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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정치’라는 낙인
문재인 지지자, 그들은 누구인가
조은혜 저
오월의봄 2023.03.07.
베스트
정치/외교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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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 · 4

1장 논의를 위한 지도

1. 정치 불신과 시민 참여: 1960년대부터 이어진 주요 정치사회적 흐름 · 15
2. 인물 중심 정치와 인물 지지 정치: 노사모, 시민 정치 전환의 시작 · 21
3. ‘팬덤 정치’와 포퓰리즘: 성역화된 개념의 문제들 · 29

2장 대통령을 만든 지지자들

1. 대통령 문재인의 등장: 문재인 신드롬 현상의 배경 · 39
2. 문재인 지지자의 기원: 지지자로 등장한 시민들 · 47
3. 호명된 권력자: 변화하는 지지 요인과 지도자의 자질 · 54

3장 절대 지지의 배후

1. 정당의 반역: 그들만 모르는 불신의 아이콘 · 65
2. 유착된 권력: 제재되지 않는 사회 권력의 위험 · 73
3. 시민의 참여 의지 강화: 절대 지지의 의미 · 79

4장 지지의 계보와 구도

1. 통합과 분산: 주요 ‘팬카페’의 계보 · 89
2. 비정형적 네트워크: 네트워크 사회의 개인화된 시민 참여 · 103
3. 개별 단위의 각개 전투: 연대의 재구성 · 111

5장 모래알의 이합집산

1. 제도적 정치 참여: 정치적 참여 행동 · 123
2. 비제도적 사회참여: 사회적 참여 행동 · 135
3. 응원봉 든 지지자: ‘팬덤 정치’ 낙인이 은폐하는 현실 · 145

6장 정치 불신 시대의 인물 지지 정치

1. 요약: 민주주의와 시민 정치 · 155
2. 제언: 시민편 · 166
3. 첨언: 정당편 · 172

주 · 178
도표 및 그림 출처 · 188
부록: 지지자들의 말 · 189

저자 소개 1

사회학 연구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한국사회에 관심이 많다. 사회를 주제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 사회학을 선택했다. 특히 쥐고 있는 관심사는 정치 담론과 권력, 사회 불평등이다. 현재 작은 민간 연구소에서 노동하고 있으며, 한 시민단체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78g | 135*205*15mm
ISBN13
9791168730519

책 속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둘러싼 논의가 시대적 질문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 현대사회의 시민 정치 참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에 관한 논쟁은 시민들의 확대되는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며, 이는 결국 시민들의 의사 결정 권한을 얼마나 혹은 어떻게 허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 p.6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시민 정치는 지금껏 ‘팬덤 정치’로 설명되거나 해석됐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팬덤 정치’는 자명한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우연히 만들어진 사회·정치 용어이며, 20년이 넘도록 심하게 남용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팬덤 정치’ 담론이 유효했던 것은 그 담론이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현상을 다르게 포착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와 언어적 힘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 p.34

시대와 상황에 따라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지도자에 대한 평가가 바뀔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지지의 요인은 고정적이지 않다. 단일한 규정이 아닌 다면적 이해의 시도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며, 이것이 선행되지 않을 때 분석의 결과는 특정한 고정관념 또는 편견을 강화하는 데 그치기 쉽다.
--- p.54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를 없앤다고 해서 네트워크를 이용했던 사람들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령 타의에 의해 네트워크가 없어지더라도 행위자들은 새로운 네트워크를 통해 참여를 시도하고 존재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 p.110

사회운동 네트워크는 공동체·의미·정체성의 근원으로 역할하며, 사회적 저항 참여는 일상화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이전의 정치 참여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운동 및 정치 행동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제도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 pp.118~119

오늘날 ‘팬덤 정치’로 불리는 ‘인물 지지 정치’ 현상의 핵심은 제도 정치 행위자를 비롯한 ‘사회 권력 불신’에 있다. 이로 인한 직접행동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민들이 참여 의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사 표현 방식으로 차용하는 것이 팬덤의 문화 양식인 것이다.

