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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와 당신의 책갈피
1부. 처음 맞는 청춘 처음 가본 정류장에서 책갈피 1 《전지적 독자 시점》 쇳가루 날리는 공장에서 책갈피 2 《쇳밥일지》 대단할 일 없는 꿈 찾기 책갈피 3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떨어져 나가거나 떠나거나 책갈피 4 《힐빌리의 노래》 2부. 처음 찾은 서울 ‘망겜 1섭’론과 촌놈 상경기 책갈피 5 《동네책방 운영의 모든 것》 서울의 인력과 부산의 척력 책갈피 6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 ‘여의도 두 시 청년’과 전치사형 인간 책갈피 7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가능성의 세계 ― 어떤 청원 책갈피 8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한계에 직면하다 ― 원룸 단상 책갈피 9 〈쉽게 씌어진 시〉 금의환향까지는 아니지만 3부. 처음 찾는 부산 ‘청년감각 탐구생활’ 여기가 제2의 도시라는데 책갈피 10 ‘당신의 책갈피 051페이지’ 내가 아는 부산 이야기 책갈피 11 ‘일의 모험가들’ 나도 모르는 부산 이야기 책갈피 12 ‘지역의 사생활 99’ 당신이 바라는 부산 이야기 피란 수도 부산 책갈피 13 책방에서 책 고르는 법 4부. 처음 하는 책방 돌아온 도시에서 길 찾기 책방 이름 찾기 로고 만들기 부산에서 책방 하기 공수표 수습하기 에필로그 《슬램덩크》 전편을 싸게 사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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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부산은 서울만큼 좋아지는 듯하다가, 변함이 없는 듯하면서, 시골 버스 정류장처럼 소멸을 걱정하는 곳이 돼갔다. 나는 그런 지역성만큼 애매한 경계선에서 살아온 한 사람 이야기를 한다. 서울은 아니지만 지방이라 하면 자존심 상하는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자리 잡고 일하는 이야기.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 책 읽는 사람이 좋아 서점을 열게 된 자영업자 사이에서 고민한 이야기. 수도권에 집중되는 세상 흐름에 저항하지는 않지만 지방에서 남은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이야기.
--- p.23 차비 빼면 남는 돈이 없을 텐데 작가를 섭외해도 괜찮을까 하는 민망함.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행할 때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감. 이 프로젝트가 잘 안 될 때 느낄 불안감. 그런 고민이 여기 서울에는 없었다. 부산 집 주변에서는 작은도서관이라는 곳을 본 적이 없는데, 성북구에는 작은도서관이 등록된 곳만 40곳이 넘고 그중 절반 남짓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작은도서관 운영자와 활동가를 위한 워크숍을 열면 마흔 명 넘는 사람이 신청했다. 강사들에게 연락하면 다들 흔쾌히 찾아왔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값진 사람들이, 값진 경험들이, 값진 기회들이 내 곁을 스쳐갔다. --- p.58 서울살이를 유지할 만한 일자리는 늘 있었다. 한 구에 도서관이 열 곳은 넘게 있으니 사서 자격증을 쓸 자리도 많았다. 연말에 계약직 공고가 뜨면 전부 지원했고, 부르는 곳마다 면접을 다녔다. 면접장에서 도서관은 공공성을 강화하고 소외된 이웃을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도서관은 이 도시가 아니라 내 고향에 더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이따금 던지면서. 서울은 많은 것을 줄 수 있었다. --- p.69 도움도 많이 받았다. 서점을 열 생각이라고 하자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비즈니스 모델 구축부터 투자 유치에 관한 이야기까지 노하우를 자세히 알려줬고, 디자인 감각이 있는 친구들은 금세 매끄러운 홍보물을 건네줬다. 나를 둘러싸고 일하는 사람들이 지닌 역량은 따로 말할 것도 없었다. 분명 혼자는 아니었는데, 외롭지 않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나 말고 다들 자기 자리가 있는데 서울에 내 자리는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부산에 돌아가면 그래도 내가 할 만한, 아직 해보지 못한 많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듯했다. --- p.77 정치에 민감하게 연결돼 자기 콘텐츠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을 어떤 이들은 ‘여의도 두 시 청년’이라 불렀다. 평일 오후 두 시에 국회의원실에서 하는 행사에 올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청년이라는 뜻이었다. 여의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런 사람을 마주쳤다. 자기만의 콘텐츠 없이 유명한 사람을 만나고, 그런 사람들하고 합석 한 번 한 경험으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이들. 