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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연애
내가 누구냐고? 감옥이다 바람을 기다려 사랑은 날마다 조금씩 눈부신 날에, 사랑이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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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먼 곳으로 날아왔다. 어제 저녁 뭄바이 공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오면서 보았던 이국적인 풍경이 떠올랐다. 시내로 들어오는 길 양쪽에 서 있던 키 큰 가로수와 사리를 입은 여인들의 붉은 빈디, 도로에 붐비던 자동차와 릭샤들. 여긴 인도다. 이제 모든 건 다 잊어버리자, 고개를 젓는데 속이 울컥 올라왔다.
--- pp.7~8 오늘 도비가트에서 본 아이 때문에 생각난 노래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어서 오느라 님프야, 즐거운 노래 부르면서 흥겹게 호들갑을 떨며, 근심일랑 훌훌 던져 버리고 마음껏 웃어 보지 않으련, 아하~. 엄마 흉내를 내며 입을 딱 벌렸다. 막혔던 가슴에 숨구멍이 생긴 것 같이 속이 좀 뚫렸다. 그래, 잊었던 노래를 기억 속에서 찾아냈듯이 오늘 밤은 엄마와 함께했던 좋은 기억만 찾아보자.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서로 바라보며 참 많이도 웃었는데, 그게 행복이라는 것이었을까? --- p.30 곧 엘로라 석굴을 향해 버스가 출발했다. 엘로라 석굴은 붉은 산을 파서 만든 사원군인데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사원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에서 큰 바위 한 개를 수직으로 파서 만든 카일라쉬나트 사원은 얼마나 거대하고 웅장한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저렇게 산같이 큰 바위를 파서 아름다운 사원을 만들 생각을 한 사람은 정말 천재였을 것 같다. 여러 사원을 둘러보면서 이 아름답고 섬세한 예술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펐다. --- p.71 꿈에서 엄마를 보았다. 엄마가 자꾸만 어떤 들판 같은 곳으로 걸어갔다. 외가 동네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데 아무리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걸었다. 엄마, 엄마. 목이 터져라 불렀지만 끝내 엄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또 장면이 바뀌면 엄마가 옆에 앉아서 내 이마를 짚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배를 만지는 것 같기도 했다. 엄마의 손길과 숨결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마치 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참 따뜻하고 포근했다. --- pp.115~116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황량한 사막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사막을 걷는 것과 같지 않을까? 누군가가 밟고 지나간 길은 바람에 그 흔적이 지워지고, 또 누군가가 발자국을 남기고 또 사라지고……. 누가 언제 어떻게 밟았든 바람이 지운다는 것. 내가 걸어온 길도 언젠가는 바람이 지우고 지나가겠지. 그 바람을 기다려 볼까? 내 슬픔과 고통을 지워 줄 바람이 불어올 날이 정말 있을까? --- p.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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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소녀 한강은 우연히 엄마와 이모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자신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차라리 지나쳤다면 좋았을 한마디의 말, 그 말이 한강이 믿고 의지했던 세상을 무너뜨린다. 혼란스러워하며 방황하던 한강에게 이모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둘이 인도로 여행을 가자고 한 것이다. 잘 알지도, 가 본 적도 없는 나라였지만 한강은 선뜻 따라나선다.
그렇게 시작된 한 달간의 인도 여행. 낯선 사람들, 낯선 풍경 속에서도 한강은 문득문득 엄마를 떠올린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오므라이스가 나왔을 때도, 갑자기 찾아온 배앓이 때문에 병원에 누워 있을 때도 엄마의 동그란 얼굴이 눈앞을 스친다. 그리고 울컥 쏟아지는 눈물. 밀어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엄마의 존재는 더 무겁고 절절하게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비로소 한강은 엄마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게 된다. 한편 이모는 오래전 헤어진 남자를 찾기 위해 매일 인도의 거리를 헤맨다. 이미 지나간 사랑의 흔적을 쫓는 이모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강은 별말 없이 동행한다. 고된 여정 속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동분서주하는 이모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강은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또 길 위에서, 혹은 기차 안에서 이모와 대화를 나누며 한강은 그동안 몰랐던 엄마와 이모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게 된다. 그리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비밀의 진실에 대해서도…. 삶의 어느 순간에 우리는 비밀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그 비밀이 더없는 행운일 수도 있지만 어떤 비밀은 깊은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비밀의 끝에 서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 진실을 바로 보고 품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다. 《바람을 기다려》는 크고 작은 비밀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응원과 위로를 담은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