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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모험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건너는 법
신기욱
인물과사상사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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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비판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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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 6

제1장 민주주의와 리더십

민주주의의 위기
2020년 대선과 2022년 대선 · 17 │민주주의의 쇠퇴 · 20 │정치적 양극화와 탈진실의 시대 · 25 │정치적 협상과 정치적 리더십 · 28 │민주주의는 회복할 수 있을까? · 31

리더십의 위기
지도자의 무능력과 정치력의 부재 · 34 │네오콘과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 · 37 │미국은 두 개의 나라가 되었다 · 39 │무엇이 공정과 상식인가? · 44 │관용과 권력의 절제 · 46

민주주의와 리더십의 회복을 위해
민주주의 쇠퇴가 바닥을 쳤다 · 51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정치적 양극화 · 54 │제4의 민주화 물결 · 56 │민주주의가 반등하려면 · 59 │포지티브섬 사회 · 63

제2장 자유주의와 안보

한일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
국수주의적 반일 감정 · 69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성격 · 71 │국수주의와 포퓰리즘의 토양 · 75 │민족주의의 과잉과 자유주의의 빈곤 · 78 │집단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 · 81

우크라이나 전쟁과 민주주의 연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 84 │푸틴의 잔혹한 전쟁범죄 · 87 │샤프 파워의 위협 · 89 │중국과 러시아의 느슨한 협력 · 92 │무임승차는 없다 · 95 │국제질서의 변곡점 · 97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지 못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 100 │중국제조 2025와 중국몽 · 103 │미국 우선주의와 ‘메이드 인 아메리카’ · 105 │팍스 아메리카나는 지속될 것이다 · 108 │미국의 제국주의적 DNA · 113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 · 115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다 · 119 │북한 주민들의 슬픈 현실 · 122 │북한을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 · 124 │인권은 보편적 이슈다 · 127 │북한 인권에 대한 우리의 원칙 · 131

제3장 다양성과 혁신

슈퍼 네트워크의 위험과 다양성의 가치
‘박스에서 나오는’ 사고 · 139 │‘어퍼머티브 액션’ 논쟁 · 142 │다양성에 대한 존중 · 144 │혁신은 문화다 · 147 │순혈주의와 동화주의를 넘어 · 150

대학의 힘
미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 156 │상생의 생태계 · 158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 162 │지속 가능한 대학 · 166 │대학의 미래 · 169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라
글로벌 인재 유치 전쟁 · 173 │초저출산 국가와 초고령 사회 · 176 │두뇌 유출과 두뇌 유치 · 179 │다음 세대의 아이폰을 누가 만들 것인가? · 182 │글로벌 인재가 성장 동력이다 · 184 │혁신과 창조의 시대 · 187

제4장 문화와 미래

K-컬처와 문화의 힘
K-팝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193 │아시아의 다음 거인 · 195 │코리아 디스카운트 · 198 │K-컬처에는 장벽이 없다 · 200 │시대정신을 반영하다 · 202 │소프트 파워로 자리 잡기 위해 · 205

미래는 인도에 있다
인도 디아스포라의 성공 비결 · 210 │인도의 ‘두뇌 연결’ · 213 │인도의 문화적·민족적 연대 의식 · 217 │새로운 아르고호의 선원 · 219 │인도는 중국을 넘어설까? · 222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법
인류는 기후 지옥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 226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경제 구조 · 230 │환경과 성장의 상호 융합 · 232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 · 235 │지속 가능한 포용적 사회를 위해 · 238

인터뷰 1 : 신기욱 - 프랜시스 후쿠야마 · 242
인터뷰 2 : 신기욱 - 안병진 · 264

참고문헌 · 284

저자 소개 1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사회학)를 받았고, 아이오와대학과 UCLA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미국에서 활동해온 세계적인 정치사회학자이자 동북아시아 전문가로, 역사?사회학적 접근으로 한국 사회를 연구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한미동맹을 비롯해 남북 관계, 동북아시아 역사 문제 등에 대한 외교안보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미국 정가(政街)에도 지명도가 높다. 2001년 스탠퍼드대학 부임과 동시에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립했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동 대학의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5권의 영어 저서와 편?저서를 출간했으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사회학)를 받았고, 아이오와대학과 UCLA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미국에서 활동해온 세계적인 정치사회학자이자 동북아시아 전문가로, 역사?사회학적 접근으로 한국 사회를 연구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한미동맹을 비롯해 남북 관계, 동북아시아 역사 문제 등에 대한 외교안보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미국 정가(政街)에도 지명도가 높다. 2001년 스탠퍼드대학 부임과 동시에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립했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동 대학의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5권의 영어 저서와 편?저서를 출간했으며, 국내에도 『슈퍼피셜 코리아』?『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등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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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56g | 152*225*18mm
ISBN13
9788959066926