나는 그런 이들을 명사에 빌붙어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전치사형 인간’이라 부르기로 했다. --- p.78 “뭐 할라고 부산을 돌아가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나로 존재하는 곳에서 친한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욕심이 큰 부귀영화였을까. 지방 소멸이니 메가시티니 하는 거시적인 이야기들과 내가 겪은 복잡하고 미시적인 감정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딱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고향이 좋네, 나는.” --- p.100 “부산은 다른 데 견주면 사정이 괜찮지 않아요?” 인터뷰하기 전이면 고개를 갸웃했겠지만,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은 ‘그나마 타지 사람을 받아본 적 있는’ 공간이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부산에는 이 사람들을 잡을 힘이 없다’였다.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 인프라를 원해서 온 이들이었고, 원하지 않은 이주여도 ‘도시’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끼는 사례가 많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사람들은 그런 거죠.” --- p.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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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처음 이야기
― ‘망한 게임 1번 서버’ 서울과 ‘청년 인구 유출 2위’ 부산 사이 1부 ‘처음 맞는 청춘’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나고 자란 한 사람이 ‘평범하고 위대한 삶’ 대신 ‘좋아하고 꿈꾸는 일’을 찾게 된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부터 책 읽기를 즐기고, 대학도 문헌정보학과를 들어가고, 10년 가까이 이어진 독서 모임을 꾸릴 만큼 박범각에게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꿈이다. 2부 ‘처음 찾은 서울’에서는 꿈의 크기를 현실에 맞추려 노력한 모습을 돌아본다. 일할 곳 찾기 힘든 부산을 떠나 ‘1번 서버’ 서울에 가 일하면서 부산으로 돌아가려 준비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북구에는 작은도서관이 40곳 넘었고, 변화를 가져오는 데 필요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치에 민감하게 연결돼 자기 콘텐츠 없이 돌아다니는 ‘여의도 두 시 청년’과 명사에 빌붙어 사는 ‘전치사형 인간’들 틈바구니에서도 서울은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다. 3부 ‘처음 찾는 부산’은 부산에 돌아온 뒤 만난 11명이 들려준 이야기에 또 다른 사람들이 해준 이야기를 담아 부산이라는 공간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도시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점도 많고 나쁜 점도 있는 부산은 영남 지역 청년들이 서울로 올라가는 징검다리 구실을 하는 ‘피란 수도’ 같은 곳이지만, 그래도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준다. 4부 ‘처음 하는 책방’에서는 임대 계약, 책방 이름 정하기, 사업자 등록, 포스 신청, 도매상 계약, 서점조합 가입, 책 주문까지 책방 ‘당신의 책갈피’를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다. 인력, 척력, 책력 ― 책 읽고 글 쓰고 공부하며 지역에서 살려는 사람들 서울은 끌어당기는 힘, 곧 ‘인력(引力)’의 도시이고 부산은 밀어내는 힘, 곧 ‘척력(斥力)’의 도시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박범각은 ‘책력(冊力)’에 기댈 작정이다. 지역으로 돌아간다고 당장 커다란 변화가 밀어닥칠 리는 없지만, 부산에도 책 읽는 사람은 많고, 글 쓰는 사람도 흔하고, 공부하는 사람도 여럿이니까 책방도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낭만을 찾는 사람 중 가장 속물이고 현실을 찾는 사람 중 가장 공상적인 사람’ 박범각은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으로 돌아와 책방 차리기’에 성공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는 않지만, 책 많이 읽는 친구들하고 놀기 좋아하는 게으른 책방 주인이지만, 지금 하는 일에 적당히 의미를 부여하면서 부산의 문화 예술 인프라가 수도권에 어깨를 견주는 데 기여하고 지역 예술가들이 먹고살 만한 환경을 만들려는 모험을 감행한다. 부산을, 아니 지역을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바꿀 방법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처음》은 이 막연한 물음에 한 청년이 내놓는 대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