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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의 사랑
어느 가족 돌봄 공동체의 욕망과 붕괴의 연대기
김나은
이매진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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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한 사람의 생애가 가진 힘
여자는 글 배우믄 여수가 된다 ─ 첫째 날, 7월 3일 토요일
참으로 아름다우시네요 ─ 둘째 날, 7월 17일 토요일 오후 세 시
미워서, 미워서 안 만나 ─ 셋째 날, 7월 31일 토요일
어무니, 나 효부상 받았슈 ─ 넷째 날, 8월 14일 토요일
난 안 갈라기여. 당신 혼자 가 ─ 다섯째 날, 8월 21일 토요일
짧은 인연으루 이런 괴로움을 ─ 여섯째 날, 8월 22일 일요일 오전
하늘 천 따 지 ─ 여섯째 날, 8월 22일 일요일 오후
에필로그|탄생에서 죽음까지, 세 여자의 사랑

저자 소개 1

1998년 충청남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열 살 먹은 고양이하고 함께 살고 있다. 에세이와 소설을 쓴다. 《아트인사이트》, 《대학알리》에 기사와 에세이를 기고했다. 《일곱 개의 원호 2호: 삶》, 《ODD》에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좋은 돌봄은 대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지역아동센터 교사와 장애인 활동 지원사로 일하고 있다(brunch.co.kr/@tpqmfzmffh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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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52g | 128*188*10mm
ISBN13
9791155311370

책 속으로

“내가 ‘늬 잘났다는 마음 갖지 말구, 좋은 남자가 무신 따로 있는 중 아니. 다 내 마음으루 받들구, 참구, 가르쳐가마 사는 것이다. 남자 소견은 못 써. 냄자는 무신 냄자든지 어린애 키우듯, 아들 키우는 정성으루 한 20년 살믄, 그제야 내 뜻두 알구 좀 생활해지는 것이다. 턱 쳐들구 늬만 잘났다구 살믄 못 쓴다’ 그러니께, 걔가 또 ‘세상에서 제가 제일 귀한데 뭐하러 남의 집 아들을 데려다 키워요’ 그려.”
--- p.72

임순이 상패를 들고 집에 오니 온 집안이 똥 천지였다. 똥을 한가득 싼 정년이 임순을 찾아 돌아다닌 모양이었다. 임순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꼭 감았다.
“어무니, 나 효부상 받았슈.”
“허이구! 우리 애미 효부상 받었네! 아이구 아이구, 우리 애미가 효부상 받었네!”
정년은 숨이 넘어갈 듯 소리를 내지르며 임순의 두 손목을 꼭 붙잡았다. 상을 건네주니 먹으려 했다.
--- p.153

종현과 도희가 사는 시대는 임순의 30대하고 달랐다. 자식을 키우는 데 많은 돈과 노력이 들었고, 집은 투자 자산이라 늦기 전에 서둘러 더 나은 곳으로 옮겨 가야 했다. 효부상의 도덕은 구식이었고, 임금 노동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굴레였다. 임순은 일해도 일해도 돈이 없어지고 마는 시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식이 애써 열심히 산다는 사실은 알았기 때문에 최대한 도와주려 했다. 왜 종현과 도희는 늘 돈이 쪼들렸을까? 한 가지 이유만 떠오른다. 힘에 부친다는 사실을 느꼈는데도 언제나 수도권에서 자식들을 키우려고 분투한 탓이다.
--- p.172

2010년에 언니와 나는 학군 좋은 분당에서 비좁은 월세방을 얻어 살고 있었다. 도희는 세상이 무너져도 아이들이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수도권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자식을 경유하는 도희 자신의 자아실현,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자식들에게는 만들어주고 싶은 소망, 높은 학벌을 통해 계급 상승을 꿈꾸는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현실은 냉혹했다. 나와 언니는 단둘이 불행과 가난의 냄새를 맡으며 베란다로 쓰레기봉투를 집어던지면서 지루한 지옥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 p.182

도희는 나와 언니에게 무지와 거리감이라는 결실을 줬다. 절대 희생하지 말고, 연연하지 말고, 더 멀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나 멀리? 우리들의 삶이 이렇게 굴러온 이유를 사랑으로 설명하면 충분할까? 도희가 내린 결론인 사랑은 동등한 상대를 향한 존중과 애정이 아니라 강한 애착과 욕망이었다. 자기가 살지 못한 삶을 자식을 통해 대리 실현하려는 집착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여전히 아들을 향한 열등감이 끓어오르고, 장남이라는 종현의 지위를 이용해 임순에게 경제적이고 감정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자기 ‘진심’을 알아주기는커녕 지독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딸 둘을 향한 애증으로 괴롭다.
--- p.260