책 속으로

대선과 정권 인수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과 갈등은 일시적 현상이나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한미 모두 지난 수년간 진행되어온 민주주의 퇴보의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는 지식인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다. 래리 다이아몬드(Larry Diamond),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등 미국 스탠퍼드대학 동료 교수들도 적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 역시 그간 한국 민주주의의 역행에 대해 심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나는 한국 민주주의가 ‘가랑비에 옷 젖듯’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0년 7월 『저널 오브 데모크라시(The Journal of Democrac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민주주의의 쇠퇴(Democratic Decay)’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 바 있다.
---「제1장, 민주주의의 위기, (본문 20~21쪽)」중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주장처럼 민주주의 쇠퇴가 바닥을 쳤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권위주의 체제의 리더 격이라고 할 수 있는 푸틴은 위기에 빠졌고, 시진핑 역시 고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은 다소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낙승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전쟁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리전쟁으로 확산했다. 러시아는 고전하고 있다. 자칫 이 전쟁이 푸틴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진핑 역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권력을 더욱 강화했지만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불황 등으로 국민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제1장, 민주주의와 리더십의 회복을 위해, (본문 57쪽)」중에서

전쟁범죄는 세계사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만 해도 베트남, 캄보디아, 옛 유고슬라비아, 시리아, 미얀마 등 세계 각국에서 전쟁범죄가 발생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잔혹한 범죄행위와는 수위와 강도 면에서 비교할 바가 아니다. 내전 과정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달리 러시아는 엄연한 주권국가인 타국 국민을 상대로 범죄행위를 자행했다. 피오나 힐(Fiona Hill) 전 미국 백악관 고문은 영국 『더타임스』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장악’이 아니라 ‘절멸’”이라며, 그가 우크라이나인 말살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단언했다. 조 바이든 역시 러시아군의 범죄행위를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학살)’로 규정했다.
---「제2장, 우크라이나 전쟁과 민주주의 연대, (본문 88쪽)」중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은 드물게나마 일정 부분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북한은 극렬히 반발하면서도 15년 만에 외무상을 유엔 고위급 회의에 파견했다. 또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고위 관리가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의회와 뉴욕에서 열린 회의에서 자국의 인권 실태에 대한 토론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고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에 반발하지만, 북한은 인권 문제에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이러한 모습이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제2장,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본문 125쪽)」중에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을 보며 법조계, 특히 ‘검찰 슈퍼 네크워크’로 얽혀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법무부, 통일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과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출신의 선후배 법조인이다.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소위 ‘모피아(MOFIA)’ 출신이다. 대통령실의 항변대로 개개인의 능력이 출중하고 탄탄한 팀워크로 일의 효율성을 높여 단기간에 성과를 낸다고 가정하자. 그럼에도 급변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사회에 필요한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성의 시선’이 한류의 성공을 가져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제3장, 슈퍼 네트워크의 위험과 다양성의 가치, (본문 154~155쪽)」중에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세계 인재 보고서」를 보면, 2016년 한국은 글로벌 ‘두뇌 유출(brain drain)’ 면에서는 조사 대상 63개국 중 41위에, ‘두뇌 유치(brain gain)’ 면에서는 33위에 그쳤다. 2020년에 두뇌 유출은 64개국 중 43위로 더욱 뒤쳐졌다. 이 보고서의 자료를 기준으로 두뇌 유출과 두뇌 유치를 두 축으로 해서 조사 대상국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해보면 한국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 영국 등이 속한 그룹은 두뇌 유출은 적고 두뇌 유치는 많아 인재풀이 풍부하다. 반면 그 대척점에 있는 그룹은 두뇌 유출은 많은 반면 두뇌 유치는 적다. 한국은 일본·타이완 등과 함께 이 그룹에 속해 있는데, 이 그룹 안에서도 두뇌 유출과 두뇌 유치의 격차는 가장 큰 편이다.
---「제3장, 글로벌 인재를 유지하라, (본문 180~181쪽)」중에서

K-컬처가 소프트 파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정부는 K-컬처 스타들을 정부 행사나 해외 공공외교에 활용할 유혹에 빠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을 평양에서 공연하도록 한 것이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BTS의 공연 여부로 논란을 빚은 게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팬들은 레드벨벳이 독재자와 함께하는 데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반페미니즘’의 이미지를 가진 윤석열의 취임식에 BTS가 공연할 가능성을 두고 팬클럽 아미(ARMY)의 불만도 컸다. 정부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K-컬처가 글로벌 무대에서 소프트 파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용히 뒷받침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통해 해외에서 소프트 파워를 키우려다 외려 반중 정서만 키운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제4장, K-컬처와 문화의 힘, (본문 206쪽)」중에서

SDGs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인류의 번영을 위해 힘쓰는 동시에 환경을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각국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 최종 합의문을 채택했다. 파리협약은 2016년 11월 발효되었다. 파리협약에서 모든 국가는 지구의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불참하면서 다소 빛이 바랬지만, 2018년 4월 175개국이 파리협약을 비준했으며 10개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응계획을 처음으로 제출했다. 2022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가 처음으로 당사국총회의 정식 의제로 채택되었다.

