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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노인 돌봄
창조와 궁리, 희망이 난무하는 노인 돌봄 입문
동녘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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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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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노인 돌봄의 재미와 감동
고령화가 세계 추세다. 돌봄이 짓누르는 무게가 엄중하다. 돌봄을 바라보는 일부 시선은 지나치게 진지하다. 이 책은 노인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돌봄이 고통일 필요는 없다. 유쾌하고 따뜻한 현장 이야기를 전하며 돌봄의 재미와 감동을 담았다. 인간미 넘치는 노년, 함께 만들 수 있다.
2026.06.23. 손민규 사회정치 PD

상세 이미지

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1장 평행세계로 들어가다
‘고령자 돌봄’이 뭔지 몰랐던 시절
‘특별양호노인홈’이란?
고령자 돌봄과의 만남
사회를 바꾸고 싶다,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할머니가 바로 ‘사회’
노인시설은 ‘노인이 버려지는 곳’
누워만 지내는 노인을 일으키면 인권 침해!?
안정을 강요하는 돌봄
‘생활 회복’에 이어 ‘인간성 회복’
·특수 목욕, 스트레처란?

2장 돌봄에 필요한 두 가지 힘: 상상력, 창조력
무엇이 노인을 기운 나게 만드는가?
돌봄 종사자는 천사인가 악마인가
다정함만이 능사는 아니다
노인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때로는 ‘코스프레’도 필요하다
창의적인 궁리가 바로 돌봄의 시작
상상력, 창조력
·실행장애, 인식불능증이란 무엇인가?

3장 삶과 삶이 부딪혀 공명하는 장
‘돌봄’과 ‘치료’의 차이
“내가 묶으면 아침까지 못 풀어”!?
‘문제 노인’이 아니라 ‘돌봄 곤란 노인’
사회에서는 범죄인 ‘신체 억제’
묶지 않기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고령자 돌봄시설의 자원봉사자란?

4장 인생,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인생이 재밌어
뇌졸중 후에도 계속되는 인생
재활의 탄생
재활의 대상은 젊은이
스물여덟 살의 전환점
인생에 정해진 길 같은 건 없다
고령자 돌봄이 시작되는 곳
아, 여기가 ‘보물섬’이다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5장 돌봄은 시대를 가장 앞서가는 일
의료는 인체를, 돌봄은 인생을
“근거가 있나요?”
노인의 웃는 얼굴이 좋은 돌봄의 ‘근거’
무엇이 행복인지 묻는다
돌봄에 필요한 새로운 평가 기준
개별과 집단은 한 쌍
수동성에서 주체성으로
의료와 간호에도 등장하는 새로운 움직임
·개호복지사는 어떤 자격인가?

6장 치매 노인의 세계
고치려고 하기보다 자신답게 살아가자
“몇 살이에요?”
‘나’를 ‘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세계를
공범(?)이 된 우리
“잠깐, 러시아에 다녀오려고”
잘하는 돌봄은 그때그때 맞춰서 하는 돌봄
·케이스워크란 무엇인가?

7장 시간아, 멈춰라
그때그때 맞춰서 하는 돌봄은 대충하는 돌봄인가?
“다녀오셨어요”
노인은 ‘디지털’
멈춘 시간 속에서 산다
고양이와 인간의 결정적인 차이
손가락을 보고 있나, 달을 보고 있나
·노인이 하는 말을 모를 때

8장 문제아? 문제 노인? 문제 행동?
치매 노인이 전하고 싶은 것
‘문제 노인’이 아니라, ‘문제 돌봄’
‘문제 행동’ 뒤에 있는 것
원인은 생활 속에 있다
‘문제 행동’은 커뮤니케이션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일상’
·치매는 약으로 고칠 수 있나요?

9장 학대에 이르지 않을 돌봄
돌보는 이가 절망할 때
치매 노인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가?
프로이트의 ‘쾌락·불쾌의 원칙’
노인들은 단지 ‘기본’으로 ‘회귀’했을 뿐
생리학에 기초해 배설 케어를 하자
학대에 이르지 않을 돌봄이란
·노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면?