사랑과 가족이라는 단어가 전쟁터처럼 느껴진다. 결혼과 가족 제도의 허위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다. 내 선택도 사회 속에서 위태로운 자원을 지키려는 전략일 뿐 진심이라고 할 수 없다. 앞선 여성들의 전략이 실패한 대로 이 선택도 나를 기묘하게 뒤틀어놓을까? 단절과 고립, 무지라는 한계로? 임순은 의무만을 알 뿐 사랑이 뭔지 모르고 도희는 희생뿐인 사랑을 굳게 확신다면, 내게는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공포다. 이 단어에 타인을 향한 연민과 애정이라는 가치도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사랑을 향한 불안과 두려움은 내 선택을 제약하고 나를 계속 어디로 밀어내고 있을 테다. 나만 그렇지는 않을 테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으로 만들어지고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다.

--- p.271

출판사 리뷰

스물여섯부터 일흔아홉, 53년 24시간, 열여덟 명을 돌본 여자 ─ ‘프로 돌봄러’ 임순의 사랑

중매 서는 사람이 한 실수 덕분에 사랑도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한 임순은 평생 무급 돌봄 노동을 한 80대 할머니다. 치매까지 닮은 시어머니와 남편 달웅,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도망간 조카들, 맞벌이하느라 맡긴 손녀들까지 모두 열여덟 명이 53년 동안 24시간 멈추지 않은 ‘프로 돌봄러’의 돌봄 노동에 기대어 살아갔다. 글도 모르고 기술도 없는 임순은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며 평생 돌봄의 굴레에 갇힌 고통을 풀었다. ‘여자가 글 배우면 여우가 된다’며 배울 기회를 뺏긴 탓이었다. 이혼 뒤에도 서로 증오하는 며느리, 가까이 혼자 살면서도 어머니를 찾지 않는 아들, 도무지 결혼 생각 없는 손녀들은 임순을 돌보지 않는다. 효부상 트로피만 덩그러니 임순이 사는 시골 아파트를 채울 뿐이다.

진짜 사랑 찾아 가족을 떠난 여자 ─ 시급 며느리 도희의 사랑

못 배워 한 맺힌 임순에게 대학 공부까지 한 며느리 도희는 손에 물도 묻히게 하고 싶지 않은 아까운 존재였다. 아들을 낳지 못해 주눅 들던 도희는 임순 같은 삶을 거부했다. 비정규직 노동을 하면서도 수도권 ‘학군지’에 딸을 보낸다. 자식이란 좋은 대학에 진학해 계층 상승을 대리할 수단이라고 도희는 생각했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컸다. 돌봄 노동에 몸도 마음도 지친 임순에게 또 돌봄을 떠맡겼고, 논 팔고 집 판 돈을 빼앗았다. 부모란 모름지기 자식 위해 희생하면서 사랑을 증명해야 한다고 도희는 생각했다. 딸들은 그런 엄마를 증오했다. 지친 도희는 진짜 사랑을 찾는다면서 가족을 버리고 떠난다.

내가 세상에 존재해도 될까 묻는 여자 ─ 손녀 나은의 사랑

임순의 손녀이자 도희의 딸인 나은은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돌봄의 연대기를 기록하기로 했다. 돌봄과 희생이 삶의 전부인 듯 납작하게 보이던 할머니의 내면은 다채로운 욕망과 사랑이 가득했다. 남자는 데려다 정성으로 돌봐야 한다거나 아버지 빚을 대신 갚으라는 등 가부장적 훈계를 늘어놓던 할머니도 막바지에는 ‘너도 네 인생이 있구나’라며 다른 삶을 인정하고 이해한다. ‘내가 세상에 존재해도 될까’ 하는 의문을 해결하려는 이기적 욕망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새로운 사랑의 출발점이 된다. 그 사랑이 나아갈 곳은 아무도 모른다. 여자 사람 나은의 삶과 사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쟁 같은 삶 속 진짜 사랑 찾기 ─ 세 여자가 이야기하는 삶과 사랑

임순은 가부장제로 아래 돌봄으로 이어진 삶을 살지만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다. 자식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려던 도희는 도전에 실패하고, 부채와 가난에 시달린다. 무너진 욕망과 붕괴한 가족이라는 실패한 사랑은 나은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대물림된다. 나은은 돌봄과 가부장제가 지탱하던 전쟁 같은 삶이 무너진 잔해를 헤집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짜 사랑은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다. 세 여자가 이야기하는 삶과 사랑은 우리들이 겪는 현실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은 사랑하면서 살고, 진짜 사랑이든 가짜 사랑이든, 사랑 없는 삶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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