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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계절
함께 살아있고 싶어서 쓰는 삼십 대 여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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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무해의 입춘 ─ 시작
진리의 우수 ─ 석가의 얼굴
예슬의 경칩 ─ 깻잎은 질기고 무에선 달큼한 맛이 난다
무해의 춘분 ─ 반토막의 삶
진리의 청명 ─ 저마다의 에너지로
예슬의 곡우 ─ 만년필의 사각거림
믿음을 배반하는 계절의 풍경에 부쳐 - 밤바

여름

무해의 입하 ─ 돌봄 받아 마땅한 우리에게
진리의 소만 ─ 우리들의 비수기가 지나간다
진리의 망종 ─ 귀엽고 맛나고 소중한
무해의 하지 ─ 길어진 낮만큼만
예슬의 소서 ─ 네가 만든 콩국수가 말해주는 것
밤바의 대서 ─ 바쁨, 마음이 죽어버리는 것
여름의 선술집 - 진리

가을

무해의 입추 ─ 엄마의 시간
예슬의 처서 ─ 열정이 떠난 자리
진리의 백로 ─ 계절의 질감
무해의 추분 ─ 이불 바꾸는 마음
진리의 한로 ─ 그 검은 봉지 속에 들어있던 것
밤바의 상강 ─ 밤사의 마더 테레사
돌아오지 않는 공 - 무해

겨울

예슬의 입동 ─ 마주하기
진리의 소설 ─ 그 애와 먹는 아이스크림에선 뜨거운 맛이 난다
예슬의 대설 ─ 불안을 안고 잠자리에 누우면
무해의 동지 ─ 어떤 열등감
진리의 소한 ─ 천천히 일어서기
밤바의 대한 ─ 절기의 순환, 마음의 순환
새해 인사 - 예슬

저자 소개 4

“내일 해일이 밀려와도 나는 오늘 하나의 조개를 줍겠다.”를 좌우명으로 작은 존재들에 관한 글을 쓰며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대학에서 경제학을, 대학원에서 실천여성학을 공부했다. 청년기 대부분을 청년 네트워크를 꾸리거나 청년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그 뒤 고립의 시간을 보내며 전작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을 썼다. 쓰기와 현장 활동을 병행하려고 비영리 단체 ‘고민정거장’(worrystation.com)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청년의 사회적 고립을 주제로 연구하고,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글을 쓰고 단체 활동을 하는 나와 그 밖의 일상에서 무기력해지는 나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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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만 글을 쓰며 드러내기를 두려워했다. 지금은 글, 그림, 자수, 소리, 몸의 움직임 등으로 표현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바쁘고 가난한 스타트업 대표.
과업중심, 조직몰입형 직장인으로 10여 년간 살다가 현재는 소속 없이 가르치고 쓰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어차피 진로는 망했으니 직업적 성취는 뒤로하고, 피아노를 치는 데 전체 시간과 에너지의 30%를, 야구 관람과 공연 감상을 하는 데 20%를 쓴다는 기조로 일정과 자산 관리를 한다. 반려 생물 없이 온전히 혼자 산 세월이 인생의 절반에 달하니 이제는 혼자 살지 않는 삶을 상상하기도 어려워졌다. 이 와중에 가치관은 뚜렷해서 자유로운 개인의 느슨한 연대를 추구한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56g | 116*180*14mm
ISBN13
9791191778052

책 속으로

지금은 우리 네 사람 모두 30대가 되었다. 퇴사한 날도, 그다음 진로도 각자의 특기와 성격에 따라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남의 주기도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오는 주기도 점차 멀어졌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를 여전히 친밀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서로 삶의 맥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기 다르기에 서로를 궁금해하고, 또 다르지 않기에 서로를 공감한다.
--- p.9, 「머리글」중에서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살아가고 살아내는 우리 네 사람의 다양한 모양새를 그린 이 글들이 당신에게 안위가 되길 바란다. 때로는 굳건히 혼자서, 때로는 잔뜩 기댈 수 있는 것들의 실재에 흔연해하면서. 어떤 때에는 진창인 자신의 꼴에 절망하지만, 그런 꼴 안에서도 기어이 가능의 등불을 발견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 보편의 모습을 건너다보면서 말이다.
--- p.12, 「머리글」중에서

