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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뒤도 돌아보고, 옆 사람도 보고, 하늘도 보고 ― 노년과 삶 죽음 앞에 딱 서 보고 난 뒤부터는 순서를 바꿨어요. 내가 제일 앞에 하나씩 접는 게 아니고, 할 수 있을 때까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것 완성과 마무리를 위한 정리 짐이 없으니까, 홀가분하니까 아주 좋아요 화장대에 써 놓은 ‘내 삶의 주인공은 나’ 2부 여여한 삶, 그리고 나 ― 지체 사회와 지체장애인 길 위에서 반전 있는 삶 공존을 꿈꾸며 삶에 대한 변함없는 태도 상처 입은 치유자 연결의 힘 3부 언제나 짝사랑하듯 팔짱을 낀다 ― 발달장애인 어머니의 함께 걷기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 언제나 짝사랑하듯 팔짱을 낀다 한쪽에는 생기가 돌고 한쪽에는 죽음이고 실이 엉켰으니까 풀어야 되잖아요 현재는 단풍잎이야 문이라는 건 가족이죠 4부 내 미래를 향한 동행 ― 요양보호사와 돌봄 새벽길을 뚫고 나와 이용자의 집으로 귀의 역할도, 눈의 역할도 어르신과 동행하는 동반자 어르신을 돌보며, 돌봄 현장을 지키며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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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보이스 기법은 장애인, 노인, 돌봄 제공자 등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신들의 느낌과 감정을 사진에 의존해 시각화하고 자신들의 말로 이를 설명해 주는 방식을 취한다. 이미지와 목소리로 전달되는 이들의 속삭임과 외침은 그 일상의 깊이와 폭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연구팀의 포토보이스 작업은 다른 연구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과정을 거친다. 이 책에 나오는 포토보이스 참여자들은 지체장애인, 고령자, 성인 발달장애인의 어머니, 요양보호사 등 네 개 집단으로 이루어진다.
--- p.4 반려견 만지(만치)도 못한 경우들이 많이 있거든요. 노인들이 아프다면 병원에 가지 왜 안 가냐 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그냥 끄쳐(그쳐) 버리지만은, 반려견이 아프면 젊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들고 냅다 병원으로 가거든요. 반려견만큼도 대우를 못 받아요, 사실상은. --- p.16 사람이나 저 꽃이나 나무나 나이가 먹으면 추해지거든요, 대개가. 근데 소나무만은 나이가 먹을수록 아주 품격 있어 보이는데, 지금 저는 제일 할 일이, 나를 위한 생활을 하거든요. 자식 가리킬(가 르칠) 것도 다 했고 키워서 가리킬 거 다 하고 나니까, 이제는 내가 나를 가꿀 그럴 때예요. --- p.56 ‘야, 금순아. 너는 심하니까 다른 친구한테 피해 주지 말고 오지 마라’ 했어요. 이런 말이 지금 같으면 큰일 나는 말인데, 그때 제가 수긍을 하고 들어가지 않았어요. 뭐라고 그랬냐면 ‘왜 차별해요?’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근데 지금 시간 이 지나오니까 그때 그 나이의 그런 환경에서 내 입에서 그런 말이 그냥 나왔네, 그러면서 기특한데. 왜냐면 나는 저항하겠다, 차별에 저항하겠다 이런 마음을 누가 심어 주지 않았는데 저한테 있었던 것 같아서, 참 그때 지금 보니까 대견해요. --- p.116~117 ‘진짜 이혼을 해야지’, ‘아이를 버리고 가야지’ 이런 생각을 막……내가 ‘빠져나가고 싶다’ 이럴 정도로. 안 그러면 ‘나는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우울증도 심하고 그랬을 때, 꿈에서 내가 되게 자유로운 사람인데, 꿈에서 날 수 있는 사람이야, 날아다니는 사람이야. 그런데 날려고 날갯짓을 하는데 안 날아지는 거야. --- p.166 이 친구가 밖에 나가고 싶고 밖에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저 문을 통과할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스스로 안 되는 일상……누군가의 문을 통해서만이 내가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내가 생활할 수 있는 그 삶. --- p.196 그래서 저렇게 탕후루같이 만들어서 ‘탕탕탕후루’ 이러면서 드리면은 막 두 개씩 세 개씩 뺄 때도 있어. 그냥 한 개씩 드시도록 권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잘 드셔 주셔서 진짜 감사하지. --- p.210 저는 이제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뭐 안타깝거나 그런 생각이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 남편도 보냈고, 우리, 이제 엄마, 정말 사랑하는 엄마도 내가 다 해서 보냈는데, 그리고 우리가 직업 특성상 죽음에 항상 가깝게……그래서 ‘죽음이라는 거가 별 특별한 게 아니다’는 생각을 해요. --- p.246 동국대학교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의 포토보이스라는 색다른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사진으로 나를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내 사진뿐만 아니라 상대방 사진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하고 의견을 나누고 소통한다는 점이 아주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 덕분에 우리는 위로받고, 웃고, 눈물도 흘리고, 서로 공감하며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 p.