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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양장
이옥토
아침달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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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코튼 020
· 크림 030
· 샬레 036
· 핀셋 052
· 샬롬 066
· 리터 074
· 시온 082
· 원룸 094
· 픽쳐 118
· 깁스 128
· 하트 140
· 메일 158
· 버터 170
· 스킨 182
· 커버 194
· 리본 204
· 힌트 218

저자 소개 1

존재가 지닌 아름다움을 투시하며 섬세하게 포착해온 사진작가. 시울과 물집, 그리고 대상의 대상됨 이전에 집중해 작업해왔다. 사진과 영상을 주 매체로 활동하며, 종이를 벗어난 다양한 물성으로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저서로 《사랑하는 겉들》,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공저로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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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452g | 140*210*20mm
ISBN13
9791189467852

책 속으로

“부단히 대상을 감지하는 것이 사랑의 근간이고, 관통할 수 없다면 테두리를 매만져 추측하는 수밖에. 내가 매만지기 시작한 것은 기억과 유대였다. 비유에 기대는 것처럼 나는 타인을 설명하기 위해 기억과 유대에 기대어 섰다. 타인과 내 손을 엮는 깍지, 투명한 실뜨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에게. 그 놀이 안에서 서로의 기억이 겹쳐지는 것을 재인하고 함께한 시간을 돌림 노래로 부르는 것이 내가 간신히 타인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이었다.”
--- p.20

“작년 겨울에 찾아간 바다에서 마치 울고 있는 벌레 같은 얼음을 봤다. 내가 견딜 거라는 것은 이제 나도 안다. 당신들이 한 말들 다 부정하고 싶었지. 삶을 그만둘 용기, 그걸 용기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그 바다로 걸어 들어가지 않고 돌아온 날, 찬바람에 손등이 터진 듯 가려웠다. 어쩌면 내가 가장 마지막에 남아 사랑하는 사람들의 유해들을 거둘지도 모른다. 망쳐버리는 법도 배워야만 겨우 아는 사람처럼.”
--- p.68

“사진을 찍는 일은 대상을 넘어 대상과의 시간에까지 유대를 가지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 p.119

“사진을 찍는 이는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신탁을 내리는 자가 된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마음에 선언하고 그 미래가 도래했을 때 그것을 담아 오는 것은 주술적으로 읽힐 수 있다. 어쩌면 사진은 내가 바라는 시간을 이곳으로 불러오는 주문과도 같은 노래일지도 모른다.”
--- p.120

“나는 오늘도 반드시 출입문과 열차의 간격을 넘어서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 너에게로, 나보다 강한 우리에게로. 참는 것이 고작인 생활도 삶으로 인정된다면, 내 삶에서 피어난 모든 좋은 것들을 들어 안고 너에게 줄게. 오랜만이네, 네가 말하면 언제든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도록 늘 이곳으로 돌아올게. 사랑과 믿음을 담고서, 문 뒤의 너에게.”
--- p.131

“제게는 지속 자체보다 지속을 예상하는 마음이 더 힘겨웠습니다. 내가 끝나고 나서도 이 일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요. 누군가가 당신을, 그리고 당신이 당신을 끝내지 못했으면 합니다. 당신의 슬픔보다 먼저 끝나지 말아주세요. 당신의 빛은 당신의 슬픔보다 먼저 끝나지 않아요.”
--- p.161

“조류는 날개에 ‘공기뼈’라고도 부르는 함기골을 가지고 있다. 함기골은 속에 공기를 지닌 공동(空洞)이 있는 뼈다. 날아야 하기 때문에 뼈까지 가벼이 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따금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새를 만난다. 그럴 때면 지금과 몸을 잊는다. 비어 있을 뼈와 낯선 무늬의 깃, 내가 헤아릴 수 없는 목적지, 그런 것들이 머리를 스칠 때쯤 사라지는 모습. 빗댈 수 없는 기분이 마음을 지나간다. 그럼 잠깐 숨을 참고 눈을 감는다. 긴 선잠과 닮은 삶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 p.220