10장 고령자 돌봄의 세 가지 매력
‘세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다
미요 씨를 데리러 가다
돌봄은 타임머신
고령자 돌봄은 ‘더럽고 냄새나며 힘든’ 일인가?
고령자 돌봄의 세 가지 매력은?
베이비붐 세대 남성들은 왜 메밀국수를 만드나
돌봄의 세계로
·돌봄을 하는 이들은 생각하는 지팡이다

마치며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 2

미요시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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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재활연구소 대표. 전문 재활치료사. 물리치료사(PT)로서 고령자의 돌봄 현장에서 재활치료에 힘썼다. 1985년부터 ‘생활 재활 강좌’를 열고 연간 150회가 넘는 강의와 실기 지도를 통해 인간성을 중시한 돌봄 본연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저서로는 《관계장애론》 《생활장애론》 《배변 배뇨의 돌봄학》 《돌봄 추천! 희망과 창조의 노인케어입문》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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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일어교육을 전공하고, 2007년 도쿄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사회정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여자들의 사상》 《증오하는 입》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다키야마 코뮌 1974》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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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86g | 125*188*16mm
ISBN13
9788972972136

책 속으로

사실 돌봄은 다른 세계, 지금껏 우리가 가본 적이 없는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저는 고령자 돌봄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날부터 또 하나의 다른 세계, 즉 평행세계로 들어간 느낌이라 흥분했습니다. 나아가 돌봄은 타임머신입니다. 고령자와의 만남은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라서요. 저는 이 일을 시작하고서, 저 자신의 늙음이나 치매가 조금도 두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기대될 정도입니다.
---p.6

좋은 돌봄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저도 여러 가지 주장을 펼쳐왔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저의 돌봄론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노인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p.49

‘노인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단순한 방침이지만, 좋은 돌봄의 근본을 지키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는 ‘왜 목욕을 싫어할까?’ 노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상력’입니다. “집에 돌아가야 해”, “애가 울고 있어”라는 말로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떠올려볼 수 있는 ‘상상력’입니다. 또 한 가지는 앞에서 소개한 ‘코스프레 돌봄’처럼, 연기력을 포함한 ‘창조력’입니다. 노인이 싫어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가 노인의 세계에 맞춰서 돌봄을 해야 합니다. 그 세계가 의학적으로는 ‘망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요.
---p.55

뇌졸중으로 팔다리에 마비가 생겼을 때, 의료와 재활 분야에서는 증상을 치료합니다. 하지만 치료와 재활을 마치고서 퇴원한 후에는 ‘마비된 팔다리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가 시작됩니다. 이 과제는 몸을 침상에서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와 같이 아주 구체적인 문제부터 무엇을 목표로 살아갈 것인지와 같은 인생관의 재정립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물음에 응답하는 일이 돌봄입니다. 의료와 재활이 ‘인체’를 다루는 일이라고 한다면, 돌봄은 ‘인생’을 다루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_103-104쪽

치매를 병으로 보고 치료하려는 입장에서는 치매 노인의 뇌에 관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치매 노인이 생활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입장에 있는 우리의 관심사는 뇌가 아니라, 그 뇌가 만들어내고 있는 세계입니다.
---p.136

어떤 사람이 치매 돌봄을 잘할까요?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치매 돌봄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치매가 있는 사람을 백 명 돌봤다고 해도, 백한 번째 사람의 치매는 또 다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치매 노인이라 해도 아침과 오후, 낮과 밤이 다 다릅니다. 매뉴얼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돌봄을 잘할까요? ‘그때그때 임기응변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시간을 벌 줄 아는사람’입니다. 145-146쪽

치매가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려는 돌봄의 입장에서는 뇌를 아무리 분석한다 해도 구체적인 돌봄의 방법은 알 수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뇌의 어느 부위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통해서 어떤 기능이 저하되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정도라면 굳이 뇌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됩니다. 함께 생활하다보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165

확인해보니, 밤새 잠들지 못하고 소란이 있던 날에 요시 씨는 어김없이 변비였습니다. 나흘이나 닷새째가 되었는데도 용변을 못 본 날이었습니다. 변비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요.
원인은 뇌가 아니었습니다. 더 아래쪽이었습니다. 우리도 변비가 있으면 불편함을 느낍니다. (…) 하지만 우리는 원인을 알고 있으니까 차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대처법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가 있는 사람은 신체로 느끼는 불쾌함만 있을 뿐,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불안해서 잠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요시 씨처럼 침상에서 누워 지내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배회하는 대신 큰 소리로 노래하거나 고함을 치게 된 것이겠지요.
---p.194

‘문제 행동’은 없애야 하며 억눌러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체적 불편함을 언어화할 수 없는 치매 노인들이 무엇을전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상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p.196

요즘은 학대 예방을 위해 ‘존엄을 지키는 돌봄’을 강조합니다. 돌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시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어머니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도 이식이 나 농변과 같은 ‘문제 행동’ 앞에서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돌보는 이들에게 윤리를 강요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돌봄 방법을 알게 하는 것이 학대를 예방합니다. 즉, 이식이나 농변을 유발하지 않는 돌봄, 그리고 이식이나 농변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돌봄이 중요합니다. 222-223쪽

출판사 리뷰

다정함? 매뉴얼? 글쎄……
중요한 건 ‘노인이 싫어하는 건 하지 않는다’는 원칙!

