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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돌봄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
신성아
한겨레출판 202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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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비판 25위 사회 정치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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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혼자 애쓴다고 쉬워지지 않는다

1부. 남들 다 하는 것에 던지는 의문

자기만의 함(函)
자존감이라는 무기
탐욕스러운 돌봄
말로 배우는 말
엄마, 왜 나를 안 봐

2부. 아이 방 밖의 세계

의대라는 성역
안녕, 샤오메이
감각하는 민주주의
하이마트로 가요
세월이 가면

3부. 성장은 개인적일 수 없는 것

체험 집착
누가 금쪽이를 만드는가
가장 최신의 유사인간
시간 불평등
너라는 계단

4부. 지성보다 용기

활 끝이 향할 곳
소년의 시간과 공간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단 한 명의 어른
인간이 된다는 것

미주

저자 소개1

국어국문학과 영상이론을 공부했다. 광고 · 마케팅 업계에 몸담았다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던 중 딸의 암 간병을 위해 휴직했다가 최근 그만두었다. 지금은 딸의 전일, 전속 간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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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16g | 140*220*14mm
ISBN13
9791172133795

책 속으로

표준은 편안하다. 현재를 통제할 수 있으며 미래는 예측 가능하다. 마트 문화센터의 트니트니 체조부터 시작해 발레, 미술, 줄넘기, 피아노, 태권도, 수영, 영어, 수학, 중국어 학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패턴은 익숙하고 안정적이다.
--- p.18~19

다른 아이들이라고 실력이 모자라서 들러리를 선 게 아니다. ‘부모 찬스’를 쓸 운이 없었던 것뿐이다. (…) 아빠가 법무부 장관이 아니어도,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장애나 질병이 있어도,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을 겪었더라도 충분한 기회를 얻고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그래서 더 다양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 p.33

스웨덴에는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말이 있다. 비행기(flyg)와 수치심(skam)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신조어인데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을 뜻한다. (…) 이런 단어들이 새롭게 만들어져 널리 쓰이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가 기후 위기를 대하는 자세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 p.48

사람들이 가끔 아이에게 병원에서의 시간이 어땠냐고 묻는다. 혹여 상처를 건드릴까 싶어 묻는 어른은 한껏 조심스운데 아이는 초등학생답게 “꽤괜!” 하고 만다. 병원에서 보낸 아이의 시간이 꽤 괜찮았던 데에는 현실판 ‘슬기로운 의사’들의 공이 컸다. 그래서 나는 뉴스 속의 의사 집단과 내가 아는 한 명 한 명의 의사 얼굴을 도무지 일치시킬 수가 없다.
--- p.64

아이에게 샤오메이가 자주 나오냐고 묻자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반응이다. 휠체어를 탄 아이와 다문화가정의 아이는 늘 그림에 있다는 것이다. 검정교과서에 일어난 반가운 변화로 내 얼굴에 화색이 돌자 아이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걔네는…… 음, 뭐랄까, NPC 같은 거야.”
--- p.72

어렵사리 내가 아이의 꿈 운운하자 컨설턴트는 단호하게 답했다. 장래희망, 즉 갖고 싶은 직업은 초등학교 때 명확히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적성이니 진로니 하며 천천히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 p.88

어릴 때는 사진과 경험만 남기면 그만이지만 커갈수록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만한 콘텐츠도 챙겨야 한다. 그 정점이 ‘···에서 한 달 살기’다. 관광에서 체험으로, 체험에서 생활로 부모의 과제는 수시로 갱신된다.
--- p.125

다른 관객과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며 다소 고압적인 태도로 경고했다. 듣자마자 기분이 상했다. 연령 제한이 있는 전시도 아니었고 일단 아이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부딪치면 무조건 아이 탓이라는 편견도 못마땅했지만 직원의 말투와 표정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경멸에 화가 났다.
--- p.133

그래서 ‘아들맘’과 ‘딸맘’은 자식을 위해 다시 싸운다. (…) 여학생들이 생리결석을 하고 집에서 시험공부를 한다며 생리공결제가 역차별이라는 엄마들이 있다. 딸맘들은 딸의 독박 육아를 한탄하고, 아들맘들은 아들이 결혼할 때 집 한 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을 비관한다.
--- p.176

기사 속 소년범과 자신의 자녀가 이름이 같아 기분이 나쁘니 김 아무개나 A군 등으로 표기하라는 것이다. 이름이 같은 것만으로도 불쾌한 존재, 절대 곁에 둘 수 없는 악의 기원, 내 아이는 절대 속할 리 없는 저 세계의 이방인이 바로 소년범이다.
--- p.202~203

우리는 이미 모든 정치적 의사 결정을 법원에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동의어로 여기며 점점 협소화되는 공론장을 오래전부터 우려해오지 않았던가. 물론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명확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인 간의 갈등이지만, 저도 모르는 새 승자독식 사회의 경쟁 논리를 체화한 요즘 아이들의 구조적 병리 현상이기도 하다.