--- p. 151

출판사 리뷰

인물 지지 현상의 기원을 찾아서: ‘노사모’라는 분기점

‘팬덤 정치’라는 용어 대신 저자가 개념화한 ‘인물 지지 정치’란 사회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시민들의 새로운 참여 행동을 가리키며, 신뢰하는 행위자(정치인)를 제도 정치 영역에 등장시키고 힘을 실어주려는 행위를 일컫는다. 정당이나 정책보다 인물이 우선시되는 경향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인물 중심 정치’),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과거의 그것과 차별화되는 ‘인물 지지 정치’가 발현되고 있다. 주권자 의식이 강한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사회에 참여하는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시민들의 사회 권력 불신과 개인 미디어 확산, 개인의 원자화와 네트워크 일상화에 따른 개별 단위의 정치 행동이 이런 식의 인물 지지 정치를 추동한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지금과 같은 인물 지지 정치가 등장하게 된 데는 역사적 맥락이 존재한다. 우선 한국사회는 민주화가 선언됐던 1987년 이전까지 관권과 동원을 기반으로 한 선거 권위주의가 지배적이었던 시기를 경험한 바 있다. 시민들은 긴 세월 억압당했던 사회 변화에 대한 갈망을 민주화운동 외에도 선거를 통한 최초의 정권 교체 요구로 드러냈고, 그 과정에서 김영삼·김대중같이 자신들의 뜻을 대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른바 ‘3김 시대’로 불린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시민들의 주된 정치 활동은 선거 투표나 청원서 서명, 정당 등에 소속되어 집회나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 정도였다. 정치인 혹은 정당 중심으로 결성된 수직적 형태의 정치적 사조직이 중심이 되는 문화에서 시민들은 동원 대상에 가까웠다.

그랬던 정치 문화가 질적으로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노사모는 시민 동원 형태의 정당 혹은 정치인 주도 조직화라는 이전의 지배적 형태의 정치 문화와 결을 달리한 최초의 시민 결사체였다. 이들은 정치인과 지지자 간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한편, 자유로운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를 추구했다.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시도하며 정치인을 매개로 다른 지지자들과 교류하고 연대했다. 실제로 노사모는 정치인 노무현이 제16대 대선 후보로 확정되어 대통령까지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 소수파로 당에서의 장악력이 약하고 호남에 지역적 연고가 없었던 노무현이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예측 불가능했던 결과였다.

‘팬덤 정치’라는 공백 지대: 시민참여에 대한 폄하와 혐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노사모와는 또 다른 형태의 인물 지지 정치를 수행함으로써 제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그 지지자들을 다루는 다수의 연구와 언론은 ‘비이성적 지지자’(부정) 혹은 ‘새로운 주권자’(긍정)라는 양분된 구도로 이들을 평가한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이와 같은 단선적인 평가는 ‘팬덤 정치’ 프레임을 강하게 차용한다. 하지만 ‘팬덤 정치’ 담론은 문재인에 대한 지지 형태와 시민들의 참여 문화를 왜 ‘팬덤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분석해야 하는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당연하게 수용되는 것에 비해 엄밀히 정의된 적이 없도, 분석 지표로서 비판적으로 검토된 적도 없는 용어다.

‘팬덤 정치’ 용어의 문제점과 오남용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도 없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팬(덤)’과 ‘지지자’를 동일한 존재로 간주하는 데서 발생한다. 한국 정치 담론에서 ‘팬덤 정치’는 일종의 극단주의로 분류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병리적·일탈적 현상으로 다뤄진다. 이는 초기의 대중문화 팬덤, 즉 ‘소녀 팬’에게 쏟아진 여성혐오적 비하의 시선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그들이 ‘빠순이’라는 낙인에 둘러싸였던 것처럼, 정치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에게도 언제나 ‘○빠’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이처럼 ‘팬덤 정치’ 담론은 (시민에 대한) 멸시와 혐오의 시선을 고수하며 시민들의 지지 방식을 비이성적 집단의 행위로 폄하한다.

