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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5
해설 |대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가교의 시학 / 김필영 ― 97 1부 천둥 속 들여다보기 ― 11 폭포에서 베틀을 읽다 ― 12 주상절리 벼랑에 서다 ― 14 구름 따라잡기 ― 16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찾아서 ― 18 나비의 꿈 ― 20 떡메 치기 ― 21 이사 가는 날 ― 22 포옹 ― 24 파도 ― 25 태풍 ― 26 봄날의 재회 ― 27 마른 강을 등반하다 ― 28 겨울 한라산 ― 30 부서진 세계 ― 31 2부 용설란(龍舌蘭) 관람기 ― 37 둥근 것의 중심을 탐색하다 ― 38 수박을 자르는 동안 ― 40 홀로 맞는 가을 ― 42 별리 그리고 재회 ― 44 밀물 ― 46 파도 ― 47 깨진 술잔에 입 맞추다 ― 48 원(圓), 존재의 원류(源流) ― 50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 ― 52 겨울 대나무 숲 ― 54 술잔에 어리는 눈물 ― 55 옛 시가지, 풍경화 ― 56 봄빛의 향연 ― 58 피지(Fiji)에서 ― 60 허공의 꽃비 ― 62 입춘 나들이 ― 64 클루지나포카(Cluj-Napoca)에서 ― 66 3부 소철(蘇鐵) 씨에서 읽는 봄 ― 69 억새 ― 70 마라도 가는 선미(船尾)에서 ― 72 봄볕 ― 74 하늘정원 ― 76 홍콩 공항에서 ― 78 성요셉성당 ― 79 고사리에 대한 소고(小考) ― 80 이어도 가는 길 ― 82 사막의 소년 ― 84 언덕 너머의 세계 ― 86 숙면을 열망하며 ― 88 울고 있는 그녀 1 ― 89 울고 있는 그녀 2 ― 92 울고 있는 그녀 3 ― 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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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함성이 펄럭이는 무명천 자락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로 직조되었다 허공을 가른 햇살의 파동을 날실 삼아 물방울이 씨실이 되어 짜낸 깃발이다 암벽 베틀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햇살은 흩날리는 물방울을 안고, 물방울은 햇살에 스며들며 꼬이면 풀고, 풀리면 서로 그러안는다 순간은 영원이 되고, 영원은 순간으로 아무도 떼어낼 수 없는 포옹 푸름 속 눈부신 절규로 지축을 향해 맑은 천을 짜 나간다 허공과 지축을 잇는 무명천의 기도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함성 천만리 먼바다까지 짜 내려가 물처럼 살지 못한 이들 눈 감을 때 구름 되어 눈물 흘리겠노라고 그 눈물 방울방울 씨실이 되는 날 폭포 되어 돌아오겠노라 펄럭인다. ---「폭포에서 베틀을 읽다 ― 천지연 폭포에서」중에서 *제19회 ‘푸른시학상’ 수상작 허공이 북이에요. 북이 찢어지도록 쳐보세요. 잠든 영혼을 위해 북을 쳐주세요. 마음에 활력을 줘야 해요. 강렬한 북채로 허공을 때리면 허공이 찢어지는 섬광에 지구도 잠에서 깨죠. 뇌성이 도달할 때까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온갖 상념의 새들이 날죠. 세상이 더 맑게 보이도록 천둥이 울림을 주고 사람의 땅을 적셔주세요. 그것이 세상을 진동시켜야 하는 이유예요. 때때로 번개 치는 것은 잠든 영혼을 깨우는 거예요. 천둥소리가 울리기까지 누구든지 셈을 하지요. 영혼이 깨는 순간을 기다리며 폭풍우가 바다를 살리듯이 천둥은 진실을 깨워 기르는 비를 몰고 온 땅을 적시는 거예요. 모두 젖을 수 있도록 함께 우는 거예요. ---「천둥 속 들여다보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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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였다. 세상은 아름다우나 아름다움을 보기는 쉽지 않다. 여행하고 책을 많이 읽고 사유를 많이 하며 별빛 같은 시를 쓰고 싶었다. 한 행 한 행, 삶의 감동을 새겨 놓았다. 응달에 그대로 둘 수 없어 찬란하고 향기로운 세상으로 시집보낸다. 지구별 바람 따라 돌다가 첫눈처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2023년 정월 제주의 하늘 아래서, 강 병 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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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수록된 강병철 시인의 시편들에서는 삶의 여정에서 체득된 시적 소재와 행간에 표현된 상상력과 흥미로운 비유, 상징, 역설, 해학, 서사, 구성 등이 강병철 시인만의 시향과 빛깔과 문양으로 사유가 펼쳐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번 시집은 강병철 시인이 제19회 ‘푸른시학상’ 수상을 기념하여 발간되게 되었다.
오늘날 詩의 위기가 초래된 이유는 메타버스시대를 맞아 웹툰과 영화, 각종 공연, 컴퓨터게임, 스포츠 등의 기업화로 인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시인이 창작하여 발표한 작품들이 제공한 문제로서는 운문성의 상실, 주관적 관념시, 난해한 시의 등장이다. 그런 관점에서 강병철 시인의 시는 사물시가 주를 이루고 객관적 체험을 사유한 사회성이 두드러지는 시편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차별화되는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강병철 시인의 많은 작품은 물과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떻든 팔 할이 물인 사람에게 물은 생명을 이어가는 식음료의 근본이 되는 소재로서 삶의 양식을 생산해 주는 요체라고 볼 때, 물은 인간은 물론 지구상의 생물에게 최상의 가치를 지닌 물체임이 틀림없다. 사람이 물을 사용하고 복용하며 물 가까이 존재하지만, 물은 투명하고 변화무쌍하여 예술적 작품이나 특히 물에 관한 시는 명작으로 창작하기 여간 쉽지 않다. 따라서 강병철의 시 여러 편에 그 ‘물’이 주체로 등장한 점은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 김필영 (시인,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