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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돌봄,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
1부 보이지 않던 세계 속으로 1장 엄마, 뇌출혈 시절 속으로 런|기록이 멈춘 혈압 일지|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2장 재활을 시작하다 선우 엄마처럼|휴직, 엄마 곁에 있기로 결심하다|재활 병원은 처음이라|보이지 않던 세계 3장 세상 속으로 슬기로운 병원 생활, 단단한 루틴의 힘|“나는 소수자야. 내 이야기 들어볼래?”|어디나 사랑은 있다|왼손으로 전한 진심|나를 전적으로 지지한 한 사람|휠체어로 굴린 서울 2부 별것 없어도 반짝이는 우리의 일상 4장 어둠 속에서도 나아가야만 해 폭탄선언|힘들지만 애쓰는 이유|알아서 잘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 5장 일상 이상의 일상 모녀가 떠난 배낭여행|엄마는 영원한 엄마이기를 소망한다|우리를 지키는 사소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엄마의 그리움을 따라가 본다 3부 나를 돌보며 함께 간다 6장 돌봄이 나를 관통하는 동안 누군가를 구하려는 마음|다정하지 않아도 차갑지는 않게|자기 결정권|효녀라는 그 흔한 칭찬|수능 날 병실에서 생각한 아빠의 삶|장애가 장애가 되는 이유|돌봄자가 쌓은 경험|육아 대 간병, 결혼 대 비혼 7장 달리고 읽고 쓰는 세계 속으로 돌봄 8년 차, 달리기를 시작하다|읽고 쓰는 삶 속으로 뚜벅 뚜벅|우리 삶을 격상시키는 소소한 것들|세상 가까운 부탁, 세상 가벼운 땡큐|나는 드넓은 강을 향하는 작은 냇물 이었다|때로는 회복 런처럼, 때로는 마라톤처럼 에필로그 나는 듯이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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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까. 대구에서 출발한 구급차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한 나는 이모가 쏟아붓는 타박을 들으며 서둘러 응급실로 들어섰다. 차갑게 소란한 공기, 유예된 불안이 엄습했다. 엄마가 있으리라 예상되는 곳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빨려들 듯 눈에 들어와서 잰 걸음으로 그곳을 향했다. 넋이 나간 듯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빠, 굳은 얼굴로 팔을 감싸 쥔 채 엄마를 내려다보는 이모부. 익숙한 사람들의 전혀 익숙하지 않은 모습 사이로 엄마가 누워 있었다.
--- p.28 무엇도 엄마를 우선할 수는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엄마 곁에 있기로 한 결심은 잘한 결정이었다. 이제는 엄마에게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로 했다. --- p.50 병실 사람들도 깜짝 놀라며 즐거워했고, 전혀 기대하지 못한 아들을 만난 엄마는 반가워서 눈물을 흘렸다.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한껏 흥이 오른 병실 사람들은 아침 식판을 정리해 놓고 한바탕 파티를 벌였다. 창가 쪽 이모님이 빨간 국자를 들고 선창하자 병실 환자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일어나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엄마도 질세라 일어서서 엉덩이를 흔들흔들, 팔을 좌우로 흔들흔들. 나는 그런 엄마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곁에서 부축한 채 흔들흔들. --- p.78 삶의 특별한 장면마다 묵묵히 믿고 기다리면서 나 스스로 성찰할 기회를 준 엄마. 숨고 싶은 입시 결과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느라 애쓰는 나를 당당하게 고개 들게 해준 엄마. 그런 엄마가 길에서 자꾸만 고개를 숙였다. 마비된 몸, 조금 일그러진 눈과 입, 자꾸만 더듬는 말. 그런 엄마가 이제는 전혀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됐는데, 휠체어에 앉은 엄마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모습으로 다시 마주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 p.89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내고 돌아온 지친 밤이면, 나만의 작은 공간으로 숨어들 듯 들어가 재빨리 문을 닫았다. 쉴 틈 없이 주어지는 엄마의 행복이라는 과제, 실패한 인생이라는 끝없는 자기 의심과 자책이 화살처럼 어지러이 날아들다가, 두터운 현관문을 닫고 들어서는 순간 과녁 잃은 화살들은 힘없이 떨어졌다. --- p.126 나만이 목격한 사흘 동안 이어진 두통은 전조 증상이었다. 나는 전조 증상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기껏해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형편없는 죽이나 끓여 준 딸이었다. 엄마의 인생이, 우리 가족의 운명이 낭떠러지를 향해 빠르게 내달리던 시점, 어쩌면 미래의 내가 손에 땀을 쥐고 간절하게 알아차리라고 응원하게 된 며칠, 나는 끝끝내 곤두박질하는 열차를 멈춰 세우지 못했다. --- p.160 가족 돌봄자가 쌓은 축적된 경험은 충분히 가치 있다. 그런 경험은 전문가의 입지를 축소시키거나 침해하지 않는다. 돌봄에서는 돌봄 받는 사람의 개별성에 기반한 안전과 편의가 가장 중요하다. 돌봄 전문가와 의료진이 지닌 전문성에 가족 돌봄자의 경험이 더해질 때 비로소 돌봄의 개별성은 충족된다. 충족된 개별성 덕분에 돌봄 받는 사람은 편안하고 안전해지며, 보호자는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감각을 얻는다.