출판사 리뷰

셔터가 눈감는 동안 발생하는
어긋남과 비껴감에 대한 증언들


작가는 카메라로 장면을 포착하는 순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진은 어긋난다. 이는 표현이 본질을─또는 본질이라는 환상을─엇비슷하게만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사진 자체가 시간을 앞서거나 시간과 동시에 설 수 없다.” 사진으로 시간을 완벽하게 가둘 수 없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어긋남과 비껴감은, 그가 한 사람의 삶에 흐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지켜보는 방식이 되어간다. 피부 위로 여전히 남아 있는 과거의 순간들이, 기억에 의해 복원될 수는 있으나 그 의미로 찾아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것처럼, 순간의 시차 속에서 작가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근원적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회벽을 닮은 유년 시절로 덩굴을 만들며 여전히 자라나고 있는 과거의 기억들은 방과 집에 대한 공간적 기억부터 자신을 사로잡았던 아름답고도 기이한 찰나들까지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 있음에 대한 증인으로서 과거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조감하는 작가는, 자신이 있기까지의 근원을 하나씩 깨트리며 사진의 어긋남과 비껴감이 만들었던 여백을 채워나간다. 이것이 작가가 살아냈던 시간을 전부 증명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현재와 자신의 삶을 결속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뼈아프게 다가오는 흉터 속 진물 같은 이야기도, 닦아도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이야기도 이제 작가는 물러서지 않으며, 사진에게 생기기 시작한 내면과 마음을 현상하기 시작한다.

사진을 통해 어긋남과 비껴감을 이해하기도 했지만, 작가는 자신이 살아가며 만나게 된 존재와 사랑을 분간하면서도 그 낙차를 만나게 된다.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는, 마치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낯설고 생경하게 감각하는 삶의 이해력에 대해 이제는 자연스럽게 기술할 수 있게 되었다. 산문과 사진이 서로 기대어 때로는 한 몸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비켜나며 각자 살아냈던 흔적으로 다시 드리우게 된다.

나를 바깥으로 두는 아름다움에 대해
회복 이후에 찾아온 사랑에 대해


책을 이루는 열일곱 개의 모티프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자신의 매듭마다 손깍지를 꼈던 현상이자 동시에 빠져나와야 했던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빼곡하게 풀어낸 이야기에 덧대어 등장하는 사진들은, 작가가 투명하고 결기 있게 지켜온 시선들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책 서문에 등장하는 셀프 포트레이트(Self Portraits)는 작가가 이야기하는 ‘나를 바깥에 두는 아름다움’에게 향하는 내밀한 고백으로 채워져 있다.

책에서는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 첫 해외여행으로 떠났던 캐나다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때 작가는 아름다움이 자신을 살린 일에 대해 말한다. 작가는 책 전반에 걸쳐 “부단히 대상을 감지하는 것이 사랑의 근간”이라고 믿으며, 헤엄을 배우듯이 사랑을 익히며 아름다움을 알아차렸던 순간들을 꺼내어 놓는다. 어릴 적부터 매료되었던 돌과 뼈로부터, 새로운 감정이나 감각, 형용할 수 없던 음악이 건넨 아름다움과 곁을 지켜준 타자들을 언젠가 살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등 아름다움이 행하게 했던 살아냄의 과정은, 작가가 회복 이전 어두운 시간에서 인화해온 오늘의 빛이다.

작가는 아름다움으로부터 자신을 망각할 때, 비로소 자신을 바깥에 둘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때 자신이 두터워지고, 타자에게로 뻗어 나가게 되는 ‘나’됨을 경험하였다고도. 작가는 아름다운 순간 속에서 그것을 착각이라고 여길지언정, 끊임없이 움직이며 아름다움의 근간으로써 세계를 탐색하고 마주해왔다.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은 상처에서 새어 나온 눈부심에 감광하여, 존재의 아름다움을 투시할 수 있는 반투명의 시선을 지니게 된 한 사람의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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