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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명예 수선공 가면 드라공 단지에서 옐로 사인 장례 하버마스터 |
정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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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서클”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번에 크툴루 신화 연대기에 초대된 작가는 로버트 체임버스입니다. 체임버스는 “매혹적”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물론 역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입니다만.) 화가를 꿈꾸었던 체임버스에게 『황의를 입은 왕』의 성공은 일대 전환점이었다고 하죠. 화가를 포기하고 작가로 나선 계기가 됐으니까요. 파리의 라틴 지역인 카르티에 라탱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전작 『라탱지구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호러 단편집 『황의를 입은 왕』은 당대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의 대성공이었다고 합니다. 체임버스는 판타지와 역사 소설 그리고 로맨스를 넘나들면서 작품들을 양산해냅니다. 함께 그림을 공부했던 친구 깁슨(일명 ‘깁슨 걸’의 창시자로 알려진 찰스 데이나 깁슨Charles Dana Gibson)이 체임버스의 작품에 삽화를 그리면서 ‘보는 재미’까지 곁들여집니다. 이렇게 깁슨이라는 날개까지 단 체임버스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승승장구합니다. 글쓰기와 여가 생활 그리고 사교계 활동까지 안락하고 분주한 삶을 살며 체임버스는 역사와 로맨스에서 종종 호러로 회귀하는데, 미스터리와 액션을 혼합한 『미지를 찾아서』와 『영혼의 살해자』가 대표적입니다. 전자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희귀 동물을 찾아 나선 동물학자의 이야기고, 후자는 오컬트 스릴러입니다. 체임버스의 초기 작품들을 인상적으로 읽은 러브크래프트는 “『황의를 입은 왕』은 고르지 않은 재미와 경박하고 부자연스러운 프랑스 화실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수준의 코스믹 호러를 성취한 작품”이라고 호평했습니다. 반면에 러브크래프트는 체임버스 사후에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체임버스는 루퍼트 휴즈(미국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작곡가)나 몇몇 몰락한 거물들과 같아요. 괜찮은 머리와 교육 수준을 갖고도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로서의 수입으로 안락한 삶을 살았던 체임버스는 (이런 측면만 본다면 비슷한 입장이었던 로드 던세이니보다도 더) 러브크래프트의 롤 모델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체임버스에게 많은 수입을 안겨준 로맨스 소설을 극도로 혐오했던 러브크래프트, 그러나 평생 가난에 시달렸던 그에겐 체임버스의 풍족했던 삶만큼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는지 모릅니다. 체임버스는 앰브로스 비어스의 해스터(하스터), 카르코사, 할리 호수를 자신의 작품에 차용했고, 이것을(체임버스의 ‘얀’을 포함하여) 다시 러브크래프트가 크툴루 신화에 차용합니다. 특히 처음엔 독립된 단편이었다가 나중에 『미지를 찾아서』의 도입부가 된 「하버마스터」는 러브크래프트의 「인스머스의 그림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단편선집 『황의를 입은 왕』은 “크툴루 신화 연대기 : 러브크래프트 서클”이라는 부제가 더 정확한 설명이 될 겁니다. 체임버스의 『황의를 입은 왕』은 로맨스와 호러를 결합한 단편집이고, “황의를 입은 왕”이 각각의 단편에 모티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4번째 「옐로 사인」까지는 호러, 이후부터는 로맨스의 성격이 짙습니다. 사실 체임버스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장르가 로맨스이기도 하고요. 반면에 러브크래프트 서클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바톤핑크의 이 작품집엔 크툴루 신화와 관련이 있는 전반부의 「명예 수선공」, 「가면」, 「드라공 단지에서」, 「옐로 사인」 이상 4편에 「하버마스터」와 「장례」를 추가하여 총 6편으로 구성했습니다. 5편은 크툴루 신화, 1편(「장례」)은 체임버스의 특징적인 공포를 보여주기 위한 구성입니다 『황의를 입은 왕』은 가상의 희곡으로 이 책을 읽으면 광기에 빠져든다는 설정이 기본입니다. 크툴루 신화의 금서 『네크로노미콘』에 상응합니다. 각 단편의 도입부에 희곡 『황의를 입은 왕』을 짧게 인용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각 단편의 등장인물들은 이 책을 읽고 실제로 광기와 이교적 욕망에 빠져 황의를 입은 왕의 숭배자가 됩니다. 이 지점에서 책 속의 캐릭터인 “황의를 입은 왕”은 컬트 집단이 숭배하는 존재로, 크툴루 신화의 크툴루와 같은 컬트 의식의 구심점이 됩니다. 황의를 입은 왕은 구원을 약속하고 헌신을 요구하는 점에서 종교적이지만 그 구원의 방식이 인간의 영혼과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잠재된 욕망을 일깨운다는 점에선 사교(邪敎)에 가깝습니다. 작품 곳곳에 작가의 주특기인 로맨스에 호러, 때론 SF가 “몽환적이고 모호한” 분위기로 녹아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가 체임버스에게 시쳇말로 “뿅가게” 만든 것이 바로 이 몽환과 모호함이죠. 체임버스는 비어스와 러브크래프트를 이어주는 멋진 가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옐로 신화(Yellow Mythos)를 구축한 셈이죠. 신화라는 심리적 장벽을 쉽게 허물어버리는 현실감이 인상적입니다.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실제 지명에 가상공간을 실존 인물에 가상인물을 직조해 자아내는 광기와 비애감도 매혹적이죠. 황의를 입은 왕과 마주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문득문득 카실다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왜일까요? "크툴루 신화를 가져온 또 하나의 매력적인 원천" "앰브로스 비어스와 러브크래프트를 이어주는 체임버스의 마력" 『황의를 입은 왕』은 체임버스를 “위어드 픽션” 신전에서 앰브로스 비어스, H. P. 러브크래프와 동등한 반열에 올려놓았다. - 《가디언》 1895년에 출간된 이 책은 여전히 여러분을 카르코사라는 이계의 땅에 대한 광기와 불안한 암시로 이끌지 모르겠다. - 《워싱턴 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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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수준의 코스믹 호러를 성취한 작품 - H.P. 러브크래프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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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사상 가장 중요한 초자연 소설 중에 하나. - 리처드 블레일러 (서지학자 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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