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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겨울을 좋아하던 시절에 읽은 책 _ 박상률
희생화 빈처貧妻 술 권하는 사회 타락자 유린 피아노 우편국에서 할머니의 죽음 까막잡기 그리운 흘긴 눈 발 운수 좋은 날 불 B 사감과 러브레터 사립 정신병원장 동정 고향 신문지와 철창 정조와 약가 서투른 도적 연애의 청산 현진건 연보 |
玄鎭健, 빙허(憑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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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허憑虛 현진건은 자신의 많은 소설에서 당대의 현실을 마치 그려내듯이 묘사해 한국 근현대 시대 자연주의, 리얼리즘을 개척한 단편소설의 대가로 불린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거친 저명한 언론인이기도 했던 그는 손기정 선수의 우승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운, 이른바 ‘일장기 말살사건’으로 인해 일제에 의해 투옥되어 모진 고문을 받기도 한 애국지사이다.
현진건 단편전집 《운수 좋은 날》에는 습작 정도의 작품으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처녀작 〈희생화〉에서부터 문단에서의 출세작이 된 〈빈처〉와 이후 몇 년간 써낸 완숙한 단편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는 자전적인 신변소설의 경지를 벗어나 인생을 투시하고 재현하는 소설을 씀으로써 염상섭과 함께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금자탑을 이루며, 김동인과 더불어 단편 문학의 기틀을 굳건히 했다는 평을 듣는다. “빙허는 〈빈처〉에서 사실적 묘사법이 시작되어 〈타락자〉에서 꽃이 피고 〈불〉에서 결실되었다”라고 일컬어지는데 이 책을 통해 이러한 현진건의 단편소설 변천사를 빠짐없이 읽어볼 수 있다. 애플북스의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그동안 전체 원고가 아닌 편집본으로 출간되었거나 잡지에만 소개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 없는 작품들까지 최대한 모아서 총서로 묶었다. 현재 발간된 한국문학 전집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한 전집이라 하겠다.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으로도 함께 제작되어 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도서관은 물론 기업 자료실에도 꼭 필요한 책이다. [내용 소개] 〈빈처〉는 ‘보수 없는 독서와 가치 없는 창작’에 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언젠가는 작가로 대성하겠다는 가난한 소설가와 그 아내를 그린 신변 소설이다. 친척들의 경멸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는 주인공, 전당포에 옷을 잡히면서 매일의 밥상을 마련하는 아내. 그런 아내를 오해했다가 마지막에 아내와 같이 미래를 기약하는 내용으로, 리얼리즘 기법의 시도로 큰 호평을 받는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는 일본 유학까지 갔다 온 남편과 ‘무식’한 아내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를 잡아냈다. 남편은 자신이 술 먹는 이유로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라고 하지만 아내는 ‘사회’가 술을 파는 요릿집 이름인 줄 알고 ‘그러면 그곳에 안 가면 그만이지요’라고 말한다. 당시 일본에서 만든 ‘사회’라는 신조어를 아내는 모르고, 남편은 자신이 술 먹는 이유를 사회 탓으로 돌리고……. 〈B 사감과 러브레터〉를 통해서는 근엄한 사감의 표정과 달리 인간이면 나이와 상관없이, 또 직책과 관계없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원초적 본능’의 서글픔을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연애편지가 오는 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B 사감. 하지만 학생들의 연애편지를 모아놓고 자신의 방에서 대신 ‘연기’해보는 B 사감. 그가 밉다는 느낌보단 ‘연민’을 느끼게 만들던 소설……. 〈운수 좋은 날〉은 가난한 인력거꾼과 그의 아내 이야기이다. 어쩐지 그날은 손님이 많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래서 술까지 마시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내는 죽어 있다.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설렁탕도 못 먹어보고. 이 소설은 지지리도 가난한 삶이 무엇인가, 그런 삶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을 지독한 ‘역설’과 ‘아이러니’를 통해 알려준다. 이 외에도 기생 춘심에게 매혹되어 나중에는 병까지 옮고 딴 남자에게 춘심을 빼앗기고 마는 〈타락자〉, 남편의 병을 고치려고 약값 대신 최 주부에게 몸을 맡겨 남편의 감사와 격려를 받는 〈정조와 약가〉, 미친 P를 맡아 사립 정신병원장이 되었다가 미쳐서 P를 죽이고 마는 〈사립 정신병원장〉, 열다섯 살의 몸으로 집안일과 남편의 욕구에 시달려 ‘원수놈의 방’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지르는 〈불〉 등은 생활과 사회의식과의 충돌, 전통적인 관습의 횡포에 대한 과감한 저항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