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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
쿠데타 사이에 선 어느 미얀마 사람의 기록
슈붕
이매진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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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글

1부 나, 미얀마, 사람

나, 배우는 사람, 학생
아웅산 수찌와 버락 오바마
양곤 사람
“버마족이에요?”
2021년 2월 1일, 쿠데타
“빨리 들어와!”
어쩌다 한국
이산가족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사람, 미얀마 최다 수출품
미얀마, 친구들
“우리 때도 저랬어”
감옥에서 온 편지

2부 잊지 않는 한 잊히지 않는다

“혹시 이 수업 들으세요?”
‘살 만한 나라’에서 ‘머물고 싶은 땅’으로
한국과 미얀마
잊지 않는 한 잊히지 않는다
변형되는 저항
흩어지는 분노
인터넷 시위와 냄비 소리
저항이 체질, 일상이 저항

저자 소개 1

1999년 미얀마 양곤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2021년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때 양곤에 살고 있었으며, 그 뒤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 양곤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 과정을 마쳤고, 한국에서도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가 두 번째 학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정치학 석사 과정에 진학해 연구를 이어 가는 중이다. 미얀마와 한국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계기로 민주화 과정과 정치적 전환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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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1쪽 | 220g | 128*188*13mm
ISBN13
9791155311615

책 속으로

11쪽내 삶을 구성하는 이야기들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친구들이 한 선택, 가족이 내린 결정, 함께 버틴 사람들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겹쳐 있다. 그만큼 조심해야 했고, 그만큼 더 많이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은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는 기록이기도 하다.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보여 준다는 생각도 한다. 언제인가 시간이 흘러 괜찮은 날이 온다면, 그때는 숨김없이, 덜어 내지 않고, 하나씩 다시 제대로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아직 그럴 수 없지만, 이 글은 그날을 향해 남겨 두는 중간 기록이다.
--- p.11

굳이 포장하니 ‘투자’이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부모님도 부패한 시스템을 유지한 공범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나도 부모님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그런 교육을 받은 덕분에 미얀마인인데도 지금 이렇게 한국어로 글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부모님이 그 부패한 시스템에 공모하지 않았거나, 또는 공모할 수 없었다면,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 p.23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그날 함께 시위에 나간 친구들 몇몇은 아직 감옥에 있다. 나는 한국에서 공부를 이어 가고 있지만, 그 친구들 시간은 그날에서 멈춰 있다. 어떤 성취를 거둘 때마다 나는 그날 숨진 동갑내기 학생을 떠올린다. 나는 이렇게 살아 있는데 친구들은 아직 그곳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죄책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날은 내 인생에서 많은 것을 앗아 갔다. 행복한 순간마다 그날 기억이 가끔 떠오른다.
--- p.62

한국에 와서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급’이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서구 국가 출신, 특히 유럽이나 미국 여권을 지닌 사람은 상대적으로 비자나 출입국 절차에서 훨씬 수월한 대우를 받는다. 반면 미얀마인이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아프리카 국가 출신에게는 훨씬 더 많은 서류와 검증을 요구한다. 노골적 차별이라기보다는, 이미 굳어진 국제 질서 구조처럼 느껴진다.
--- p.85
129쪽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을 간 적 있다. 그 장소에 서 있는 동안 그 시대 한국인들이 겪은 고통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으로 다가온 기억이 난다. 미얀마에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얀마에서 무자비한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록해야 한다. 잊지 않기 위해, 아무 일도 안 일어난 양 넘어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계속 기록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p.129

저항은 과거 질서를 되돌리는 움직임이 아니라 전혀 다른 국가 형태를 모색하는 단계로 이동했다. 망명 정부는 실질적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 시위에서 벗어나 각지로 흩어진 무장 저항 세력에 연결됐고, 지역 통제력을 회복하려 시도했다.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국가의 핵심 요소를 온전히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쿠데타로 국가를 빼앗긴 시민들은 그런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상당한 지지를 보냈다.
--- p.172

어쩌다 보니 우리는 저항이 ‘체질’이 된 양 살아가고 있다. 멈추면 안 될 것 같고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우리를 밀어붙였다. 그렇지만 이런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항이 체질이라는 말은 그만큼 정상적인 삶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통제와 폭력, 공포가 일상이 된 탓에 선택지가 사라졌고, 그래서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결코 기쁜 이야기일 수 없다.

