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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울, 바깥, 여자들
1장 고립 사회 내가 고립 상태인가? 고립의 기준 고립은 좋은 일 문턱 세대 내 격차 외국에서 살고 싶나요? 외국 취업 유턴파, 돌아온 사람들 머무름 2장 고립 격차 가족-부재 가족-폭력 유사 가족, 남자 친구 그리운 친구들 일자리, 간호사 일자리, 산재 일자리, 배제와 소속 아픈 몸 경쟁 잊히지 않는 굴이 아니라 터널 경계 3장 고립 세대 비상계엄 양극화 미래 제비와 왕잠자리 밖으로 나가기 에이아이라는 친구 고립의 보편화 돌봄 관계 확장 에필로그 이렇게 누워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참고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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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구역으로 명확히 나뉜 비수도권만의 특별한 고립 양식을 찾으려고 시도할 생각은 없다. 비수도권 청년 여성 11명이 겪은 고립 경험을 구체적으로 조명하면서 중요한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려 한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중심주의, 성차별과 가족주의, 능력주의 등 한국 사회를 괴롭히는 고질적 의제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청년 여성들이 마주한 구조적 현실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되는 이야기가 중심에 자리한다. 이를테면 가족주의가 비수도권 청년 여성에게 압력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나 능력주의가 비수도권 청년 여성을 구분 짓고 삶의 궤적을 규정하는 양상 같은 이야기 말이다.
--- p.11 “예전에는 대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런(외국 생활 경험) 로망이 되게 컸는데, 지역을 옮기는 그걸 해 보면서 대한민국 안에서도 내가 이렇게 지역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기가 힘든데, 문화도 다르고 다 아예 언어도 다른 외국에 산다면 ‘진짜 힘들겠다. 절대 안 돼’ (생각했죠.) 약간 그 외로움의 어떤 위험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 파괴력을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 p.59 가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는 제도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했다. 비판 대상은 제도 자체이지 제도하고 뒤엉켜 있는 문화적 배경이 아니었다. 비수도권 청년 여성들을 만나면서 가족이 개인의 삶에서 제도를 넘어서는 의미와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온전한’ 형태의 가족이 있는 이들은 가족 구성원이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영향받아 삶을 꾸렸다. 반면 온전한 형태의 원가족이 없는 개인은 자기가 평생을 외롭게 살고 있다고 인식했다. --- p.103 수도권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자원이 비수도권에는 없다. 수도권에 있는 자원은 대부분 값이 매겨지고 소비를 전제로 한다지만, 그렇다고 이런 선택지가 없는 비수도권에 다른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청년 여성들은 이런 자기 삶의 반경에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끼는데, 이때 너무 쉽게 결혼이라는 대안이 등장한다. --- p.115 내가 만난 비수도권 고립 청년 여성들은 마음건강 지원사업이나 청년 정책에는 어느 정도 익숙했다. 정보 접근성도 높고 신청도 어렵지 않다. 정보에 취약하거나 신청 방법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산재는 달랐다. 신청서를 낸다고 끝이 아니었다. 조직 내부의 공기를 거슬러야 하고, 마주 앉아 다친 사실을 증명하고 기록해야 한다. 청년이자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가 모자란 현실과 까딱하면 업계에 안 좋은 소문이 날 수 있는 환경에서, 존재하는 제도는 실재할 수 없었다. --- p.131 청년 여성은 왜 서울로 몰려드는가. 청년 여성은 노동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방식으로 자기를 증명하려 한다. 지역에는 기회가 없으니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일자리를 구한다. 어차피 이 모든 자원이 서울에 있다. 