저자는 문재인 지지자 13명과의 심층 면접을 통해 이런 관점이 근본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낙인화와 신비화 모두를 지양하는 태도다. 2000년대 이후 노사모를 기점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달라진 시민 정치가 무엇을 말하며 어떤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지에 대한 성찰은 여전히 공백 지대로 남아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시민 정치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팬덤 정치’ 이외에 2000년대 이후 시민의 정치 참여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 자체가 없다.

문재인 지지자, 그들은 누구인가: 모래알의 이합집산

이 책이 문재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시민 정치에 대한 사유를 전개해나가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문재인은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한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고 난 직후에 취임했고, 그런 만큼 시민들 역시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타진했다. 취임 초 직무 긍정률 80%라는 수치는 단지 문재인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당시 시민들이 품었던 한국사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것에 비해 충분히 조망되지 못했다. 특히 언론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그의 지지자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보도했지만, 그러면서도 정작 이들에 대해 ‘실체가 없다’거나 ‘실체를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 결과물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신드롬 현상의 주인공으로 회자됐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취임 초와 임기 말에 가장 높은 국정 지지도를 받았던 문재인 대통령을 과연 누가, 왜 그토록 지지했는가? 또한 이들이 제도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데도 실체가 없다고 일컬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지점을 파고들기 위해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 혹은 다른 형태의 지지 네트워크에서 활동한 지지자들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는 한편, 주요 팬카페(문사모, 젠틀재인, 문풍지대, 노란우체통, 문팬) 및 네트워크의 계보와 활동 방식을 면밀하게 조사·분석했다. 이 연구는 우리에게 몇 가지 뜻밖의 사실을 말해준다. 그중 하나는 각각 다른 시기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은 연대의 중요성을 느끼며 통합을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로 현재 분산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 지지자들이 외부의 다른 정치인들이 그들 입맛에 맞게 ‘문재인 지지자 모임’을 세력화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할 뿐 아니라, 지지자들의 권력화 자체를 지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 행위를 통해 특정한 이익을 얻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지지하는 사람을 욕먹이지 말자는 내부 감시 및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단일한 조직 또는 지도부를 지향하지 않으며, 대체로 사회적·경제적 이익 추구와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연대한다. 그만큼 자신들을 하나로 규정하려는 외부의 시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만 모르는 불신의 아이콘: 한국 정당정치의 현주소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복잡 미묘한 태도다. 저자가 선정한 13명의 연구참여자들은 문재인 지지자인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다. 한마디로 이들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정당이라는 제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며 당원으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참여했는데, 그 이유는 거대 양당 중심의 환경을 고려할 때 더불어민주당이 그나마 낫거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기에 당원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추진력을 실어주고자 선택했다고 언급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한국의 그 어떤 정당도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거대 양당제 중심의 정당정치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며,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을 드러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사회 변화를 향한 의지를 내세우며 시민들에게 선택을 받았으나, 약속한 정치 의제를 입법 과정에서 실현하기보다 여러 이유로 추진하지 않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왔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따라) 총선 승리를 명분으로 위성 정당을 창당한 것은 물론이고,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한 당 소속 정치인들의 성폭력 사건에서 전반적으로 기존에 만연했던 구조적 차별과 사회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같은 편을 잃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정당처럼 수세적인 모습을 보이며 많은 시민에게 신뢰를 잃어갔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평가에 대해 성찰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다른 정당이나 당원들의 탓으로 돌리는 식의 책임 회피적 태도를 보여왔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견지하는 비판적 태도는 ‘팬덤 정치’라는 안일한 프레임이 설명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잃지 않고자 사회 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당이 지지율을 스스로 이룬 성과이자 결과로 착각하며 ‘반문’ ‘친문’ 등 계파 간 권력 투쟁에 중점을 둔다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정당 쇄신’과 ‘정치 쇄신’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집권 여당이 되기 위해 여론을 이용할 뿐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수의 정당은 여전히 엄밀한 내부 비판과 자기성찰 없이 사회 갈등을 동반하는 많은 정치 문제를 시민 참여와 정치 행동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지자/시민들의 정치 참여 방식을 이상 행태로 낙인찍는 정당은 과연 무결한가? 정당의 근본적인 위기는 정당정치의 핵심인 대의정치가 외면될 때 발생하며, 정당정치가 변질된 근본적인 책임은 정당에 있다. 그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결과적으로 정당의 입지는 더 줄어들 것이다.