그렇다면 고령자 돌봄의 레전드로 불리는 저자가 지켜온 고령자 돌봄의 원칙은 무엇일까? 다정하고 친절한 태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매뉴얼? 그는 다정함만이 능사가 아니고, 매뉴얼 없이도 노인들이 기운을 차리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간결하다. “노인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이 단순한 원칙에서 인간적 돌봄이 시작되고 완성된다. 노인이 싫어한다고 해서 생활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돌봄을 제공받는 이가 싫어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궁리하고 골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돌봄은 할당된 임무를 수행하는 ‘작업’이 아니라 ‘돌봄’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노인돌봄시설에서 언짢은 일이 생기면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행동이 거친 한 입소자에게 건강상의 문제로 반드시 두세 시간 수액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해보자. 그는 평소에도 의료 행위에 비협조적인 인물이다. 심지어 의사가 방문하는 날은 입소한 노인들이 모두 목욕을 해야 하는 날이고, 일하는 손은 빠듯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반드시 수액을 맞아야만 하는 상황이니, 노인의 신체를 억제한다? 아니면 진정제를 투여한다?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방법은 무엇인가?

이 사례는 실제로 저자가 처음 일을 시작한 노인돌봄시설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 노인돌봄시설은 그가 처음 노인 돌봄의 세계에 몸담게 된 곳으로, 누워서 입소한 노인들이 기운을 차리고 웃음을 되찾게 되는 곳이었다. 그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노인돌봄시설이라고 하면 노인을 버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일본에서조차 고령자 돌봄의 ‘전문성’을 논하는 것 자체도 시기상조였던 때에 말이다. 또한 그의 관찰에 따르면 그 기관에서 일하는 돌봄 종사자들이 유난히 다정했던 것도, 그들에게 체계적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다시 돌아와 앞선 수액 문제는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자. 그곳 시설장의 결정은 이랬다. “링거를 맞는 시간 동안 직원들 혹은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손을 잡아준다.” 절대 그의 손발을 묶지 않기 위해 궁리하고 고민해서 나온 방법이었다. 목욕 일정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다음번에. 돌보는 이의 신체를 억제하지 않기 위해 어떤 일도 불사하는 돌봄이다. 다시 말해, 누구나 저항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신체 억제, 즉 노인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 실천이자 자칫하면 ‘학대’로 이어지는 길을 차단하는 것이다.

임기응변과 궁여지책이 난무하는 창조의 돌봄

치매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목욕을 거부하는 상황도 한번 생각해보자.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거부에는 이유가 있다. 특히 치매가 있는 경우 자신이 왜 목욕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이럴 때 억지로 목욕을 하게 되면 싫어하는 일을 당한다는 느낌만 있기 때문에 차분히 목욕을 하기 힘들다. 게다가 기계욕은 이용자가 상당히 무서움을 느끼기 쉽다. 치매가 있는 노인이 시설이나 집 밖으로 자꾸 나가려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를 설득하거나 약물로 진정시키는 행동은 돌봄을 제공하는 이에 대한 불신만을 키우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강화힐 뿐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 순간이 임기응변과 온갖 궁리와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돌봄의 순간이다. 노인이 싫어하지 않으면서 목욕을 하게끔 온갖 방법이 동원되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지 않게 만드는 임기응변과 시간 벌기가 필요해지는 때다. 저자가 언급하는 사례에서는 목욕을 거부하는 노인 앞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의사인 척 연기하는 ‘코스프레’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노인이 권위 있는 의사의 말은 잘 따른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의사라고 말하면서 노인에게 목욕을 권하고 옷을 벗고 함께 욕조에 들어간다. 나아가 기계욕 같은 방식으로 장치를 이용하는 목욕이 아니라, 적은 힘을 이용해 일반 욕조에서 목욕을 시키는 구체적이고 대안적인 방법을 강구한다.

