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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自序) Ⅰ디엥 고원 13인디언 오션 15그리운 바타비아 16여름 가고 여름 18밤의 항구 20네덜란드 인 묘지 22밤의 그림자 극장 24유파스나무 숲의 은둔자 26무인도 시퀀스 28나무어미 30해변의 모스크 32아홉 개의 힌두사원으로 가는 숲 34미낭까바우, 여자 36언덕 위의 승방 38Ⅱ다음 생의 운세 43옛집의 언정 45격자무늬 창문 48이사 50독작 52냉장고가 없는 야채 가게 54레이디 D 56천 개의 문 58우기의 독서 60부조 61그린란드 상어 62시니 64금요일 66Ⅲ내가 당신의 애인이었을 때 71눈물 73제이 74까마귀가 나는 밀밭 76굳바이, 시인 78비인 80노산여인숙 82저수지 소네트 84사루비아 화단 86장마 88북아현 89골목 90Ⅳ1989 93습작 일기 94사시 96우주 허밍 98여름 병동 100삼천포 102동대구행 103마지막 장마 104배드민턴 치는 저녁 106죽은 시인을 위한 낭독회 108사량 110메리제인 구두 112출국 113작품 해설 -소유정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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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생으로 보내는 전생의 노래 채인숙 시의 주된 공간은 그가 거주하는 인도네시아다. 데뷔작 「1945, 그리운 바타비아」 역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배경으로 쓴 시다. 이국적인 풍경 안에서 식민지라는 공적 기억과 사랑이라는 사적 기억이 섞이며 만들어 내는 독창적인 정조가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모습으로 재현된다. 구체적인 사건으로서는 한국인의 역사적 경험과 다르지만 그 서사의 보편성은 “바타비아의 밤”을 특정한 시공간에서 벗어나게 한다. 채인숙 시의 주된 공간이 갖는 특수성은 공통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보편성을 획득한다. 소리를 죽여 혼자 우는 자바의 물소나 깜보자 꽃송이, 자바의 검은 돌계단 같은 이방인들의 단어도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된다. 과거와 미래로 확장되는 노래는 낯설지만 편안하다. ■ 잃어버린 재의 서사 열대에 부는 찬 바람은 따뜻한 느낌일까 차가운 느낌일까. 언젠가 이국에서 맞았던 훈풍은 그때 그 감각을 잊을 수 없는 유일한 바람이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던 그 바람은 바람 그 자체였다. 그저 움직임만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순수한 바람이기도 했다. 시집을 펼치면 독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시 「디엥고원」은 “열대에 찬 바람이 분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은 순식간에 우리를 한 계절이 되풀이되는 열대의 섬나라로 이동시킨다. 뜨거워졌다 차가워지기를 반복하는 내면을 품은 사람들은 바깥을 에워싼 지독한 ‘한결같음’을 어떻게 견딜까. 그때 시인의 눈에 들어오는 건 “가장 단순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땅의 뜨거움과/ 하늘의 차가움을 견디”기 위해 화산재를 밟으며 사라진 사원을 오르는 여자들. 더 바라지 않는 경지만이 다다를 수 있는 초월의 상태 속에서 인내와 정화의 상징이자 지금은 잃어버린 재의 서사가 무심코 일어선다. 그들의 이야기는 순수한 바람 같고 또 지독하게 한결같다. ■ 그리움의 동사 시집에는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는 왕복운동에 관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밤이 오고 밤이 갔다”거나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갔다”는 식, 또는 “파도가 가고 파도가 온다”와 같은 왕복운동에는 떠나는 행위와 돌아오는 행위의 반복이 각인되어 있다. 그리움은 이토록 오고 가는 동사의 모습을 취한다. 시는 병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그리움을 달래는 치유의 기록이기도 하다. 속절없이 여름이 반복되는 계절과 무관하게 내면은 덜컹거리며 오고갈 때 “습기의 무기”가 무거워지면 마음엔 스콜처럼 시가 쏟아졌다. 시집의 후반부는 시로 안부를 전하고 시로 안부를 물었던 시간들에 대한 회상으로 가득하다. 이상한 식물과 수상한 동물들의 나라에서 출발한 시원적 그리움이 열대에 부는 찬바람에 섞여 우리에게 날아든다. 어떻게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마다 습작한 시의 형체로, 그칠 수 없는 존재의 형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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