새로운 시작점에서: ‘시민 정치’ 다시 쓰기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지지자와 같이 특정 정치인, 특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물 지지라는 시민 정치의 형태에도 적잖은 문제점이 있다. 특히 비판적 견제가 생략된 무분별하고 절대적인 방식의 지지는 여러 폐단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절대적 지지는 지지자들이 지향하는 삼권분립 원칙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 행정 권력인 대통령 또한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는다면, 지지자는 결국 수동적인 시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고수하는 것과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별개의 행위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무조건적인 지지는 궁극적으로 분출돼야 할 사회문제를 상쇄시키거나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다수의 지지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려우며, 과잉된 집단 의지로 혹은 또 다른 인물에게 기대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매우 드물다. 구조와 체제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의 개선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다른 시민들과 연대해야 한다.

‘팬덤 정치’ 담론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시민들이 마치 처음부터 문재인 지지자로 세상에 존재하고 등장했던 것처럼 간주한다. 이 프레임은 문재인을 지지한 시민들이 그 이전부터 존재했고, 공통적으로 문재인을 지지하기 전부터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다시 말해,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합리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존재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팬덤 정치’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합리와 비합리, 도덕과 비도덕,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양분된 틀 속에 가두는 한, 정치 불신의 본질을 관통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 사회 변화를 기대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낸 사람들을 ‘비이성적 집단’으로 만드는 ‘팬덤 정치’라는 낙인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정당은 그저 뼈아픈 자기성찰을 회피하고 싶은 게 아닌가? 이 거대한 성찰의 영역을 계속 외면할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물 지지 정치를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 행동이 공통의 사회적·정치적 지반 위에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사회구조와 정치 환경이 개선될 때 인물 지지 정치보다 더 성숙하고 긍정적인 형태의 시민 정치가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물 지지 정치가 사라질 리는 없다. 결국 인물 지지 정치 형태의 시민 정치가 갖는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건강한 참여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정당정치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조건에서 살고 있는가? 시민들의 사회 참여와 직접행동이 어떤 구조/토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시민 정치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으로부터 다시 쓰여져야 한다.

추천평

‘노사모’에서 시작해 ‘박사모’ ‘문파’ ‘개딸’ 등 다양한 방향으로 이어진 새로운 정치 참여 형태는 한국 정치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이런 현상에 대한 상반된 평가들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작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들에 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이 책은 그런 한계를 넘어서고자, 참여자들과 직접 만나 수행한 심층 면접을 토대로 이들의 정치 인식과 활동을 세밀히 묘사해 보인다.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 같은 사회현상이 개인화·정보화·네트워크화라는 현대사회의 특성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도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팬덤 정치’의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필독서가 될 것이다. - 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그런 세대는 없다』저자)
‘팬덤 정치’를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마다 ‘팬덤 정치’를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활용하기 바쁠 뿐이다. 저자는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인물 지지 정치’라는 자신의 틀을 활용하여 ‘팬덤 정치’로 규정되는 현상 내부로 들어가려 한다. 그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제대로 비판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의미가 있다. 현대 민주주의가 처한 조건을 고려할 때, ‘팬덤 정치’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저자의 다음 작업이 기대된다. - 김민하 (정치·사회평론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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