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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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쓰는 사람들, 삶이라는 우주를 드러내는 사진과 이야기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를 구성하는 각 부는 포토보이스 활동 대상에 따라 구분된다. 1부 ‘뒤도 돌아보고, 옆 사람도 보고, 하늘도 보고’는 완연한 노년을 맞은 70대 고령자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2부 ‘여여한 삶, 그리고 나’에서는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년 지체장애인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를 따라간다. 3부 ‘언제나 짝사랑하듯 팔짱을 낀다’는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어머니들 눈에 비친 나와 자녀의 삶을 다룬다. 마지막 4부 ‘내 미래를 향한 동행’은 요양보호사가 전하는 돌봄 현장 이야기다. 참여자 22명은 실명이나 작가명(아호) 아래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구술을 했으며, 저자들은 이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다듬었다. 저자들은 2024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네 프로젝트를 순서대로 진행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러는 사이에 포토보이스 연구도 발전했다. 포토보이스 활동을 본격 시작하기 전에 짧으면 한 달에서 길면 넉 달 동안 일대일 심층 면접, 생애사 인터뷰, 초점 집단 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결합해 한 가지 주제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해석하려 시도했다. 포토보이스에 관련해서는 간단한 지침을 제시한 교과서나 짧은 학술지 논문 정도만 나온 상황이라 방대한 자료를 해석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함께 논의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시행착오를 교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고심 끝에 찍은 장면, 의도하지 않은 채 우연히 포착된 장면, 찍지 않기로 선택한 상황, 찍을 수 없던 조건이 사진과 이야기를 만나면서 비로소 제 모습을 나타낸다. 참여자가 스스로 털어놓는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는 사진(이미지), 사진에 관한 서술(문어), 집단 구성원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나오는 구술(구어) 등 다양한 형태로 전달된다. 그렇게 참여자들은 찍고 쓰는 사람이 되고, 저자들은 사진 자료, 전자적으로 전송된 사진에 붙은 설명, 토론에서 나온 구술을 모두 담아 삶이라는 우주를 드러낸다. 다른 목소리, 일상을 듣고 시대를 읽는 초상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는 여럿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인구 문제를 중심으로 고령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관련된 다학제적 연구를 진행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동국대학교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에 소속된 다섯 저자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것’이라고 깨닫는 노년, ‘반전 있는 삶’과 ‘공존을 꿈꾸며’ 휠체어에 앉아 ‘길 위에서’ 나아가는 지체장애인,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며 혼자 남을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언제나 짝사랑하듯 팔짱을 낀다’는 발달장애인 어머니, 어르신의 귀와 눈 구실을 하는 ‘동반자’로서 ‘새벽길을 뚫고 나와 이용자의 집으로’ 향하는 요양보호사 등 참여자 22명은 다른 목소리를 모아 ‘차가운 고드름’이 햇볕에 녹아 뭉툭해지듯 노년, 장애, 돌봄 당사자가 느끼는 뾰족한 사회가, 그리고 이런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이 조금씩 무뎌져 ‘뭉툭한 고드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음을 모아 일상을 듣고 시대를 읽는 초상을 찍어 내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