그럴수록 서울은 더 과밀하고 더 경쟁적인 도시가 되고, 비수도권은 물적 자원에 이어 인적 자원마저 잃으면서 여성 연대가 더 어려워진다. --- p.181 고립된 사람을 향해 ‘산책해라’, ‘도서관 가라’, ‘연애해라’, ‘··은 이렇게 극복했다더라’ 등 개인적 해결책을 끝도 없이 쏟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고립 당사자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어떤 한 계기가 운명처럼 물꼬를 트고 움직이는 데 드는 무게를 덜어 주면 좋으련만 역설적으로 고립 상태라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 p.221 비수도권 고립 청년 여성을 만난 1년 동안 내 정체성은 여전히 누워 있는 사람에 머물렀다. 무기력과 과수면 없는 삶을 산 지 너무 오래돼 활력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서 또 다른 자아가 속삭였다. 일어나 글을 쓰라고. 결국 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돼서야 인정하게 됐다. 이렇게 무기력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일어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 p.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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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밖에 안 나갔어?” - 서울 바깥에서 살아가는 고립 청년 여성들의 일과 집과 삶
‘서울 바깥’에 살면서 ‘집 밖’에 안 나가는 비수도권 고립 청년 여성에게 고립이란 ‘타인하고 소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 파괴적인 생각과 생활을 하는 상태’다. 그렇지만 ‘서울 바깥’은 너무 넓고, 내부인끼리 느끼는 공통 감각은 지역마다 다르다. 비수도권 청년 여성과 서울로 상징되는 수도권 청년 여성이 겪는 고립 경험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을 특징짓는 고립 양식을 찾는 데 몰두하는 대신, 안예슬은 비수도권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청년 여성 11명이 겪은 고립 경험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청년 예산이나 취업 성공 수당 같은 숫자와 통계에 가려진 구조적 현실과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서울 바깥’을 뭉뚱그리는 납작한 묘사가 다양한 얼굴과 다양한 이야기를 지우기 때문이다. 서울처럼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여자는 공무원 아니면 간호사나 하라는 권유에 순응하면서도 저항하는 모습, 서울이나 외국에서 살다가 고향이나 다른 비수도권 지역으로 돌아가는 ‘유턴파’, ‘너는 큰 딸이니 살림 밑천’이라는 말을 귀에 못 박힐 정도로 들으며 2년 동안 모은 돈을 가족에게 모두 주고 고립된 사례처럼 가족주의가 압력으로 작동해 개인을 고립시키는 독특한 방식, 직업을 선택할 기회와 직업 선택지가 제한된 비수도권에서 능력을 기준으로 개인을 구분 짓고 가족과 친척 등 타인이 삶의 궤적을 규정하는 과정은 비수도권 고립 청년 여성이 모두 경험하는 삶이다. 여기에 ‘누구네 집 딸’로 통하는 촘촘한 인적 관계망이라는 조건과 빈약한 문화 자원, 결혼을 거쳐 ‘온전한 가족’을 구성하라며 압박하는 성차별 문화가 결합하면서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고립의 굴레가 강화된다. 천문학적 성과급과 화려한 불꽃놀이로 상징되는 서울에서 고립된 무채색 ‘서울 바깥’에서 ‘여자들’은 오늘도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다. ‘립’자로 끝나는 말 - 고립과 독립과 자립 사이에 서 있는 고립 청년 여성들 고립은 연애, 운동, 종교, 취업 등으로 극복되기도 하지만, 고립과 극복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고립을 심화하거나 연장할 수도 있다. 고립 청년 여성에게 필요한 내일은 ‘노오력’, 자기 계발, ‘갓생’이 아니라 풍성한 세상을 감각하는 삶이라고 안예슬은 짚는다. 고립과 독립과 자립 사이에서 고민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지지하고, 타인에 연결되고, 삶을 전환할 기회를 누리는 일상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 서울에서 공부하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지, 가족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주변 사람들은 어떤 직업인지, 그리하여 서울 바깥 여자란 누구인지 잘 살펴 ‘삶의 현실’을 파악하고, 자본주의와 능력주의와 성차별과 가족주의를 벗어나 다른 삶을 누리고 싶을 때 추구해야 할 ‘삶의 지향’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