---「제4장,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법, (본문 235~236쪽)」중에서

출판사 리뷰

민주주의와 리더십의 위기

한국은 2010년대 이후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2013년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식 권위주의’로 후퇴했고, 대통령 탄핵으로 불명예 퇴진이라는 결과에 직면했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식 권위주의’라는 낡은 모델은 민주화되고 다원화된 시민사회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2016~2017년에 진행된 촛불집회는 이러한 긴장 관계의 분수령을 이루었다. 그리고 ‘촛불혁명 정부’라고 자부했던 문재인 정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민주주의와 다시 긴장을 이루었고, 결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선악의 이분법적 논리에 따라 상대편을 거악(巨惡)으로 몰고, 서민의 투사를 자처하면서 반(反)기득권의 논리로 상대편을 공격하는 포퓰리즘을 활용하며, 법원을 정치화하고 삼권분립을 흔드는 등 ‘형식적 법치주의’의 미명하에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민주주의의 회복을 부르짖으며 들어선 윤석열 정부의 1년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반다원주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정치적 양극화는 심화되는 가운데, 여야는 일종의 적대적 공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이 야당 후보가 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리더로서 매력이 있었다기보다는 정권교체의 최적임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기승을 부렸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보다는 현 정부를 심판하는 데 초점이 모였다. 윤석열의 이미지는 강골 검사, 반(反)페미니즘, 반(反)중국으로 투영되었다. 전통적 의미의 민주주의 지도자상과는 거리가 멀고, 여의도 정치 문법과 거리가 먼 ‘스트롱맨’에 가까웠다. 스트롱맨은 대화와 조정의 정치력보다 결단과 추진의 실행력을 중시한다. 민주사회를 운영해나가는 정치지도자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이미지다. 윤석열이 국제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개선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치적 양극화와 탈진실의 시대에 민주주의는 회복할 수 있을까?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겠다며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공정과 상식을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거나, 설령 있다 해도 국민들은 느끼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 자유에 기반한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고 싶다. 더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화와 협치는 사라졌다. 법안은 계류된 채 정치와 민생은 실종되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커졌고, 민주주의도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상대를 악마화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고,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는 한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젠더 갈라치기와 같은 정체성의 정치나 개딸에 의존하는 팬덤 정치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 속에서 윤석열이 민주주의 진영의 새로운 기수가 될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에게 달려 있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지 못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는 시진핑은 세 번째 집권으로 ‘위대한 투쟁’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으며, 조 바이든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기치하에 촘촘한 입법 그물망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타이완 문제를 놓고 군사적 충돌 위험까지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이룩한다는 시대정신(Zeitgeist)을 기반으로 경제적·군사적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1등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도전은 야심만만하고,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조 바이든 정부는 2022년 하반기에만 반도체와 전기자동차·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내용으로 한 입법·행정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또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칩4 등 경제·기술 동맹을 제도화하려고 한다.

미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것인가? 우리 세대에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중국은 내외부적으로 너무나 많은 문제와 도전에 봉착해 있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쌓인 경제적 거품은 물론이거니와 정치·사회·인구학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중국이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고 있지만, 아직은 창조나 혁신의 리더는 아니다. 더구나 중국이 야심만만하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아프리카나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도 “중국 경제 모델이 붕괴되었다”고 일갈했다. 반면 미국은 패권주의나 제국주의적 DNA를 갖고 있다. 정치·경제·군사·문화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경제 원조나 자원봉사를 통해, 때로는 경제적 압박이나 무력행사도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은행, IMF 등의 국제기구나 평화봉사단, 풀브라이트 같은 비정부기구도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가치 연대를 추구하며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경중’을 포기한다면 이를 대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보와 관련 있는 첨단기술 분야는 미국과 함께 가더라도, 그렇지 않은 유통·소비재나 제조업 분야에서는 중국을 멀리할 이유가 없다. 가치 외교가 빛을 발하려면 실용 외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와 자유주의 가치 연대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미국은 철저하게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가진 자유주의 체제와 제국주의적 성격을 동시에 잘 살펴야 한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들이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갖고 있는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여론 수렴을 해야 한다. 지금은 어느 나라건 국민 여론을 외교 전략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한다. 국민들의 지지가 없을 때 외교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일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최악의 전쟁이 되고 있다. 심지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경고까지 나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과 미국·유럽의 지원으로 러시아가 원했던 압승은 좌절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1945년 이후 수립된 미소 냉전시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이어진 세계화 시대처럼 대전환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민주주의 침체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력한 권위주의 지도자가 저지른 최대 전략적 실수 중 하나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샤프 파워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독일의 파시즘과 소련의 볼셰비즘이 민주주의와 국제질서를 파괴했다면,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가 행사하는 샤프 파워가 글로벌 민주주의에 위협으로 작동한다.