--- p.218

출판사 리뷰

사랑은 언제 탐욕이 되는가
아이를 키우다 마주친 서늘한 질문들

1부 ‘남들 다 하는 것에 던지는 의문’에 등장하는 소재는 아이가 다니는 수영장, 아이와 함께 참여한 체육대회, 아이의 수학 문제집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이다. 하지만 수영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작동하기 시작한 ‘비교 회로’에 저자는 심란해진다. 창 너머엔 유독 월등한 실력을 뽐내는 다른 아이가 있고, 옆에는 두꺼운 선행학습 교재를 챙기는 다른 엄마가 있다. “취약하니까 흔들린다.”(18쪽) 캠핑장에서 열린 작은 체육대회에서는 코끼리 코를 열 바퀴 돌고 나서 깃발을 먼저 뽑는 게임에 아이가 참여했는데 여덟 바퀴만 돌고 깃발을 제일 먼저 가져간 어떤 아이가 1등을 했다. 그 아이의 부모와 대회 운영진이 친한 사이여서 벌어진 일이었으나 작은 행사의 분위기를 깰 수 없었고 반칙을 목격한 아이들은 의기소침해진다. 아이의 수학 문제집에 ‘빗금(틀림 표시)’을 긋다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무자비한’ 빗금이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세간의 의견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의 루틴, 또는 간혹의 이벤트 속에서 저자는 “내가 소수자가 되는 것은 감내할 수 있어도 내 아이가 순전히 나의 선택 때문에 남보다 못한 처지에 놓일까”(18쪽) 소심해지지만, 실력이 모자란 게 아니라 단지 ‘부모 찬스’를 쓸 운이 없어 들러리를 서는 수많은 아이들을 떠올린다. 또 현대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절대 가치, ‘무기’가 되어버린 자존감 열풍을 돌아본다.

2부 ‘아이 방 밖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일상의 문제의식을 보다 더 구체적인 사회 현상과 교차시킨다. 아이가 대학병원 소아암센터에 입원해 있을 때 ‘양파링’을 찾으며 울자, 36시간 연속 근무 후 기어이 양파링을 사 들고 온 의사의 얼굴과 뉴스가 전하는 의정 갈등 속 ‘이기적인’ 의사 집단, 나아가 ‘초등 의대반’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을 담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다문화가정 학생 캐릭터인 ‘샤오메이’, 저출생 위기라는 말이 믿기지 않는 과대·과밀학급에 아이를 보내는 경기 신도시 엄마로서의 고민,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재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헤매다 그림책에서 답을 찾은 이야기 등을 통해 사적인 에피소드가 보편의 문제의식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드러낸다.

“전인적인 성장을 도모한다거나 민주 시민의 자질을 함양시키겠다는 말은 이제 새 학기 학부모 총회 인사치레로도 들을 수 없다. 더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 가야 할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고등학교 진학률만 내세울 뿐이다.” _87쪽

다정한 약탈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대치동에선 알려주지 않는, 모두의 미래가 걸린 이야기

3부 ‘성장은 개인적일 수 없는 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 또는 보호자로서 느끼는 부조리와 안타까움을 생활밀착형으로 담았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려는 노력과 문화자본에 대한 사회적 압력의 경계를 고민했던 여행, ‘키즈’ 간판을 달고 장사하는 곳 빼고는 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 동반 부모로서의 고충, 챗지피티에게 오늘의 코디를 묻는 딸아이의 미래를 내다보는 마음, 투여한 노력과 아이의 성장이 결코 정비례 그래프를 그리지 않는다는 돌봄의 본질을 알아가는 과정 등이 진솔하고 치열하게 그려진다.

4부 ‘지성보다 용기’에서는 젠더 교육과 학교폭력, 청소년 일탈 문제를 제기한다. 전통적인 성차별뿐 아니라 ‘딸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근래의 ‘여아 선호’ 현상에서 미래의 돌봄 노동을 전제한 암묵의 강요를 읽는다. 국가와 사회가 뒷짐 지고 있는 사이 ‘아들맘’과 ‘딸맘’은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자식 세대를 위해 구태의연한 ‘성차별 vs 역차별’ 입씨름을 계속한다. 그러는 동안 서로 내가 더 불리하다는 ‘피해자 경쟁’이 벌어지고, 성폭력이나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한없이 왜곡된 채 상대를 무너뜨릴 비기로 쓰인다. 또 한편에서는 뉴스 속 소년범과 자신의 자녀가 이름이 같아 기분이 나쁘니 김 아무개나 A군 등으로 표기하라고 항의한다. “단 한 명의 어른”(201쪽)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과연 지금 어른이 있는지, 저자는 묻는다.

“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정체성을 피해자로 삼아야 그 존재를 인정받고 발언권을 얻게 되었다. (…) 이런 식의 의도된 피해자 정체성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척 위험하다. 당장에 우리 공동체를 낙후시키며 어린 세대의 문제라는 점에서 먼 미래에까지 비관의 그늘을 드리운다.” _195쪽

가둬진 돌봄, 가로막힌 사랑을 넘어서기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진심을 욕심이라 부르면 탐욕스럽지 않은 돌봄은 없”다.(7쪽)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돌봄이 내가 “손으로 빚는 대로 그 형상이 완성되는 공예”(8쪽)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드시 변수가 더해지고 아이는 ‘세상’ 속에서 자라므로 모든 돌봄에는 나름의 동학(動學)이 발생한다. 따라서 양육은 나만의 예술이자 모두의 책임이며, 창조적인 동시에 정치적이다. 『탐욕스러운 돌봄』은 세상이 추동하는 탐욕을 덜어냄으로써 나의 탐욕 또한 덜어질 수 있다고, 모두의 돌봄을 고민할 때 나의 돌봄 또한 수월해진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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