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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겉들
이옥토 사진산문 양장, 개정판
이옥토
위즈덤하우스 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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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다시 펼치며
사랑하는 겉들
모이
얌전한 병실
빛나는 염려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존재가 지닌 아름다움을 투시하며 섬세하게 포착해온 사진작가. 시울과 물집, 그리고 대상의 대상됨 이전에 집중해 작업해왔다. 사진과 영상을 주 매체로 활동하며, 종이를 벗어난 다양한 물성으로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저서로 《사랑하는 겉들》,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공저로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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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1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507g | 138*220*21mm
ISBN13
9791175910614

책 속으로

끝나고 나서야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는 사랑이 있듯, 그 순간을 벗어나야 제대로 형용할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넘치는 슬픔과 괴로움을 글이라는 댐 안으로 겨우 막아내던 시간을 지나, 지금의 저는 그 저수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물은 어떤 색이며 안에는 어떤 조약돌이 있는지 이제는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에 다시 알맞은 단어와 표현을 고르고 문장 구성을 단단히 여며 다시 이 책을 엮습니다. 슬픔을 머금은 눈은 눈물로 두터워져서 많은 상황이 굴절되어 보입니다. 그 왜곡을 고치는 것이 아닌, 정확한 스케치로 옮기는 것이 이번 복간 작업의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다시 펼치며」중에서

그리워할 장소, 붙잡고 울 수 있는, 체취가 깃든 옷가지가 없을 때 사람은 자기 맨가슴을 쥐어뜯게 된다. (…)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사람이 붙잡고 울 수 있는 가슴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사진이라는 매체로 그려낼 수 있는 작은 빛일 것이다.
---「사랑하는 겉들」중에서

당신과 나 사이. 사이를 사이라 부르기 시작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몰라도, 피부에 코를 박은 채 눈을 마주할 수는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사랑하는 겉들」중에서

마음과 몸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은 각자의 생김새만큼이나 제각각입니다. 제게는 장마, 겨울 바다, 새벽빛, 안개 등이 그렇고 걸음을 멈추게 되는 풍경이 그렇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뿐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만지는 것, 또는 만져지는 것, 각종 향들, 어떤 기척과 느낌들 전부 마음과 몸을 이루는 모이입니다.
---「모이」중에서

앞으로 화면에 어떤 깊이를, 향을, 질감을 심어야 할까요. 알 수 없겠지요. 다만 아름다움에 가깝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 어떤 화면은 손을 담글 수 있을 정도의 깊이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누군가는 몸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빠지는 깊이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물 아닌 것 중 제일 물 같은 것이 되고 싶습니다. 제 병실 한가득 물이 차면, 지나가는 소매 하나 적실 수 있을까요.
---「얌전한 병실」중에서

부재와 존재 사이에 있는, ‘부재중’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사진 또한 부재중의 장르이고, 이것으로 그려낼 수 있는 것들이 많으리라 여깁니다. ‘부재중’의 안에는 희망, 기대, 꿈 같은 아름답고 연약한, 눈부시고 덧없는 것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거하는 처소는 부재의 자리도, 존재의 자리도 아닌, 그 사이를 왕복하는 쓸쓸한 길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얌전한 병실」중에서

태어난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 몸을 찢기고 자라는 것이 살아 있는 것들의 본성이니, 사실 다치지 않고도 사람은 안팎으로 상처입니다. ‘다칠 상’에 ‘곳 처’, 상한 곳의 자리—그러니 사람이 머무는 ‘사람이라는 몸’은 그대로 상처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사람을 찍는 일이 상처의 일기, 관찰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상처들은 유난히 붉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꼭, 들여다보라고 소리치는 것 같고, 저는 내내 그 적신호에서 눈을 떼지 못해왔습니다. 아픔은 유독 저를 불러 세우는 소리입니다. 멈춰 선 곳에서 다시 자세히 들으려고 카메라를 듭니다.
---「얌전한 병실」중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습관이 되어도, 늘 당신에게는 모든 첫을 대하듯 조심스러울 것을 약속해요. 사랑은 본디 가장 눈부신 염려. 내 사랑이 도달할 언젠가의 당신 곁에 늘 내가 있기를.

---「빛나는 염려」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는 서로의 눈으로 울어주기 위해 만났습니다.
창백한, 눈부시게 빛나는 나의 겉들”
지금의 이옥토 작가를 만든 생각과
오래도록 애정해온 대상과 순간 들의 아카이브


오랜 시간 고유한 시선과 밀도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이옥토 작가. 그는 바라보고 사랑하며 깊이 사유했던 장면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문장과 사진 안에 선연히 붙잡아둔다. 빛과 어둠, 물결과 바람, 관계와 상처, 부재와 존재…. 연약하면서도 눈부시고, 덧없기에 더욱 아름다운 순간들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작가는 자신이 사랑해온 것들이 결국 모두 ‘겉’이었다는 사실을 담담히 인정한다. 상대의 사랑을 온전히 헤아릴 수 있다는 오만을 걷어내고, 자신이 만지고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고백하기로 한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포착한 빛나는 순간, 상처와 포용의 시간까지. 지금의 작가를 이루는 감각과 오래도록 애정해온 대상들이 한 권 안에 고요히 응축되어 있다.

작가는 “살아지는 동안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도록 돕고 싶고, 사랑하는 순간을 채집하며 지내고 싶다”라고 말한다. 창백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온 힘을 다해 담아내는 그의 사진은 우리 안에 남아 있던 여린 감각을 다시 숨 쉬게 한다.

“여행보다는 숙취에 가까운 여정 속에서
우리가 잠시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밀도 높은 사진과 산문이 건네는 깊은 위로


이번 개정판을 위해 작가는 문장 또한 처음부터 다시 써 내려가듯 세심하게 다듬었다. 단어 하나와 쉼 하나까지 오래 매만지며 문장의 결을 고르고, 사진과 글이 한 호흡으로 읽히도록 새로 구성했다. 어디선가 이 책을 펼칠 누군가가 자기 자신과의 불화 속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기를 바라며, 작가는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투명하게 꺼내놓는다. 독자는 그 문장들을 따라가며 미처 이름 붙이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과 가만히 마주하게 된다.

이번 개정판에는 초기 작업과 미공개 사진을 포함해 110컷 이상의 이미지를 수록했으며, 그중 40여 컷을 새롭게 선별해 담았다. 또 오래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볼 수 있도록 무선에서 양장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삶의 여러 계절 속에서 읽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처럼 오래 머무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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