나에게 행복은 자려고 누웠을 때, 눈 떠서 들을 음악과 읽을 글이 기대돼 내일도 꼭 살아있고 싶은 마음이다. 글은 기쁘고 슬프고 고독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장 멋진 도구다. 나는 이것을 30년 전 엄마와 교환 일기처럼 주고받던 일기 쓰기 습관에서 처음 배웠고, 이후 글로 만난 관계에서 위로받고 위로하며 지속적으로 실감했다. 생명이 계속되는 복을 얻어 내일 아침에도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난다면 나는 읽을거리부터 찾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올해의 절기 프로젝트를 마감할 때까지는 반드시 다 같이 살아있고 싶다.
--- p.23, 「무해의 입춘 〈시작〉」중에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가슴을 치는 날이 잦았다. 어떤 생존본능이 작동한 걸까. 그만두고 도망치는 대신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들을 불러 함께 글을 쓰자고 했다. 친구들은 선뜻 그러자고 말해주었다.
--- p.32, 「진리의 우수 〈석가의 얼굴〉」중에서

하나로 연결된 이 길에서 코스의 시작과 끝에 의미를 부여한 채, 이 긴 거리를 정말 걸을 수 있느냐고 자신에게 재차 물었다. 끝내지 못할 거라면 시작조차 않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언제든 포기해도 괜찮다'라고 생각하자 두려운 마음이 잦아들었다.
--- p.38, 「예슬의 경칩 〈깻잎은 질기고 무에선 달큼한 맛이 난다〉」중에서

나의 안위가 흔들린 건 언제부터였을까. 열두 살 무렵이 떠오른다. 골대가 아닌 나에게로 향했던 공들. 비웃던 친구들과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나. 술 취한 아빠의 발길질. 그저 앉아있는 엄마와 오줌을 지린 나. 깊이 남겨진 외로움과 수치심. 그 감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연민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이게 나의 섭리일까. 글을 마무리 짓던 2022년 4월 26일 서울은 이상기후로 기온이 섭씨 27도까지 올랐다. 다음날 평등 텐트촌에서는 때이른 모기를 만나 고생했다. 섭리를 거스르는 기온과 모기 앞에서 나는 나의 섭리를 다시 생각한다. 믿음을 배반하는 것들 앞에 선 자의 운명으로.
--- p.69, 「믿음을 배반하는 계절의 풍경에 부쳐 - 밤바」중에서

돌아온 계절, 여름의 문턱에서 어쩌면 다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극심한 통증을 두려워하지만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회사를 떠나면서 그 시절을 지켜준 동료들과도 헤어졌지만, 그중 누군가는 친구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억 속 소중한 존재가 되어 여전히 서로를 돌보고 있다. 아픈 나는 여전히 사랑받을 것이고 더욱 돌봄 받을 것이다. 그것이, 어디 한 군데 아픈 곳 없는 불가능한 경지보다는 덜 아픈 삶을 갈구해야 하는 우리 모두가 받아 마땅한 것들이다.
--- p.78, 「무해의 입하 〈돌봄 받아 마땅한 우리에게〉」중에서

내 일상의 어떤 부분은 대가족의 시대보다 왜소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또 이만큼 왜소해진 생활이라야 맛보는 기쁨 같은 것도 있다. 작아져서 귀엽고, 드물어서 더 맛나고 소중한 것들. 퇴근해서 혼자 충전하는 시간의 해방감, 서울에서 강원도만큼 멀리 있는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 사랑 뭐 그런 것들.
--- p.94, 「진리의 망종 〈귀엽고 맛나고 소중한〉」중에서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그건 오래되고 어려운 문제다. 애인과 함께 산 지 오래된 한 친구는 ‘같이 산다는 건 오히려 멀어지는 방법 같다'라고 말했다. 함께 살기 위한 단계를 밟으면서, 친구의 말이 진실로 와닿았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몰아칠 때 애인을 끌어안고서야 진정되는 마음, 잠시간 잊히는 고통, 혹은 이 고통 속에서도 이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존재한다.
--- p.106, 「예슬의 소서 〈네가 만든 콩국수가 말해주는 것〉」중에서