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돌봄의 질적 향상이 비로소 시작된다. --- p.210 자발적으로 선택한 돌봄, 더없이 가치 있고 아름다운 그 일은 왜 그토록 나를 고립시킨 걸까 하는 물음이 여전히 내 안에 가득하다. 흔들리고 넘어지면서 기어코 나아가려 한 나를 통해 이런 고군분투가 온전히 개인의 몫이어야만 하는지, 우리 사회가 돌봄자의 고통에 이토록 무감해도 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 p.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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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괴 돌봄 대 일상 회복 돌봄,
돌봄 고립을 넘어 나를 바꾸는 돌봄으로 26박 27일 뉴질랜드 배낭여행을 마치고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아포가토를 먹으려던 저자는 갑자기 쓰러져 누워 있는 엄마를 마주했다. 충격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독박 간병을 자처했다. 돌봄은 그렇게 삶을 바꿨다. 탄탄한 직장을 다니며 45개국을 여행하고 다양한 교양을 쌓으면서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비혼 생활을 마음껏 누리던 삶은 보호자 침상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작할 때는 금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생각했지만, 10년을 꼬박 돌봄에 쏟아야 했다. 어린 시절 약점을 이겨 낼 수 있게 이끌어 주고 오롯한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딸을 도운 엄마처럼 딸도 질병과 장애가 있는 엄마에게 행복한 남은 삶을 안겨 주리라 다짐했다. 마비된 몸과 어눌한 발음을 부끄러워하는 엄마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특수 교사라는 직업 덕분에 전문성을 발휘해 엄마가 장애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도왔다. 언어 치료나 자가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적절한 자극을 유지하고, 일상에 필요한 장비를 갖춰 같은 질병을 겪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재활을 위한 재활이 아니라 전시 관람과 여행, 온천욕, 산행 등 다양한 일상 활동을 재활에 연결하려 애썼다. 인간으로서 엄마가 누려야 할 존엄을 지키고 엄마의 삶이 소외되지 않게 하면서 돌봄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돌봄은 개인적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김진화는 좋은 돌봄을 실천하려는 개인 의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의료계 현실과 복지 제도, 사회 인식 등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같은 돌봄이라도 육아는 훌륭한 일이라며 환영받지만 간병은 어리석은 선택이라며 무시당하기도 했다. 비혼 여성이니까 돌봄을 당연히 도맡아야 한다는 말은 깊은 상처가 됐다. 특수 교사로서 지닌 능력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기만의 삶을 누릴 권리를 부정당하는 순간이었다.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잘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는 사실에 결국 깊은 우울을 느끼기도 했다. 자기 돌봄, 진정한 돌봄을 향해 나는 듯이 나아가는 나 육체와 정서가 소진된 자기 모습을 돌아보며 김진화는 결국 돌봄은 타인 돌봄을 넘어 자기 돌봄이어야 한다고 깨닫는다. 완벽한 돌봄을 하겠다는 부담을 내려놓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자기 경험을 나누는 사람으로 바뀐다. 돌봄은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가 아니라 돌보는 사람도 자기를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돌봄에 지친 한 사람이 달리기와 글쓰기로 나아간다. 달리기는 언제나 힘들지만 달리는 나를 조절할 수 있는 존재는 나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험이고, 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고, 긍정적 사고와 건강한 자기애를 얻는 계기다. 가족 간 갈등, 외면하는 친구들, 무관심한 사회에 지치지만, 결국 ‘엄마 곁에 있기로 한 결정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된다. 글쓰기는 돌봄자에게 무감한 세상에서 돌봄을 자처하거나 어쩔 수 없이 돌봄을 해야 하는 이들이 돌봄이 지닌 가치를 확신할 수 있게 돕는 수단이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돌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돌봄 노동이 제대로 인정받는 구조가 필요하다. 희생하는 돌봄자에 기댄 돌봄은 불평등과 갈등을 키우고 사회 전체에 부담을 떠안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년간의 돌봄을 지나 달리기와 글쓰기를 거쳐 진정한 돌봄이란 자기 돌봄이라는 깨달음에 다다른 김진화는 이 책을 세상에 내놓고 모든 이가 모든 이를 돌보는 ‘돌봄 사회’를 향해 오늘도 나는 듯이 나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