자꾸만 난데없이 ‘러시아에 가야 한다’며 해질녘만 되면 중절모를 챙겨 쓰고 시설을 나가려는 치매 노인에게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이곳은 요양원이고 러시아에 갈 수 없다며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과연 그를 존중하는 것일까? 아니면 약물로 그를 진정시키거나 힘으로 붙잡아 안전하게 방에 있게 해야 할까? 노인을 기운 나게 하는 돌봄의 현장은 이렇다. 저녁이라도 먹고 가시라며 시간을 벌고, 어떤 때는 “아, 러시아에 가신다고요?”라며 가벼운 맞장구를 치며 “제가 먼저 상황을 보고 올 테니까 좀 기다려주세요”라며 시간을 벌고는 궁여지책으로 이런 말을 던진다. “아, 가봤더니 오늘 러시아가 외출 중이래요.” 그러자 돌아오는 말. “외출했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 노인은 자기 방으로 잘 돌아갔고, 그가 지닌 기억력 장애 덕분에 같은 방법을 계속 활용할 수 있었다.

힘으로 붙잡아두거나 약물로 진정시키지 않고도 치매가 있는 노인이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또 집을 놔두고도 자꾸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노인이 정말로 호소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궁리한다. 이는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사이의 신뢰 없이는 인간적 돌봄이 불가능하다는 경험을 전제로, 돌봄받는 이의 인간성을 존중하기 위한 궁리이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돌봄의 창조성과 상상력이다.

돌봄은 치료가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설파하는 돌봄론은 과학적, 표준적, 일률적 매뉴얼을 강조하는 치료적 접근과는 전혀 다르다. 치매를 단지 뇌의 문제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 약을 처방하는 방식의 치료적, 의료적 접근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이 책은 치매가 있더라도 자신답게 지금 여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치료과 구분되는 돌봄이라고 강조한다. 즉, 돌봄은 병을 치료하는 것과는 다르다. 마비나 치매가 있더라도 의욕을 갖고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 삶을 행복하고 즐겁게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부축하는 활동이다.

가령 기억 장애를 동반한 ‘깊은 치매’(저자는 중증 치매라는 진단적 용어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자리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를 깊은 치매라고 표현한다)가 있는 경우에도 충분히 자신을 잃지 않으며 살 수 있고, 그때그때의 임기응변을 동원하는 궁리하고 창조하는 돌봄이 그것을 돕는 실천이다. 또한 이는 일률적이고 과학적인 근현대적 돌봄에 대한 강력한 이의 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돌봄론은 구체적인 치매 돌봄의 장면에서 가장 기초적인 일상과 생활의 회복을 강조하는 데로 이어진다. 흔히 말하는 치매 노인의 문제 행동은 약으로 억눌러야 하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치매 노인이 시도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치매가 있는 노인이 자신의 불쾌함과 불편함을 알려주는 신호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갑자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가령 변비일 때도 있다.

따라서 치매 노인의 ‘문제 행동’은 약으로 억눌러야 하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며, 뇌 탓이라고만 여기지 말고 어떤 불쾌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노인의 ‘문제 행동’은 ‘문제 돌봄으로 인한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이 더 적합하며, 학대에 이르지 않는 돌봄이란 특별한 윤리성이나 치료적 전문성을 전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 관리에 집중하는 구체적인 돌봄의 방법을 제시한다.

윤리적 돌봄, 학대에 이르지 않을 돌봄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노인 돌봄, 특히 치매 돌봄 등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 돌봄 종사자 등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에게 좋은 돌봄에 대한 관점을 제안하고, 노인 돌봄의 세계를 소개하며, 그 일의 매력과 의미를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특히 그가 설득력을 갖는 것은 그가 돌봄 노동의 힘듦을 무시하거나, 돌봄 노동자에게 윤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혹은 치매 노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관점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며 그에 따라 구체적인 돌봄의 방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노인 돌봄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뿐 아니라 가정에서 노인을 돌보며 함께하고 있는 이들, 앞으로의 돌봄과 자신의 나이 듦을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돌봄의 매력 그리고 희망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노인 돌봄의 세계에 몸담으며 나이가 드는 것과 치매조차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는 저자의 확언, 그리고 그의 돌봄론이 일본 사회에서 돌봄 받는 노인을 주체로 삼는 선진적 고령자 돌봄의 실천들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희망은 우리 독자들에게도 구체적으로 체감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다른 돌봄에 대한 궁리와 실천이 더 인간다운 사회, 상호 간의 도움으로 서로를 부축해가는 민주적 사회를 만들어가는 구체적 실천이자 저항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가 지금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가닿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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