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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해남 오분임 : 마이크만 쥐면 기가 났제 부여 성옥선 : 호되게 똑똑한 여자, 성옥선 산청 임봉재 : 봉재의 정원 김제 장순자 : 서면 뛰고 누우면 호랑이를 꿈꾸다 광주, 이종옥 : 여성농민운동가 이종옥 성주 임순분 : 내 이름은 임순분 무안 이정옥 : 깃발을 들면 지지 않았다 무안 고송자 : 암만, 평생 여성농민회 해야제 땅의 사람들 박남식 : 길잡이 박남식의 노래 엮은이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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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농촌 사람들에게 시골 냄새난다고 하는데 썩은 대가리들이제. 시골이 없으면 되간디! 시골이 뿌리면 도시는 꽃밖에 안 되잖아. 시골이 뿌리여.” (오분임)
--- p.28 “처음엔 농촌여성이라는 말도, 여성농민이라는 말도 그게 뭐가 중하냐 싶은 생각에 별로 염두에 두덜 않았지유. 여성농민회를 따로 생각하지도 않았구. 근디 농사짓는 여자덜 처지가 그게 아닌 거여. 동네 일이나 농민회 활동에 여자덜이 열심히 혀도 우리를 그냥 단순히 양념으로만 생각하거나 농민 문제가 해결되면 여자덜이 겪는 고생도 다 해결된다는 생각이 답답허더라구유.”(성옥선) --- p.61 그러나 철이 들고 농민운동을 하면서 한자로 풀어 쓴 수풀림(林), 받들 봉(奉), 있을 재(在) ‘사람들이 숲을 이루고, 그들을 모시고 사는 삶을 살라’는 뜻으로 재탄생하면서 봉재 씨는 ‘임봉재’가 마음에 쏙 들었다. 평생 사람들 속에서 민중을 받들고 살라고 할아버지와 막내 작은아버지가 거든 셈이다. 이름 때문에 봉재 씨는 군대에 갈 뻔도 했다. (임봉재) --- p.103 " 비혼으로 사는 것도 나한테는 그냥 자연스러운 거여요. 내가 남자에 대해 흥미가 없는 건 절대적으로 아버지, 오빠들 영향이 많았어요. 남자에게 좋은 관심을 가질 환경이 안 되었고, 주변에 있는 남성 중에 동경할만한 뭐가 있어야지.”(장순자) --- p.140 선생은 스스로 무대에 올랐다. 이 집회에서 선생은 〈농민가〉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했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 모든 농민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따라 불렀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뭉실거리던 가슴 속의 충격이 밖으로 튕겨 나왔다. 선생의 농민운동 시작을 알리는 음악 같았다. 잊을 수 없는 무대였다. (이종옥) --- p.186 “나는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한 걸음 한 걸음 같이 걷는 소성리의 마지막 사람으로 끝까지 남아, 사드 뽑아내는 게 꿈이야. 주민들하고 봄이면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쑥 캐고 고사리 뜯고 산나물 뜯으면서 살고 싶고, 가을이면 도토리 주워 묵 쑤어 먹고, 송이 채취하면서 살고 싶어.”(임순분) --- p.245 “농민운동이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 속에 여자들의 능력과 역할의 한계를 규정짓고, 그 틀에 여자들을 맞춰 넣으려 한다. 이제부터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고, 여성농민들에게 더 많은 교육을 해서 조직역량을 강화하겠다.”(이정옥) --- p.260 “첫날 등원하니까 명패를 주는데 죄다 한자투성이인 거여. 나는 한글로 바꿔 달라고 했지. 내 나라 도의회에서 한글 명패를 안 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고송자) --- p.319 땅의사람들은 여성농민 곁에서 농업, 농민 문제를 같이 공부하며, 조사사업, 권익실천사업, 여성농민교육 등으로 연대했다. 소비자로서 든든한 전진기지 역할을 한 것이다. 조직가 박남식이 오랫동안 헌신했던 땅의사람들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박남식) --- p.3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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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용기를 준 여성농민운동가들”
그간 용기 있는 삶을 산 여성 그리고 치열했던 여성운동에 대한 책들은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여성농민에 대한 기록이나 정보는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조직이나 단체 활동 중심으로 여성농민운동사를 서술한 책은 출간되었지만, 여성농민운동 속에서 살아온 여성 개개인의 삶과 헌신에 대한 기록은 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책은 “배고픔과 가난의 대명사였던 농업과 농촌을 한평생 품어 안고” 살아온 여성들, “누구도 가라 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이면서도 원하지 않은 삶”에 인생을 걸었던 여성농민운동가 9인 고송자, 박남식, 성옥선, 오분임, 이정옥, 이종옥, 임봉재, 임순분, 장순자 님의 집단전기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기록들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역사가인 나에게 이 책은 먼저 소중한 사료적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30여 년 사이에 활발히 진행되었던 우리 여성운동에 대한 서술은 많이 있었지만, 여성농민운동이나 운동가 개개인에 대한 기록이나 분석은 부재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기록의 공백을 채우는 값진 시도입니다. 