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후리가리
흡혈인간 좀비, 디 오리진 해설 _ 총체성의 미학을 향하여 . 오민석 작가의 말 |
김현식의 다른 상품
|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식 소설가가 첫 소설집 『독종과 별종들』을 달아실출판사에서 펴냈다. 2018년 1960년대의 한국 사회상을 그린 장편소설 『북에서 왔시다』 출간 이후 5년 만에 펴낸 이번 소설집은 세 편-「후리가리」, 「흡혈인간」, 「좀비, 디 오리진」-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단국대학교 오민석 교수는 이번 소설집을 “총체성의 미학”이라 정의하며 다음과 같이 평한다. “김현식은 명백한 리얼리스트이고 반(反)부르주아적 사유의 소유자이다. 그는 장편 『북에서 왔시다』(2018)에 이어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총체적’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개인은 늘 사회적 개인이고 역사적 개인이다. 그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 있는 개인을 본다.” “「후리가리」는 ‘유신’으로 불리는 1970년대 한국 파시즘의 황량한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 모든 사람을 ‘간첩’으로 몰고 가는 짐승 같은 현실을 그린 장편 『북에서 왔시다』에서도 김현식은 해학과 풍자로 파시즘의 ‘나쁜 진지함’을 박살낸다. 그 옛날 프로 권투선수 알리처럼 그는 나비처럼 경쾌하게 날아 벌처럼 가볍게 파시즘을 가지고 논다. 파시즘은 그 자체 최악의 코미디였으므로 그는 그것을 최악의 잔혹한 코믹 터치로 그려내면 된다. 이것이 그가 1970년대 한국의 파시즘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흡혈인간」은 식민주의 혹은 제국주의적 타자성이 어떤 방식으로 가동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블라드와 루시는 ‘흡혈인간’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흡혈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흡혈귀 내러티브로만 읽으면 이 소설의 껍데기만 쫓아다니게 된다. 이 소설의 흡혈인간은 권력의 최상부에 위치하며 자본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현대판 부르주아 권력의 은유이며, 흡혈인간으로 대표되는 신식민주의 권력 담론과 이미 다강세성의 복잡한 사회로 변해버린 한국 사회 사이의 근본적 불일치를 보여준다.” “「좀비, 디 오리진」은 좀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떠받쳐주는 일차적인 힘은 카지노 공간과 이곳의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핍진성 넘치는 묘사에서 나온다. 그는 마치 영화의 장면처럼 카지노의 풍경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덕분에 카지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독자들도 이 소설을 읽으면 카지노의 풍경에 매우 익숙해지고도 남는다. 카지노에 몰리는 사람들은 ‘최종 승자’인 카지노에 끝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요행의 일확천금을 바라며 카지노에 몰려든다. 자본이 이들을 궁극적으로 구원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본은 사실상 ‘죽은 몸’, 즉 시체이다. 그러나 자본은 카지노 인간들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채질하며 이들을 파멸의 길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게도 살아 있는 시체, 즉 좀비이다. 이런 독법은 이 작품에서 좀비를 자본의 은유로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돈을 갖고 튀는 자들, 그들도 이렇게 좀비가 된다. 좀비는 ‘낙원랜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낙원’으로 간주하는 모든 곳에 좀비 자본이 우글거린다. 김현식은 이 엄정한 현실을 향해 짐짓 경쾌한 잽을 날린다. 그러나 그의 잽은 세계의 부분이 아니라 항상 몸통 전체를 향해 있다. 그 주먹이 어떻게 가볍고 즐겁기만 하겠는가. 이 소설집의 외곽에서 해학의 북이 울릴 때 파시즘과 제국과 자본의 세계에 어둠의 조종이 함께 울린다.” 김현식 소설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번 소설집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우연이겠지만 공교롭게도 세 작품 모두 정상의 인간에서 벗어난 인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 안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는 ‘독종과 별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같은’ 세상에서 ‘소설보다 더한’ 이야기가 넘치다 보니 ‘소설다운’ 소설은 오히려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소설다운 소설’은 점점 더 희소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 같지도 않은’ 막장 이야기나마 제대로 해보자는 욕심의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한편 이번 소설집을 편집하기도 한 시인 박제영은 이렇게 얘기한다. “소설가 김현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나님처럼 파랑새처럼 유토피아처럼 〈아무데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것과 곳〉들을 주로 쓴다. 그는 〈뱉자니 달고 삼키자니 쓴〉 것들만 골라 쓴다. 〈웃자니 슬프고 울자니 웃긴〉 것들만 찾아내어 쓴다.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닭갈비 같은〉 것들만 기어이 발라내어 쓴다. 그렇다고 왜 그런 소설을 고집하는지 지레 짐작으로 〈엉덩이가 가벼운 까닭〉 아니냐 묻지도 마시라. 그는 다만 〈엉덩이에 뿔이 나서〉 〈똥구멍에 털이 나서〉 그런 거니까. 그러니 그를 만나시거든 〈도망쳐라, 잡히면 죽는다〉는 얘기다.” 김현식 소설가는 농담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의 소설은 해학과 풍자로 가득하지만 마침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주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물론 그것이 김현식 소설을 읽은 재미이겠다. 작가의 말 후리가리 머리를 자를지언정 머리카락은 못 자르겠다는 구한말 단발령 당시의 백성들 각오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한 시대를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또한 졸작 『북에서 왔시다』를 읽어주신 분들 중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소설 속 최대한 중사에 대한 연민을 표해주셨습니다. 1970년대 춘천을 소환하고 주인공으로 최대한을 소환한 까닭입니다. 아직 1980년대 서울에서의 이야기가 남았다는 것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흡혈인간 서구에서 활발한 흡혈족의 이야기를 동양적으로 상상해보곤 했습니다. 특히 전국 방방곡곡 십자가가 도처에 널려 있고 마늘을 상식(常食)하는 나라, 게다가 야간 통행금지까지 있었던 우리나라에 흡혈족이 온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상상해보곤 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나라를 첫 배경으로 소품을 꾸며보았습니다만 추후 십자가가 매우 드문 중국과 마늘 냄새가 거의 없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좀비, 디 오리진 좀비 소설과 좀비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붐입니다. 그런데 늘 궁금했습니다. 좀비는 왜, 어떻게 생겨났을까? 중세에 주술과 약물로 노예를 만든 것이 좀비의 시초로 알려졌습니다만, 현대에서는 환경, 세균 실험,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태어난다는 것이 서양의 시각입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그러니까 좀비는 일종의 ‘정신병’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독종과 별종들 우연이겠지만 공교롭게도 세 작품 모두 정상의 인간에서 벗어난 인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 안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는 ‘독종과 별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같은’ 세상에서 ‘소설보다 더한’ 이야기가 넘치다 보니 ‘소설다운’ 소설은 오히려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소설다운 소설’은 점점 더 희소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 같지도 않은’ 막장 이야기나마 제대로 해보자는 욕심의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세 편 모두 장편으로 구상했던 것들이지만, 달아실출판사 박제영 편집장의 말마따나 ‘엉덩이가 가벼워’ 아쉽지만 변죽만 울린 꼴이 되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절치부심(切齒腐心)하여 보다 진지한 작품으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2023년 봄날 김현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