는 문학적 자료”임을 공감하게 된다.

문학가이자 시인이며 역사가인, 그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도 늘 왕의 반응에 전전긍긍하는 ‘왕국의 사료편찬관’. 게다가 왕의 말과 글까지 담당해야 하는 이런 캐릭터의 인생역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풍부한 이야깃거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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