“너는 네 얘기를 왜 이렇게 안 해?" “일기장에 다 써서 그런가 봐.”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일기장뿐이라고 생각했을까. 내 세계에서 밤의 시간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그래서 진짜를 이야기할 수 없었을까. 누군가가 진심으로 물어봐 주었다면 꺼내볼 수 있었을까. 찬란한 낮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너의 밤이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고, 어둡고 어두운 밤마다 네 옆에 있어 주겠다고. 이렇게 내 이야기를 물어봐 주는 사람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내가 지금 누군가의 이야기를 물어봐 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처럼.
--- p.164, 「밤바의 상강 〈밤사의 마더 테레사〉」중에서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여러 성취의 합이 아닌 두려움을 줄여가는 과정이 아닐까.
--- p.188, 「예슬의 대설 〈불안을 안고 잠자리에 누우면〉」중에서

첫 만남에는 언제나 ‘내일 해일이 밀려와도 나는 오늘 하나의 작은 조개를 줍겠다'며 모 정치인이 했던 말을 뒤틀어서 나를 소개한다. 사회나 정치, 경제, 이념과 같이 거창해 보이는 것들이 우리의 삶을 한껏 휩쓸어 놓을 때도 작은 변화들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속에 지닌 작은 가치들을 잊지 말자고 말하면서.
--- p.199, 「진리의 소한 〈천천히 일어서기〉」중에서

오롯이 혼자 살기란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일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상대의 결정을 지지하고, 삶의 면면을 공유하고 공감한다. 그래야 혼자가 될 수 있다.

--- p.213, 「새해 인사 - 예슬」중에서

출판사 리뷰

『도시의 계절』이 브런치에 연재되고 있을 때, 그러니까 이 책의 편집자나 발행인이 아닌 독자로서 이 글들을 접했을 때. 그때는 떠오르지 않았던 의문이 있었다. 그러니까, 왜 계절을 두고 글을 써? 책의 출간을 논의하기 위해 저자들과 모여 앉은 자리에서 물었다. 다들 ‘글쎄…’ 하는 분위기. 단 하나의 명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들 20대일 때 누군가의 삶을 지원하는 조직에서 일하다 만난 이들 네 명의 면면을 보면, 절기든 계절이든, 이들이 시간을 두고 반복되는 흐름을 마감으로 글을 쓰게 된 건 퍽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함께 또 따로 살아가는 일을 고민하고, 자신의 진창을 미워하지 않으려 애쓰며, 친구의 삶을 어딘가에 고여 있도록 두고 보지만은 않는 이들. 거대한 정치적 구호만을 따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평등한 관계의 실천을 고민하는 이들. 살아 있기 위해 쓴다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 이들. 이들이 함께 글을 쓴다면 흘러가는 만물의 시간과 그 안에 서 있는 나와 우리의 삶을 사유하리라 생각했다.

입춘으로 시작하여 대한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에는 끝과 시작이 있지만, 이들의 삶은 책 이전과 이후로 이어진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 중 1년의 토막이다. 앞으로 뒤로 이어지는 시간들에는 최악이라 느끼는 날들도, 꽤나 괜찮은 날들도 다 있을 터. 절기에 1년 농사가 잘되라는 기원이 깃들어 있듯 ‘쓰기’는 그 모든 날들을 서로 기대어 살아 있기 위한 이들의 의식이다. 그리고 그 의식이 꽤나 괜찮은 일상의 주문이 아니겠냐고, 거기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이들은 읽는 이들에게 제안한다.

이 책을 편집하며 낯선 곳을 여행했다. 낯선 곳에서, 일, 관계, 일상, 사회, 자신이 서 있는 시간과 자리에 관해 써내려간 글들을 읽었다. 흐르는 시간 속을 살아내기 위해 이곳과 저곳에서, 우리는 쓰고 있었고, 읽고 있었다. 이 책과 함께 나 또한 이들과의 관계와 책을 만드는 이들, 독자들과의 관계 속에 연루된다. 이번 계절은 지나가고 같은 이름의 계절이 또 돌아오지만, 지난 계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지 않듯, 이 책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의 나는 결코 같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절기의 뜻을 짚어보며 누군가와 함께 먹을 음식을 떠올리고, 다가올 계절을 채비하는 마음을 먹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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