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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Part 1. 책방지기 엄마 자아 나는 서재를 탐했고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기분 외딴섬을 지키는 책방, 관광섬을 지키는 책방 자영업자에게 자꾸 취미냐고 물으신다면 책방지기의 노동 가치썰 사진관 할아버지에게 받은 선물 엄마의 뇌구조 참여비와 노동 한방울 나의 타투 장광설 내향인이 내향인을 대하는 방식 홍차 이야기 우리는 한 쌍의 낙타였다 책방 엄마들, 책방 아이들 꿈동지, 책벗 그리고 10년 Part 2. 여성, 목소리, 일상예술 어쩌다 서점, 카페, 출판 작고 느린 출판인의 소명 힙하게, 담대하게, 재미나게 라디오는 목소리를 싣고 마을신문 마담 페이퍼를 펼치다 그림 그리는 오후, 내 안의 어린 예술가 깨우기 Lat’s Draw!일상예술가가 됩시다 무명출판사의 서울국제도서전 기록담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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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시간을 모아 읽는 행위는 어느새 나를 세우고 지키는 일이 되어 있었어요. 책방은 그런 의미에서 제 3의 공간으로 이어졌고, 직업으로서의 일터이자, 엄마가 된 후 작은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두 개의 삶을 쪼개어 삽니다. 엄마로, 책방지기로요.
---「책 머리에」중에서 30대 끝자락. 마흔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나를 찾아 삼만리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불혹. 어떠한 유혹에도 갈팡질팡하면 안 된다는 공자님 말씀은 무효다. 세상과 내가 무언가 어긋난 기분이었다. 마냥 젊지 않은 이 ‘초조한 마흔’은 어떤 마력이 발휘되는 나이인 걸까.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 같은 절박하기까지 한 기운이 내 안에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 p.19 “커피와 책이라니. 로망을 이루셨네요.”라는 말도 가끔 듣는다. 로망은 이루기 전까지가 로망임을 깨닫는다. 나는 섣불리 ‘로망’이나 ‘취미’라는 말로 누군가를 쉽게 동경하거나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감정과 노동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가게 문을 여는 1인 자영업자이자 책으로 먹고사는 책방지기이다. --- p.36 서점을 지키는 나는 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그 대가로 어깨가 짓눌릴 수 있는 사람이자 작은 소명으로 움직이는 일개의 소시민이다. 지역 커뮤니티 문화에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그에 앞서 동기는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서가에 쌓여가는 즐거움과 누군가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기쁨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7년째 책방을 무사히 열 수 있는 이유다. --- p.45 많은 책방지기들이 그럴까. 처음 책방을 열 때 손님이 찾아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모임의 일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만으로 기뻤다. 무엇이든 애쓰고 싶은 마음과 누구라도 환대할 마음이 솟아나는 시기를 지나왔다. 대박은 없다 쳐도 나를 지나치게 소진하는 노동과 대가가 불일치할 때면 자주 혼란스러움을 겪었다. 확실한 건 책방지기는 시간과 노동과 가치를 파는 사람이며, 내가 하는 일의 쓸모와 값어치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p.65 A부터 Z까지의 과정을 겪은 후부터는 내 자아를 하나씩 쪼개는 편을 택했다. 읽고 쓰고 그리는 나, 홍보와 행정업무를 보는 나, 책방을 여는 나, 아이들을 돌보는 나를 띄워 놓고 그때그때 하나씩 불러낸다. 엉키기 시작하면 ‘내가 이것도 하는데 저것까지 해야 해?인생 완전히 꼬였네…. 젠장!다 때려치워.’라며 돌연 미친 자아가 날뛸 게 뻔하기 때문이다. --- p.122 우리는 생각하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 기존의 삶에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그렇게 ‘힙하게, 담대하게, 재미나게' 구호를 외치며 우리의 길을 가보자고 결의했다. 이것으로 각자의 본업이 있는 세 여자의 사이드프로젝트가 시작된 셈이다. --- p.131 책을 얼마큼 가져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책방 안에서 책만 만들었지, 독립출판마켓 한번 나가본 적 없는 생초보였다. 첫 무대가 서울국제도서전이라니! 대구에서 상경해야 하는 상황에 5일 동안 묵을 숙소를 정하고 행사에 필요한 짐부터 꾸렸다. 10권이 팔릴지 100권이 팔릴지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 p.181 나는 지역에서 여성이자 일상 예술가로서 일과 삶을 짓는 이야기들을 1,200mm 테이블만큼 펼쳐 놓았다. 거대한 부스와 다르게 책마을 존에는 작게 존재하는 이들의 위대한 목소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숙소에 돌아와 누웠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 p.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