--- p.189

출판사 리뷰

‘나’라는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 - 양곤 사람, 미얀마 사람, 이산가족, 한국 사는 사람

135개 소수 민족이 사는 미얀마에서 사람들은 슈붕에게 묻는다. “버마족이에요?” 한국에서 슈붕을 만나는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아무도 당신은 누구냐고 묻지 않는다. 버마족, 중국인, 인도인, 샨족, 이슬람교, 불교가 뒤섞인 가계만큼이나 정체성이 불분명한 ‘나’는 국경 바깥으로 나온 뒤 여권에 적힌 ‘나라’로 호명된다. ‘양곤 사람’ 슈붕은 한국에서 ‘미얀마 사람’이 된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태국, 미국, 한국에 흩어져 살아가는 ‘이산가족’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 사는 사람’일 뿐이다.

슈붕이 돌아보는 ‘나’는 미얀마와 한국 두 나라에서 대학을 두 번 졸업하고 두 번 겪은 쿠데타를 계기로 ‘민주화 과정과 정치적 전환’이라는 주제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대도시 양곤에 살면서 불평등한 포용성을 딱히 느낀 적 없는 평범한 미얀마 사람이지만, 독재자의 손주들 같은 특권층이 다니는 학교를 졸업해 외교관을 꿈꾼 자기도 부패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일조한 ‘공범’이라 여긴다. 국경이 닫히기 전 미얀마를 탈출해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로 글을 쓰다가도 ‘그날’의 기억들, 희생된 사람들, 감옥에 갇힌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날을 앞뒤로 시위에 참여하거나 마음으로 함께한 이들 중에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많다. 텍스트보다 영상에 익숙하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소통 수단을 넘어 정체성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삼는 세대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사람들을 모으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나’와 사람을 기록한다.

슈붕이 돌아보는 ‘나라’는 미얀마와 한국이다. 국가와 가족과 친구를 빼앗긴 미얀마 시민들은 미얀마 사람이라는 정체성 아래 모여 투표, 시민 불복종 운동, 무장 저항, 야간 냄비 시위, 유튜브 후원을 한다. 내가 아니더라도 미래 세대는 다양한 사람을 평등하게 포용하는 연방 체제 민주주의에서 살아가기를 열망한다. 반면 한국은 방을 얻으려면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고 비자를 연장하려면 잔액을 증명해야 하는, ‘돈이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다. 그래도 ‘안전한 장소’ 구실을 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 ‘살 만한 나라’에서 ‘머물고 싶은 땅’이 된다. 슈붕은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에 들러 민주화 과정에서 한국인이 겪은 고통을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몸으로 느낀다. 지독한 폭력이 계속되는 미얀마에도 ‘그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사람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는 삶 - 일상이 된 저항 속 다시 생각하는 민주주의

무장 저항부터 유튜브 후원까지 다양한 저항 방식은 ‘행복한 순간마다 그날 기억을 가끔 떠올리는’ 슈붕과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며 ‘우리 때도 저랬어’라고 안타까워하는 엄마에게 폭력과 저항의 악순환이 세대를 건너 반복되는 비극적 일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말할 수 없을 때는 몸짓으로, 기록할 수 없을 때는 기억으로, 드러낼 수 없을 때는 회피와 거부로’ 맞서며 ‘저항이 체질인 양’ 살아가는 미얀마 사람들은 오늘도 기쁘지 않다. 통제와 폭력, 공포가 일상이 된 탓에 선택지가 사라지고 저항할 수밖에 없는 삶이기 때문이다. 다시 문제는 민주주의를 빼앗기고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지 못하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그런 나라에서 쫓겨나는 사람이다. 잊지 않으려는 ‘나’라는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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