윤석열 정부는 요동치는 지정학적 변화의 방향을 잘 읽고 한국호(號)가 순항할 수 있도록 대외정책을 펴야 한다. 국제질서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로 급격히 재편된다면 전략적 모호성이나 안미경중 같은 패러다임이나 환상이 통할 수 없다. 경제적 이해가 중요하고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권·민주주의·주권 등 국제규범과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안보 정책을 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정치에서 가치와 규범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한 국가의 국민이 자신들의 삶과 미래를 결정하는 자결권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근본 가치이자 규범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북미 간 중재자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러·중·북한의 권위주의 대 미·유럽·한국의 민주주의 사이의 대결이라는 국제관계의 큰 틀 속에서 대북 정책을 펴야 한다. 한미동맹 역시 권위주의에 맞서는 민주주의 진영과의 폭넓은 관계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한일 관계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2023년 3월 한일정상회담으로 가까스로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 일본은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했고, 한국은 WTO 제소를 철회했다.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관련 해법도 마련되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현재 한일 갈등을 이해하는 데 ‘르상티망’ 개념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인들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일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를 이룬 후 한국을 식민지화해버렸다. 한일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한국인의 의식 속에 깊이 박혀 있는 ‘르상티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일 감정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과 현실적 실용주의가 절실하다.

슈퍼 네트워크 사회와 다양성의 가치

한국은 단일민족과 순혈주의를 강조하고,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가부장적 ‘슈퍼 네트워크 사회’다. 그러니 다양성 확보는 더욱 절실하다. 2022년 5월 20일 미국 스탠퍼드대학 한국학 설립 20주년 콘퍼런스에서 CJ ENM 아메리카 CEO 앤절라 킬로렌은 “한류가 글로벌 현상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여성의 시선이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휩쓴 한류의 성공 비결인 ‘여성의 시선’이 나올 수 있던 것은 획일적 실력주의도, 배려의 결과도 아니다. 기존 남성의 시각을 뛰어넘는 여성의 시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에서는 단순히 다양한 의견만 나오는 게 아니다. ‘박스에서 나오는’ 사고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관점이나 대안을 고려하고 평가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사고와 혁신의 원동력이 마련된다.

다양성은 성, 인종 등 타고난 면과 해외 유학, 경험 등 습득된 면에 의해 확대될 수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다양성 책임자(CDO)’를 두고 인종, 사회계층, 성 정체성 등에서 다양한 구성원을 모으기 위해 애쓰는 이유다. 이 기업들은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다. 혁신과 창조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철학을 나눌 때 나올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경영학 교수였던 캐서린 필립스는 「다양성이 어떻게 우리를 더 똑똑하게 하는가?」라는 논문에서 다양한 멤버로 구성된 팀에서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견해나 대안을 고려하고 평가하게 됨으로써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역설했다. 미국 인사관리협회 조사에 따르면, 91퍼센트의 기업이 다양성 관리가 조직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미국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초강대국으로 세계를 이끄는 데는 대학의 힘이 크다. 미국 대학은 기술혁신의 원천이며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뒷받침한다. 미국 대학은 구성원의 다양성만큼이나 그 구성원을 충원하고 평가하는 기준도 다양하다. 그리고 좋은 대학일수록 미국 사회에 필요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학생들을 선발한다. 대학은 그 사회에 필요한 책임 있는 리더와 구성원을 육성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기준은 학업 성적 외에 ‘리더십’과 ‘커미트먼트’다. 미국 대학에서는 화려한 스펙을 가진 학생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오랫동안 열정을 갖고 전념한 학생에게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21세기는 그야말로 글로벌 인재 유치 전쟁 시대다. 글로벌 인재가 없었다면, 오늘의 미국 실리콘밸리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처럼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에서 해외의 우수한 인재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기술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폐쇄적 슈퍼 네트워크의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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