운동이 처한 객관적 여건이나 조직적 발전을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는 운동이 지녔던 역사적 의미가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운동 속에서 살아간 주체들의 역동적인 경험과 고뇌, 그리고 활동이 적힌 ‘아래로부터의 역사’가 드러나야 운동은 정확히 기억되고 전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실린 여성농민운동가들의 삶은 제게 큰 감동과 자극을 주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의 성공 이후 새 여성운동이 활발히 일어났고, 지난 30여 년 동안 여성들의 활동은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도시에 결집된 지식인 여성들의 운동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이 책에 실린 여성농민운동가들은 공식교육의 기회를 거의 누리지 못했고, 농촌에 묻혀 가난과 중노동의 현실을 감내해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열악한 현실 속에서 “여성농민들이 사람대접 못 받고”, “농민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여성농민의 존재가 평등해지지 않는다”라는 자각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농민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주체”임을 확인하고, 지역적인 고립과 농사일의 압박 속에서도 “여성 독자적인 자주 조직 건설”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여성농민운동가들은 소몰이 투쟁, 여성농업인육성조례운동, 급식조례운동, 의료보험 투쟁, 수세 반대운동, 농산물 제값 받기 운동, 밭 직불제 실현 등에 크게 기여하였고, 복잡한 네트워크로 얽힌 가부장적 농촌사회에서 남성보다 앞서 투쟁하는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지역적으로 흩어져 있어 조직화가 어려운 여성농민들을 만나고 이들에게 여성농민교육의 장을 제공하는 것을 통해, 농업 문제 해결과 자각된 주체 ‘여성농민’의 탄생을 이끌어내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실천을 통해서 생태농이나 지속 가능한 농업의 길도 모범적으로 열어갔습니다. 요즈음처럼 “초고령화되고 대농화, 상업농화 되어가는 농촌지역”에서 새 여성농민운동을 실행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새로이 자라 올라오는 젊은 여성들에게 선배 여성농민운동가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신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당사자 운동을 추동하는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내기 위해 전국으로 주인공들을 찾아다니는 노력을 기울인 박남식과 박성자 님 그리고 구술을 채록하느라 고생하신 작가들께도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추천사:정 현 백(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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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현재를 이만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선배님들의 헌신적인 활동 덕분이었습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싸워온 우리의 역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여성농민의 이름을 가지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의 이름을 찾기 위한 역사를 만들어주신 선배 활동가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역사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에 길을 보여주며, 두려움과 어려움에 이 길을 포기하려 할 때 우리에게 다시 걸어갈 힘이 되어 줍니다. -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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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눈부시던》은 농사 지어봤자 보리밥은 고사하고 수제비에 밀가루죽도 배불리 못 먹던 집에 그나마 딸로 태어나, 가난과 못 배움 탓(덕)에 땅과 몸에서 힘을 캐내 설치고 다니며, 배운 사람들이 써준 연설문이 아닌 마이크만 잡으면 저절로 터지는 몸말로, 자신과 여성/농민들을 함께 교육하고 조직하며 농촌과 세상을 살려낸 ‘미친 여자들’의 생애 이야기다. 혹은 결혼 말고 다른 여자의 길 선택해 교육과 협동조합과 생명공동체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살려내는 여자들’ 이야기다. -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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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서의 열망이나 편안함은 염치없다는 여자들이 같이 어깨동무했다. 한 사람의 천 보보다 천 명의 한 걸음을 함께 걸었고 투쟁의 대열에서는 옷핀으로 저항했다. 처절한 몸부림으로 주저앉기를 거듭하며 승리의 깃발을 세웠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높게 세운 개인의 성공 탑이 아니다. 계곡들이 만나 낮은 곳으로 의연하게 흐르는 강물의 기록이다. - 정성숙 (여성농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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